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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할수록 행복 '업'… 생각 그만하고 몸으로 체험을"

[100세 시대 지식인으로 살기 노하우] 한양대 교육공학과 유영만 교수

입력 2014-10-2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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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없이 책상에 앉아 개념만 습득한 사람들은 관념의 파편을 남기지만 현장에서 체험하고 몸으로 느낀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훨씬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세상을 지배할 ‘지식인’의 새 이름 브리꼴레르죠”

71권의 책을 쓴 다작 교수이자 색다른 발상을 꿈꾸는 지식생태학자로 알려진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의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연구실 벽 전체를 두 겹으로 에워싼 다양한 종류의 셀 수없이 많은 책이었다. 그는 안식년 동안 크로아티아에서 새로운 체험을 쌓을 계획이다. 유 교수가 크로아티아로 출발하기 3일 전인 23일 그의 연구실에서 ‘100세 시대 브리꼴레르로 살아가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유영만교수(사진=노은희 기자)

 


- ‘브리꼴레르’가 무엇인가

브리꼴레르란 맥가이버형 인재, 즉 Book Smart(책상 똑똑이)가 아니라 Street Smart(길거리에서 넘어지면서 온몸으로 지식을 체득한 사람)를 말한다. 브리꼴레르를 생각하게 된 것은 현실변화에 도움이 안 되는 지식들을 대량 양산하고 있는 지식인들의 세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였다. 현실체험에 붙어있는 상상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얘기하고 싶었다.

‘어린왕자’에 보면 지리학자가 지리를 책상에서 연구하는 내용이 있다. 지리학자가 발로 뛰어다니면서 현상을 몸으로 공부해야 하는데 지리학이 붙을수록 지리와 멀어지는 것이다. 건축학자가 집을 가르칠 때 지붕부터 집을 가르친다. 건설현장에서 집을 직접 지어본 사람은 기초부터 집을 그리도록 가르친다.

교육학자가 교육을 가장 잘하는 방법은 ‘학(學)’을 떼는 것, 경영학도 학을 때면 경영이 되는 것이다. 학문적 편의주의에 사로잡혀서 경영 전체를 보는 안목을 상실하니 경영학자가 경영을 연구할수록 경제 경영현실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게 될 수밖에 없다. 브리꼴레르는 야생적 사고로 무장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배우는 지식인의 새 이름으로, 한 분야가 아닌 세상의 지식과 끊임없이 넘나들고 융합함으로써 무한한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나이대별 브리꼴레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첫 번째로 어린이나 어른이나 시기별로 관계없이 끊임없이 체험하고 깊이와 넓이를 넓혀 가야하는 것은 똑같다. 특히 어린 시절을 야생에서 체험해보면 온실 속에 화초가 아닌 잡초처럼 클 수 있는 야성, 야심, 야망이 생기는데 잡초처럼 크지 않고 온실 속에 화초처럼 재배된 아이들은 병에 걸리기 쉽다.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회복 탄력성 역시 없어진다. 그래서 어린 시절 체험을 했던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성장해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인간관계의 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내가 성격이 좋지 않아진 이유는 내 주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의 성격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인성은 그 사람이 누굴 만났는지에 따라, 즉 사회적 관계가 한 개인의 인성엥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 사람을 바꾸려면 그 사람을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 10년 동안 내 분야에 있는 사람만 계속 만나면 경계너머의 사유를 할 수 없는데 전공하지 않은 분야의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전공의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중요하다. 또 이 부분은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하다. 나 또한 문인들, 시인들, 기업인들, 주부들 등 여러 네트워크와 접촉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연령대별로 읽어야 할 책들이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어린왕자를 읽었는데 초등학교때와 성인때 해석할 수 있는 내공은 차이가 있다. 어른이 돼서도 동심을 잃지 않기 위해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 니체도 ‘끊임없이 어린아이를 임신해라’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른이 돼서도 동화적 상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3가지를 하나로 얘기한다면 체(體, 체험을 바꾸고), 인(仁, 인간적 자극을 바꾸고), 지(知, 지적 자극을 바꾸는)라고 할 수 있다. 괴테는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 어떻게 극복해 나가면 좋은가

장년기의 경우 ‘나이들면서 up해야 하는 7up’을 생각하면서 생활하면 좋을 것이다. pay up(지갑열기), cheer up(동기부여), clean up(주변 깨끗하게), dress up(옷 깨끗하게), show up(자주 얼굴 내밀고), shut up(입다물고) 이렇게 7가지이다. 또 나이 들수록 브리꼴레르적인 미덕이 필요하며 남을 위한 재능기부도 보람될 것이다. 감사와 봉사는 이 시기 최고 학위다.

중년기(40~50세)는 인생의 중심을 잡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엉뚱한 곳에서 행복을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불혹의 나이에 넘어지기 시작하면 인생 후반기가 절망적일 수 있다. 몸 관리를 잘하고 먼 훗날 인생을 가정법으로 살지 말고, 욕심을 버리고, 버킷리스트를 당장 실행해야 후회가 없다. 청년기에는 책상에서 꿈꾸지 말고, 온몸으로 꾸는 체험을 하면 좋겠다. 꿈은 몸으로 꾸는 것이다. 몸으로 꾸지 않으면 책상머리에 앉아서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린다. 청년시절에는 다양한 실패체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색다른 도전을 하면 색다른 실패를 할 수 있고, 색다른 실패가 색다른 실력을 쌓을 수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특히 시간 날 때마다 낯선 곳에 가서 여행도 자주 다니고 국내 곳곳에 다녀보고 그런 체험이 인생 중반부 밑거름이 될 것 이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시절은 미래를 앉아서 걱정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청소년 시절은 특히 처자식이 없기 때문에 대책 없이 꿈도 꾼다.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몇 군데 학원 다니는 것 보다 주말 농장을 체험하고 자연을 벗 삼아 놀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유영만교수125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유영만 교수(사진=노은희 기자)



- 저서에서나 강의에서나 ‘나다움’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내가 하면 어울리는 일을 찾아야 하는데 그 것 역시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다. 글도 써보고 만화도 그려보고 노래도 해 보고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하다 보면 몰입 체험이 잘 되는 일들이 있다. 어린 시절 반추해서 그 때 ‘신나게 재미있게 했는데’라고 했던 일이 무엇인지 떠올려 봐야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나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데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부터는 절대 앉아서는 할 수 없다. 몸이 안다. 내가 하면 신나는 일이다. 불행한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데 잘할 수 없는 일, 시간 낭비하는 것, 남을 위해서 달리는 사람들이다. 잘할 수 있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그 사람이 아름다워 보인다. 어울리는 일을 찾아서 세상 변화에 상관없이 남들처럼 살려고 하지 않고 나답게 나다움을 찾아 가면서 남다름을 추구하면 된다.


- 100세 시대 행복하게 사는 처방전이 있다면

첫째로 사람들은 시간, 돈이 없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이 충분히 많은 사람은 몇 안 된다. 행복을 추상명사로 생각하지 말고 동사라고 생각해 봐라. 행(일상에서의 작은 움직임이) 복(내 행복의 원천이다.) 행복을 자꾸 미래에다 두고 그 때 행복하려고 하는데 지금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다. 자꾸 남하고 비교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 또 ‘나중에, 위치에 오르면, 집을 마련한 다음에’와 같은 마음으로 자꾸 지금 행복하려고 하지 않기에 불행한 것이다. 그래서 난 이렇게 정의 한다. 행복은 감탄사다. ‘내가 오늘 감탄사를 몇 번이나 연발했느냐’가 중요하다. ‘죽인다!’란 감탄사를 하루에 몇 번 연발했느냐가 그 사람의 행복지수다.


- 100세 시대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나

생일, 생신의 차이가 뭘까. ‘생일’을 뒤집으면 ‘일생’이 되고 ‘생신’을 뒤집으면 ‘신생’이 되지 않나. 생일날은 일생이니까 일생일대의 일탈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생일이고 생신은 신생이니까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처럼 72세인 분들은 ‘7’자를 빼고 2살로, 85세는 ‘8’자를 빼고 5살로 해서 앞의 십 단위는 무거우니 집에 두고 다니는 것이다. 밖에 나올 때는 5살, 2살의 나이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신생아처럼. 

 


- 앞으로 계획은

내 인생의 키워드는 열정, 혁신, 도전이다. 생각을 바꿔서 행동을 바꾸는 것보다 행동을 바꿔서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다. 행동을 바꾼다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면 뇌가 받아보지 못했던 체험적 자극이 뇌세포에 입력되니까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딴 짓을 하면 딴 생각을 할 수 있다. 결국 체험을 하게 되면 내 사유가 고리타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 역시 안나푸르나, 마라톤, 밴드 드럼 연주 등의 체험을 한다. 꿈이나 목표는 없다. 3가지 키워드로 열정적으로 살다보면 어제와 다르게 살고 재밌고 신나게 살다보면 부산물로 책도 나오고 돈도 벌고 재능기부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글·사진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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