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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맛집 다 돌아다녔지만, 한국 사찰음식 내공 놀라워"

[인터뷰] 새로운 한식 개발 유현수 키친 플로스 셰프

입력 2014-10-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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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수 키친 플로스 총괄 쉐프 (사진=윤여홍 기자)

중식, 일식, 한식 등 나라별로 음식의 고유한 맛이 있다. 하지만 이 고유한 맛도 진화되지 않으면 식상한다. 새로움을 찾아 다양한 나라에서 직접 요리를 경험하고 사찰에서 스님들과 함께하며 사찰음식까지 공부한 유현수 쉐프. 주(駐) 영국 대한민국대사관 총괄 셰프를 역임하고 현재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키친 플로스 (청담동 레스토랑) 총괄 셰프다. 다양한 경험들로 무장 돼야만 음식도 창조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그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한식 사업을 하신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유씨는 주방, 칼질 등 음식과 관련한 것에 접할 기회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요리와 요리책에도 관심을 갖게 됐던 그는 요리와 상관없는 디자인 대학에 입학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에게 요리는 큰 관심사였다. ‘음식을 전문적으로 배워보면 어떨까’란 고심 끝에 그는 정식으로 전문적인 조리학원, 기관을 통해서 배우기 시작한다.

“첫날 요리학원을 갔는데 음식들이며 주방 도구들 등 요리하는 공간의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월급도 적고 요리사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음식을 배우고 만들었을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한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민 없이 요리사의 길을 택했다. 당시 23살 이었던 유현수 쉐프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요리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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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수 키친 플로스 총괄 쉐프

 

◇세계의 요리를 찾아

본격적으로 시작한 요리공부는 그가 하고 싶었던 만큼 성과도 남달랐다. 남들보다 습득이 빨랐다. 당시 주방장들이 권위적이었던 때라 궁금증들이 생기면 어깨너머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터득한 방식에다 그들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디자인 공부로 음식에 디자인을 입혔고 배운 것 들을 조금씩 다르게 접근을 했다. 그는 한식조리 뿐 아니라 일식, 양식, 한식 등 서울 시내 학원들을 섭렵했다.

그리고 3~4년 동안 지방 유명 한정식 집을 돌아다니고 전라도의 손 맛도 익혔다. 국내에서 현장 실습 후 그는 해외에 발전된 식문화 레스토랑 비즈니스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해외로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그는 ”해외에는 인맥이 없었지만 미슐랭 가이드 등을 통해 나라 별 좋은 식당들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이메일도 보내고 직접 찾아가보기도 하며 그야말로 모험을 했다.

본격적으로 여러 나라의 레스토랑 투어를 시작했다. 다양한 음식들과 일식을 잘 접목하는 일본 식문화를 배우기 위해 <류긴>이라는 레스토랑을 찾아 생선다루는 법등을 배웠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관광도시인 만큼 다양한 레스토랑을 보고 자원의 풍부함, 여유로움을 배웠으며 영국에서는 300년 된 집에서 머무르며 전통을 현대화 시키는 작업들을 배웠다. 또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아쿠아 레스토랑에 정식 취직하며 1년 반 동안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

찾아간 레스토랑으로부터 100번은 넘게 거절당했다고 한다. 안될 것 없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미국에서는 뉴욕, 샌프란시스코가 식재료가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요리로서는 양대 산맥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5일 근무, 휴일은 배워보고 싶은 레스토랑 찾아다니며 새로운 것 들을 익혔다.

“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1년 반 정도 미국에서 가장 많은 공부를 했던 그는 세계의 많은 요리들을 접하며 폭 넓은 시야 확보에 노력을 기울였다. 호주, 일본, 미국, 유럽 등 나라 별 요리들을 익히고 한국으로 돌아와 2011년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식. 양식, 일식을 접목한 청담동의 ‘디 식스’ 레스토랑을 지인과 열고 약 1년 정도 운영했다. 또 다음 해는 주영 한국대사관 총괄 쉐프로 런던 올림픽 기간 전 세계에서 오는 많은 유명 인사들에게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알리는데 앞장섰다.

“서양 사람들을 상대로 한국음식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을 하게 되면서 한국음식을 서양식으로 코스화 했다. 어떤 접시에 어떻게 담고 서비스 할 것인지 등 많은 연구를 했다. 그는 “당시 반기문 총장님도 오셨는데 지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자랑스럽게 소개하시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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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수 키친 플로스 총괄 쉐프

◇사찰음식의 배움으로 폭넓은 변화

우연치 않은 기회에 그는 2년 마다 열리는 슬로우 푸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태리로 떠난다. 유씨는 한국 셰프 대표로 한국 음식을 알리는데 정성을 쏟았고 그 자리에서 선재스님을 만나게 된다. “그전부터 사찰음식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스님과 사찰음식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한국에 가서 같이 해 보자라는 말씀을 하시더라.”

좋은 기회라 생각한 그는 본격적으로 1년 동안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음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접근하시는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사찰음식의 특징인 계절 감각을 살리는 제철 재료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등 깊이 있는 사찰음식 연구에 들어갔다.

“사찰 음식 하면 연잎밥 같이 재미없는 음식들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경험하고 깊이 들여다보니 엄청난 노하우와 지식, 뭔가가 있었다.” 양념을 많이 해서 만들면 맛있겠지만 단순한 재료로 맛깔스러운 음식을 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하게 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잠깐이 아닌 4계절을 직접 겪어 본 그는 “쉽게 접할 수 있으면 금방 탁해진다”며 접근성이 떨어져 사찰 음식이 때가 덜 묻었다고 분석했다.

유현수 쉐프는 한식의 중요성, 한식의 인기에 대해 다양한 채소를 쓰다 보니 웰빙(건강식)이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또 맛으로 설명하기 힘든, 작지만 많은 컨텐츠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라 평했다. 하지만 그는 천편일률적인 한식을 안타까워 했다. 한식 쉐프들이 스스로 변해야 하고 다양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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