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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만학회 “비만 퇴치, 강력한 국가 주도 정책·규제 필요”

WHO, 설탕·소금·지방세 및 건강보조금 지원 등 재정정책 도입 촉구

입력 2018-09-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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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사진=대한비만학회)




대한비만학회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비만 예방 및 퇴치를 위해 관련 세금인상, 마케팅 규제 등 국가적 차원의 강력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만이 현대인의 대사질환, 성인병, 만성염증설질환 등을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지만 뚜렷한 예방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먹방’ 규제, 비만세 도입 등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비만아동은 1975년 1100만에서 2016년 1억 2890만 명으로 40년사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전세계 어린이 5명 중 1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인 셈이다.

비만은 이미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정부와 의료계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성해 전방위적인 비만 개선에 나선지 오래다.

국내에선 대한비만학회(이사장 유순집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교수)가 비만 퇴치 운동의 중심에 서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비만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국가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주제로 ‘2018년 국제학술대회(ICOMES 2018)’ 정책심포지엄을 열고 이전보다 강력한 정책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순집 이사장은 “세계보건기구가 비만을 ‘전세계에 만연한 신종 전염병’이라고 정의하고 각국 정부에 비만의 위협을 경고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WHO가 왜 비만 퇴치를 위해 각국 정부에게 강력한 규제정책을 권고하고 나섰는지, 전세계 30여 국가가 왜 국가 차원의 재정정책을 도입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이 마련돼 비만 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지금 대한비만학회도 정부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협력해 다양한 사회적 논의와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비만정책 전문가들은 정부다 더 적극적으로 중재 및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비만의 원인을 40~50년 전부터 이어진 식품 제조와 유통시스템의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 식품 제조 및 유통 체계의 변화로 신선한 식자재를 공급하던 시장은 소규모 매점이나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로 대체되고 있다. 이들 매장은 대부분 고도로 가공된 음식(ultra-processed food)을 판매한다. 멕시코의 경우 한해 섭취하는 열량의 58%가, 중국은 29%가 가공식품에서 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8개 국가의 비만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베리 팝킨(Barry Popkin) 교수는 “한국의 비만 종합대책은 신체활동 증진 프로그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 신체활동만으로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성인들의 근로시간, 대중교통 이용시간, 신체활동 시간 등 소모하는 에너지량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반면 섭취 에너지량은 늘고 있다. 모든 국가에서 식품의 설탕 함유량이 늘고 있고, 실제 유통 및 판매되는 식품의 75%에 단순당이 함유됐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의 3분의 2 이상이 완제품(간편식)으로 동물성 식품과 정제탄수화물과 같은 고열량 음식이다.

팝킨 교수는 가장 성공적인 비만정책 사례로 칠레를 꼽았다. 칠레는 2014년 가당음료 과세제도를 도입한 뒤 점차적으로 강화해 다방면의 중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체 식음료를 대상으로 ‘위해성분 전면경고 표시제도(Front of package warning, FOP)’를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제품 전면에 패키지 면적의 10% 이상 크기의 위해성분 함유에 대한 경고마크를 부착하고, 해당 식음료에 대한 다양한 마케팅을 규제하고 있다. 이전까지 칠레는 1인당 가당음료 섭취량이 세계 1위였지만 FOP 도입 6개월만에 60%나 감소했다.

WHO는 2002년 비만을 ‘전세계에 만연한 전염병’으로 지목한 바 있으며, 2015년 비만 문제의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 국가 단위의 재정정책(fiscal policy) 시행을 권고했다. WHO의 비전염성 질병예방국 전략담당관인 주안나 윌럼슨(Juana Willumsen) 박사는 “WHO는 2014년 비만 같은 비전염성 질병의 관리과 예방을 위해 총 88개의 중재 방안을 마련했다”며 “이중 비만과 관련해서는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공공 캠페인, 식품 기업의 산업용 트랜스지방 사용 금지법 시행, 가당음료 과세를 통한 설탕 소비 감소 등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2017년 12월 기준 29개 국가가 비만 예방을 위한 대규모 재정정책을 도입했다.

국제 비만정책 전문가들은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에 관심을 기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성장기에 자아존중감과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리고 성인이 된 뒤 2형 당뇨병이나 조기 심혈관질환 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다.

WHO 주안나 윌럼슨 박사는 “WHO의 아동비만퇴치위원회(Commission on Ending Childhood Obesity)는 출생 전 적절한 건강관리가 출생 후 유아의 건강한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임산부가 태아의 비만예방을 위해 적절한 신체활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태아의 비만예방을 위해 임산부들이 혈압과 혈당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특히 신 중 체중증가를 계속해서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산 직후에도 분유나 이유식에 첨가된 당분에 영아가 익숙해지지 않도록 최소 6개월 간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대한비만학회 정책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많은 해외의 사례를 검토해보면 세금과 같은 강력한 정책이 없이는 날로 심각해지는 비만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된다”며 “가당음료 등에서 걷힌 세금을 비만 예방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도입을 논의하는 사회적 흐름이 만들어지도록 정부 정책 담당자, 학계, 시민단체, 비만 환자 및 가족간 협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준형 기자 zhenr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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