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ife(라이프) > 액티브시니어

[액티브 시니어] '비혼 축의금' 유감

입력 2024-08-01 13:01 | 신문게재 2024-08-02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정운일 증명사진
정운일 명예기자

요즘 ‘비혼 축의금’이란 생소한 말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축의금은 진심으로 축하하는 의미로 내는 돈인데, 혼인하지 않는 비혼식에 축의금을 거두어 찬반 논란이 거세다. 고령자들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자기 집 마당이 곧 예식장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체알 치고 멍석 깔고 그 위에 돗자리 펴고 병풍치고 초례상을 놓으면 훌륭한 예식장이 되었다.

예식을 마치면 초례상 치우고 두레반을 놓으면 파티장이 되었다.

당시 축의금이라는 게 떡이나 과일, 계란 한 꾸러미 등 소박했다. 혼주 집에 가서 음식 만들어 주는 일당이 축의금이었다. 자기 집에 혼사가 있으면 대신 갚아주는 마을공동체의 정이 넘치는 품앗이 축의금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청첩장에 계좌 번호까지 넣어 빈축을 산다. 청첩장이 돈을 내라는 고지서 되고 있다.

비혼 축의금은 사내 복지와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들을 붙들어두려 기업들이 하나둘 도입하기 시작한 제도다. 직원이 혼인하면 유급휴가와 축하금을 주듯, 비혼 직원에게도 비슷한 혜택을 준다. 저출산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정부와 기업이 자칫 비혼을 장려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우려된다.

실속파 젊은이들은 하루 예식 비용만 수천만 원이라 생략하고, 신혼여행 후에 결혼을 알리려고 청첩장을 보낸다고 한다. 혼인은 하객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것인데, 상대에게 비용을 떠넘기고 있으니 개선이 필요하다. 얼굴 보고 축하해주는 사람보다, 불참해서 밥 안 먹고 축의금만 내는 사람을 더 좋아하니 축하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축의금만 보내려면 8만 원, 호텔이면 평균 12만~20만 원을 낸다는 비율이 15.6%에 달한다.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식충이 취급을 받지 않으려고 돈만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축의금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혼인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적인 혜택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혼인을 안 해도 축의금을 주면, 혼인할 사람이 줄어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가 더 심해질까 걱정된다.

하객으로 참여했다가 혼주에게 인사만 하고 신랑 신부도 보지 않고 식권만 받아 식사만 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바쁜 시간을 값비싼 밥 먹으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문제점이 많다. 차라리 초대 범위를 가족 중심으로 한정하면, 축하 분위기도 고조되고 밥 먹으러 가는 사람도 사라져 축하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지금처럼 안면 있다고 초대권을 남발한다면, 참석하지 않으면 미안하고 축의금을 얼마 내야 할까 고민도 가중된다. 가족 중심으로 초대 문화가 개선된다면 축의금에 대한 논란, 비혼 축의금 등의 문제는 사라질 것이다.

 

정운일 명예기자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