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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후회 없는 삶이 얼마나 될까

<시니어 칼럼>

입력 2024-07-18 13:22 | 신문게재 2024-07-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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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량 명예기자

칠십 대 중반을 넘어서니 몸 여기저기에서 잔고장이 생긴다. 지난해에는 다리를 다쳐 힘들었다. 요즘은 안과와 치과에 가는 날이 많다. 삶의 질을 떨어뜨린 복병이 찾아와 노후를 흔든다. 천하를 가졌어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인생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새해맞이 행사가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절반의 세월을 넘기고 있다.

오늘은 치과에 가는 날이다. 오른쪽 다리가 아프니 이제 먼 길을 나서는 일은 부담스럽다. 치과 갈 때마다 어머니 생각을 한다. 앞니 두 개로 생활하다가 가셨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건만, 틀니를 끼어드리지 못한 불효자의 마음은 숯덩이가 되었다. 그때는 몰랐어도 내가 아파보니 알겠더라. 치통으로 고생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무관심 속에 지나쳤다.

죽을 좋아하고 밥을 물에 말아 드실 때부터 알아봐야 했다. 고기를 선물해 봐야, 씹을 수 없으니 그림의 떡임을 왜 몰랐을까. 잇몸으로 음식을 씹었다고 하신 말씀은 사실은 그냥 넘긴다는 뜻임을 왜 몰랐을까. 칫솔을 사용할 수 없으니 손가락이 대신했다. “어머니, 왜 틀니를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외쳐 봤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만 허공을 맴돈다. 깨어보니 꿈이다. 불효자는 하늘만 바라보며 용서를 빈다.

지난달 지인이 투병 중이란 소식을 들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병 문안을 잊어버렸다. 아내는 새 김치를 담아 밑반찬을 챙겨 함께 가자며 서둘렀다. 그는 희소질환으로 몸이 삭정이로 변했다. 부인은 암으로 투병 중이라 간병인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어렵다. 지난달부터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없다며 신세타령을 했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어 오랫동안 기다렸단다.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잘한 점보다 못했던 일이 생각난다면서 말문을 연다. 긴 한숨 뒤에 지난 날이 후회로 점철된다. 일 속에 파묻혀 살다 보니 건강을 챙기지 못했고 가족에게 소홀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가까운 사람에게 감사 표현도 못 했다면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누구나 후회하면서 살아간다. 후회 없이 살아온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후회는 선택의 원동력이며 성장의 기회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발전한다. 후회 없이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 병문안과 조문을 다녀오는 날은 기분이 울적하다. 날씨가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뜨거운 여름 햇살이 겨울처럼 느껴진다. 파란 하늘에 하얀 솜털 구름이 유난히 빠르게 흘러간다.

 

임병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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