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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동물의 권리

입력 2024-07-08 14:06 | 신문게재 2024-07-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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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5개월 동안 고양이와 강아지 11마리를 입양한 후 모두 죽인 20대 남성이 지난 6월 20일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전달한 소식에 따르면 이 남성의 동물 살해 동기는 스트레스 해소였다. 애초에 죽일 계획으로 입양했으며 잔인한 방식으로 단기간 내에 자그마치 11마리나 죽였다. 게다가 수사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혐의를 고려하면 더 많은 동물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쯤이면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일임에도 그 남성은 감형을 받았다. 양형의 적절성, 타당성도 의문이지만 무엇보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학대범의 권리를 동물의 생명보호보다 우선시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인간을 공격하지 않아도 위험하다고 여겨질 경우 동물이 사살돼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작년 여름에도 동물농장에 갇혀있다 탈출한 늙은 암사자가 마취총에 맞아 사살됐고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는 늑대와 퓨마가 동물원을 탈출해 사살된 일도 있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동물을 데려와 무려 열 마리 이상을 죽였어도 사람은 그 처벌을 유예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꽤 불편하게 만든다.

개를 식용으로 키웠던 만큼 동물에 지배적인 입장이 공고했던 우리 문화지만 지금은 열 가구 중 절반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가족만큼이나 친밀한 대상이 됐다. 자연스레 반려동물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호하는 일이 책임과 의무로 받아들여졌고 동물에게 학대나 고통을 주는 일에 대해서도 민감해졌다. 하지만 이는 반려동물에 한정된 관심일 뿐 주변 또 다른 동물들의 일상은 잘 알려지지 않거나 알아도 나와는 상관없는 듯한 거리감이 있다.

공장 농장의 비좁은 배터리 케이지 안에 갇혀 평생 알만 낳다가 죽는 어미 닭이나 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학대받거나 생명을 빼앗기는 일이 부지기수인 길고양이들, 평생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돼주어야 해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 짐승들, 수컷이라는 이유로 태어난 당일 분쇄기에 돌려지는 병아리, 죽을 때까지 고통받는 식용견 등은 인간에게 바쳐진 동물의 비참한 삶의 현장이다. 당연한 건가. 그 답이 그리 쉽지는 않다. 동물에 대해 동물권 연구자나 활동가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한번쯤은 귀 기울여 듣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동물권은 인간이 아닌 동물 역시 인간과 같이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닌다는 개념이다. 과거에도 동물을 잔인하게 다루면 안된다는 윤리적 관점이 있었으나 이는 인간의 관용을 강조하는 것이지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권 옹호 단체는 동물들 역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의 일부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동물권의 옹호는 결과적으로 인권의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본다. 실제로 동물과의 교감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동물에게 잔혹한 사람의 심리적 공격성의 위험은 알려진 대로다.

동물을 옷의 재료나 실험도구, 오락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개체로서 받아들여야 할지, 동물마다 다른 수준의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 도축의 문제는 허용하는 제한적 관점에서 바라볼지는 아직 분분하다. 하지만 최소한 동물을 잔혹하게 다루는 비윤리적 행동은 사라져야 한다. 이 정도 관용조차 없이 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영위할 수는 없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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