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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믿지 못하는 것들을 믿게 하는 힘, 소통! 연극 ‘2시 22분’

입력 2023-07-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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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2시 22분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김태훈 연출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

 

“(제니와 로렌의) 의상 색에도 연출 의도가 들어 있습니다. 의상 뿐 아니라 노래 등도 그렇죠. 이 작품이 얘기하는 것들 중 제일 큰 메시지는 아마 소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믿는 것들은 누구나 믿을 수 있지만 아무나 믿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믿어주는 것, 사람과 사람의 관계 등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의 소통에 대한 질문들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첫 공연날 무대에서 무언가 형체를 봤다”는 김태훈 연출의 말처럼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이하 2시 22분, 9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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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
새집으로 이사와 인테리어 중인 제니(아이비·박지연), 샘(최영준·김지철) 부부와 그 집을 방문한 로렌(방진의·임강희), 벤(차용학·양승리) 커플이 새벽 2시 22분이면 나타난다는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해 설전을 벌인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막을 내린 유명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Dear Evan Hansen) 대신 무대에 올라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2시 22분’은 ‘언캐니’ ‘마녀농장’ ‘배터시 플러가이스트’ 등의 작가이자 기자인 대니 로빈스(Danny Robins)가 대본을 집필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태훈 연출은 “대본을 읽자마자 (마술이)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며 “저희 극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구현이었기 때문에 이은결씨의 도움이 꼭 필요해 함께 작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니는 2시 22분이면 베이비모니터로 들리는 정체불명의 발자국, 흐느낌 등의 소리에 대한 공포를 하소연하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절 믿지 않는 샘은 그저 무시할 뿐이다. 그런 샘의 태도와 정체모를 존재에 대한 공포로 한껏 예민해진 제니는 집들이에 초대된 로렌과 벤에게 새벽 2시 22분까지 모두 깨어 그 존재를 확인하자는 제안을 한다.

‘2시 22분’ 제니 역으로 첫 연극에 도전하는 아이비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에 대한 경험을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가면서 풀어가야 하는 캐릭터”라며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

극의 마지막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할많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반전을 선사한다. 새벽 2시 22분까지 가는 동안 펼쳐지는 과거, 현재 이야기는 아기, 여우 등 각종 소리와 조명 그리고 아마존 알렉사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와 그가 반응하지 않는 순간, 갑자기 위치가 바뀌어 버린 소품 등으로 묘한 공포심을 들게 한다.

[2023 2시22분] 샘(김지철), 제니(박지연)_low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제니 역의 박지연은 “쓸데없는 말이 없다”며 “2장부터 시시콜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그것들이 3, 4, 5장으로 넘어가는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유령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쌓여가는 대사들이 저한테는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소재적으로도 흥미롭지만 그 끝으로 가는 과정들이 켜켜이 잘 쌓이는 작품이죠. 처음에는 시각적, 청각적인 데 매력을 느끼시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무드적인 매력도 커요.”

이 작품의 매력에 대해 아이비는 “숨은그림찾기처럼 각 캐릭터의 대사 속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연극을 보고 난 후 또 다른 연극이 펼쳐친다”고 밝혔다.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김태훈 연출은 “대본 자체가 스피디하고 짜임새가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했다”며 “장르적 특성상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다 보니 연극인데 연극처럼 만드는 걸 배제했다”고 털어놓았다.

“정박자로 떨어지는 모든 것들을 덜어내면서 예측하지 못하는 호흡들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더 일상으로 관객에게 읽혀지기를 바랐죠. 관객들이 관객의 시선이 아니라 이 집안에서 같이 살고 있는 영혼으로 우리들을 봐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샘 역의 최영준은 “우리가 보고 듣고 읽고 하는 것도 일단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보는 건 좋아야 하고 듣기에는 편해야하고 읽기에는 쉬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이 그 모든 것들을 충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3 2시22분] 로렌(임강희), 벤(양승리)_low
연극 ‘2시 22분-A Ghost Story’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배우로서는 생각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들로 채우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관객분들이 무대에서 흘러가는 이 시간을 경험하시는 건 재미있어서거든요. 이 작품의 첫 번째 매력은 ‘중간에 무슨 짓을 해도 끝은 너무 재밌다’라고 생각해요.”

이어 “말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라 걱정이 좀 됐다”며 “몰입이 될까 걱정도 했는데 신시컴퍼니 대표님께서 처음 이 작품에 대해 얘기하실 때 영국에서 공연을 보면서 ‘고급스럽다’고 느꼈다고 하셨다”고 부연했다.

“저도 그랬습니다. 서로 뭔가 마음에 안들어하면서 티격태격하지만 그 방법 자체가 굉장히 고급스럽고 재밌고 밉지 않은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주제가 어떻건 메시지가 무엇이건 보기 좋아요. 듣기엔 편해요. 읽기에도 쉽습니다. 재미있다는 건 100%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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