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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좀 더 이해하기 쉬워질 ‘진정한 지성인’들의 지적 대화, 연극 ‘라스트세션’

입력 2023-06-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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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세션
연극 ‘라스트세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출여진들. 왼쪽부터 프로이트 역의 남명렬·신구, 루이스 이상윤·카이(사진=허미선 기자)

 

“자연인으로서 이제 죽을 때가 가까워졌잖아요.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으니 힘을 남기기보다는 여기 다 쏟고 죽자는 생각입니다. 꾀부리지 않고 진지하게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과 일하면서 오히려 제가 힘을 받고 있어서 이 작품이 아주 잘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보시는 분들도 지난번 공연보다는 좀더 편하게 잘 이해하면서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연극 ‘라스트세션’(Freud’s Last Session 7월 8일~9월 10일 대학로 TOM 1관) 기자간담회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역의 신구는 이렇게 전했다.

“관객분들이 좀더 즐기실 수 있게 만들고자 노력했는데도 부족하고 미진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았어요. 이번이 세 번째예요. 그런데도 모여서 대본을 읽다보면 오래 토론을 해도 쉽게 답이 안나오는 부분들이 있죠. 그런 부분을 채우고 메워서 이번엔 좀더 잘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특히 이번엔 명확하고 확실하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대사전달에 집중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23라스트세션_캐스팅공개(사진제공_파크컴퍼니)
연극 ‘라스트세션’(사진제공=파크컴퍼니)
‘라스트세션’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신구·남명렬)와 ‘나니아 연대기’의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이상윤·카이)가 만나 벌이는 치열한 지적 대화를 담고 있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아맨드 M. 니콜라이(Armand M. Nicholi, Jr.)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 영감받아 집필한 희곡을 바탕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20년 초연, 2022년 재연에 이은 세 번째 시즌이다. 초연부터 프로이트와 루이스로 함께 해온 신구와 이상윤을 비롯해 초연에 이어 다시 돌아온 남명렬 그리고 새로 합류한 카이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이상윤은 “초연 때는 대본이 가진 내용, 각 인물들의 철학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다보니 원문 그대로를 살리고자 했었다. 그 의미는 계속 토론하고 이해하면서도 그렇게 친절하지 않은 대사도 그대로 고수했다”고 털어놓았다.

“초연 때는 짧은 문장이지만 정말 많은 뜻이 담긴 대사를 그대로 전달했다면 재연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성에 집중했어요. 두 사람이 자신 철학에 어떻게 집중하고 상대방에 반응하는지 관계성에 집중했죠. 세 번째는 의미 전달을 정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원문을 고수하기 보다는 대사를 좀 바꾸면서 하고 있어요.”

초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에 다시 프로이트로 돌아온 남명렬은 “5년 전쯤 시작한 지 얼마 안된 파크컴퍼니가 이 작품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지 한번 읽어봐 달라고 했을 때는 우려가 됐다. 이제 막 시작한 회사이니 좀더 대중성 있는 작품을 해야 회사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는 이런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작품 자체에 대한 우려는 아니었어요. 관객들이 얼마나 좋아해줄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죠. 그런데 막상 작품을 올리고 나니 관객들이 굉장히 좋아해주셨어요.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치열한 토론도 좋아하시는구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그런 작품이죠.”

연극 라스트세션
연극 ‘라스트세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프로이트 역의 남명렬(왼쪽)과 신구(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믿음을 갖게 된다. 타인의 믿음이나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자기의 생각이 옳다면 그 방식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작품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악수를 해요. 신에 대한 다른 생각들로 1시간 반 동안 치열하게 토론을 했지만 끝나고 헤어질 때는 상대 입장을 한번 더 생각해 보고 나와 다르지만 새로운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모습으로 끝나게 됩니다.”


이렇게 전한 남명렬은 “루이스는 신의 존재를 믿지만 보험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나가고 음악을 싫어하던 프로이트는 루이스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번 들어볼까라는 자세를 취하면서 끝이 난다”며 “이것이 진짜 지성인”이라고 표현했다.

“진정한 지성인은 자신의 생각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도 한번 되짚고 그 안에 뭔가 진리가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라스트세션’은 진짜 지성인들 간의 대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곤 이상윤에 대해 “3연까지를 하면서 이 친구의 연기가 많이 깊어졌다는 걸 느낀다”며 “연습을 하면서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자기 신념을 가지고 논쟁을 하는데 제가 어느 순간 루이스에 설득을 당해 제가 할 대사를 놓친 적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라스트 세션
연극 ‘라스트세션’ 루이스 역의 이상윤(왼쪽)과 카이(사진=허미선 기자)

 

이에 이상윤은 “3년만에 다시 만났는데 유심론에서 무신론으로 돌아간 사람으로서 신념이 강하시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날카롭게 연기해주셔서 역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진짜 감사한 건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제가 어떻게 해도 수용하고 반응해주셔서 ‘역시 좋으시구나’ 생각이 듭니다. 신구 선생님은 늘 겸손하게 기본으로 돌아가 연습에 임하시는 모습에서 많이 배워요. 저를 비롯해 연출부 등 한참 어린 이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시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죠. (라스트세션) 연습 전에 선생님의 다른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압도당했어요. 근데 (라스트세션의) 연습실에서는 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시는 걸 보고는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까불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다 했죠.”

루이스로 새로 합류해 2016년 ‘레드’ 이후 7년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카이는 “처음 연극을 했을 때도 음악을 빼고 무대에 올랐을 때 나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며 “음악 혹은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카이가 아니라 무대에 서 있는 단순하고 본질에 가까운 배우의 모습으로 루이스를 표현해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는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혀 가지지 않았다는 게 좀 특이했어요. ‘베토벤’이나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대형 뮤지컬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잘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라스트세션’을 통해서는 어떻게 하면 비워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장 본질에 근접할 수 있을까 등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선생님들께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자신을 내려놓고 조금씩 발전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죠.” 

 

연극 라스트세션
연극 ‘라스트세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출여진들. 왼쪽부터 프로이트 역의 남명렬·신구, 루이스 이상윤·카이(사진=허미선 기자)

 

카이는 ‘라스트세션’에 대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또 그렇게 다시 한번 사유의 계기가 되는 주제를 가진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보는 분들이 기독교인, 무신론자 등을 떠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어떤 합의, 일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에 접근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동년배의 목사님에게 ‘나는 어떤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의문점을 가지고 ‘라스트세션’에 참여했는데 그때 남명렬 선생님께서 좋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종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하다’고.”

이어 카이는 “어패가 있지만 상당히 날카로운 대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스트세션’이 종교 이야기를 넘어 다른 개념과 환경,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간의 고급스러운 토론이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이 끝나고 퇴장하는 부분에서 저는 늘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진정 존재하는 게 맞을까?’라고요. 저는 유신론자임에도 그런 질문을 계속 합니다. 자신과는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의 입장에 서서 다시 한번 생각하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라스트세션’이 되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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