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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2022] '사랑'에 당당하지만 국내 영화제 참석은 '아직'

홍상수 감독 신작 '더 탑', 배우들만 '열일'

입력 2022-10-0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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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효
영화 ‘더 탑’의 한 장면. (사진제공=BIFF)

 

긴 시간 아내와 별거 중인 영화감독 병수(권해효)는 친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이혜영)에게 딸(박미소)의 일자리를 부탁한다. 서먹서먹한 부녀 사이를 좁히고 싶은 욕심도 있고 자신에게 호의적이고 또 부유한 디자이너의 개인적 공간이 궁금하기도 하다. 

 

투박하지만 세련된 이 빌딩의 1층은 카페, 지하는 개인적 공간 그리고 2층은 레스토랑으로 구성돼 있다. 옥탑은 공간은 작지만 루프탑만의 매력이 가득차 있다. 마침 병수에게 친한 제작자가 전화를 걸고 근처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하기 위해 두 사람을 남겨두면서 영화는 ‘홍상수답게’ 일상의 수다와 모호한 설정으로 관객을 이끈다. 

 

예를 들면 2층의 카페 여 사장과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연인 사이로 변모하고 딸은 그 사이 1층의 카페 알바생(신석호)과 곧 자신의 사수가 될 디자이너의 험담을 하게 되는 식이다. ‘탑’은 공간이 바뀔수록 병수의 파트너가 바뀐다. 2층에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다가 옥탑방에 가서는 호기롭게 등심을 굽는 식이다. 

 

대화의 소재도 정반대다. 미술을 전공하다 레스토랑 오너가 된 2층 여자(송선미)하고는 투자를 받아야 만 영화를 만드는 예술인으로서의 고뇌를 논하고 3층에서는 나이에 맞지 않게 ‘그것’을 밝힌다고 새로 생긴 여친(조윤희)과 알콩달콩 사랑을 이어나간다.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권해효-조윤희 부부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권해효-조윤희 부부.(사진제공=BIFF)

 

홍상수 감독의 스물여덟 번째 장편영화 ‘탑’에는 그의 ‘사단’이라 불릴 만한 배우들이 여전히 가득하다. 촬영 당일 아침 대본을 쓰기로 유명한 홍 감독의 예술세계를 존경과 이해로 풀어낸 그들의 연기는 익숙하면서도 경이롭다. 흑백 화면의 단조로움으로 가득 찬 ‘탑’에서 빛나는 이들의 연기가 아니라면 과연 홍상수의 영화가 이토록 극찬받을까 싶을 정도다.

 

자신의 상황이나 인상 깊게 느낀 일상을 대사로 녹여내는 홍 감독은 이번에도 꽤 의미심장한 대사들로 ‘탑’을 채운다. 극 중 병수 역할은 자연스럽게 홍상수 감독과 겹친다. 어색한 딸이 아버지를 표현하는 대사나 법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해 아내에게로 날아드는 과태료 서류 등은 여전히 법정싸움 중인 그들 부부의 상황을 묘사한다. 

 

심지어 실제 부부 사이인 조윤희와 권해효가 ’그 여자’로 부르며 한심하고 답답하다고 탄식하는 신은 웃프기 그지없다. 공식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로 인정한 배우 김민희는 출연 대신 ‘탑’에서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제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주연 배우들과 함께 등장했던 것과 달리 부산국제영화제는 ‘또’ 불참하며 한국 행사 보이콧을 이어나갔다. 7년 째 공개연애 중인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국내 여론의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열애 인정 이후 해외 영화제만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가을 ‘탑’이 촬영된 서울 논현동의 건물은 실제로 홍상수 감독이 유달리 애정한 공간으로 영화의 배경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권해효는 7일 영화의 오픈토크에 참석해 “영화를 다 찍고 나서 제목을 만드는 홍상수 감독님의 스타일을 알고는 있지만 ‘탑’이라는 제목을 듣고 허를 찔린 느낌이 들었다”면서 “감독님의 영화를 설명하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극장에서 보고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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