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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2022] 국적은 달라도 '아줌마'의 DNA는 통한다!

한류열풍의 근황과 붕괴되는 가족의 단면 그려

입력 2022-10-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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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영화 ‘아줌마’의 한 장면. (사진제공=BIFF)

 

드라마 ‘겨울연가’가 몰고 온 한류 열풍은 일본 중년 여자들의 갱년기를 치료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그들은 배용준과 최지우의 슬픈 러브 스토리를 보고 그야말로 영혼과 눈물을 쥐어짰다. 이후 이병헌, 장동건, 이병헌으로 이어진 불같은 인기는 이제 현빈,김수현, 이민호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 영화 ‘아줌마’는 홀로 아들을 키우는 50대 주부의 일탈을 그린다. 3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낸 림(홍휘팡)은 여진구의 열혈팬이다. 그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찾아보는건 그 뿐만이 아니다. 아침 체조를 함께하는 친구들 역시 각자의 한류스타 한 명씩을 가슴에 품고 산다. 아침 체조시간이 끝나고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모두 자식 아니면 어제 본 드라마 이야기다.

지난 26년간 아시아의 보석 같은 작품과 뛰어난 신예 감독들을 발굴해 내며 신인 감독 등용문으로 주목받은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아줌마’는 한류에 푹 빠진 싱가포르 아줌마가 인생 처음으로 한국행에 도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싱가포르 합작
50대 이상의 현실적인 아줌마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한 싱가포르 베테랑 여배우 홍휘팡. (사진제공=BIFF)

 

‘한국의 김혜자’로 불리는 국민배우 홍휘팡은 “이 캐릭터를 맡고 아줌마의 특징적인 부분을 살리고자 했다. 특히 아줌마들이 보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한국에서 아줌마는 한 때 ‘오지랖과 민폐의 아이콘’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들은 미혼일 때 보다 더 몸매에 공들이고 아이들 교육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내돈내산’한 아이템들을 리뷰해서 용돈벌이를 할 정도로 경제 관념도 투철하다.

하지만 합작영화 ‘아줌마’의 림은 보통의 아줌마에 가깝다. 아들이 “나만 주려고 고기를 굽지 말라”고 타박하지만 퉁명스럽게 “음식 남기지 말라”며 남은 고기를 밥 위에 얹어준다. 집안에서 말수가 거의 없는 아들때문에 속앓이를 하지만 미국 IT회사에서 러브콜이 올 정도로 능력있는 자식이 내심 자랑스럽다. 

 

림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의 촬영 장소를 방문하기 위해 곧 한국여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들의 면접 일정이 당겨지고 혈혈단신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그곳에서 만난 가이드 권우(강형석)는 처음부터 이 싱가포르 아줌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매사에 의심이 많고 모이기로 한 도착 장소에 늦는 건 기본이거니와 못 마시는 술을 잔뜩 마셔 오바이트까지 해댄다. 결국엔 사장 몰래 들린 권우의 집에서 사달이 난다. 설날 연휴에 근무해야 하는 처지라 명절 선물을 전하러 들린 처가집에서 림이 버스에 있는 줄 알고 출발해 버린 것. 차 뒤에서 통화 중이었던 그는 버스를 따라가다 설상가상 휴대폰이 박살난다.

호텔에 도착해서야 손님이 없어진 걸 발견한 권우는 림을 찾아나선다. 그 사이 아파트 경비원(정동환)은 말도 안 통하는 림을 따듯하게 챙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게 그의 신조다. 세월이 아무리 각박해졌다지만 타지에서 길을 잃어버린 여성을 모른 체 하는 건 인간적이지 않은 일이다.

‘아줌마’는 그렇게 피 한방울 섞이지 않고 심지어 국적과 나이, 성별도 다른 세 사람의 여정을 따르는 로드무비다. 알고 보니 권우는 거금의 빚을 연체해 가정이 파탄 나기 직전이고 사채업자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을 찾으러 오다 권우가 깡패들에게 끌려가는 걸 본 림은 경비원과 함께 얼결에 그를 구출하고 유명 관광지가 아닌 한국에서의 일상을 함께하며 서로의 영혼을 치유한다. 

 

 

아줌마

 

연출을 맡은 허슈밍 감독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아줌마 간담회에서 “엄마가 실제로 한국 드라마의 열성적인 팬”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해외에서 체류할 때 전화를 하면 거의 드라마 이야기를 하더라. 나이 들어서 어머니와 나의 삶을 조명하고 나를 돌아보고 싶었다. 엄마란 정체성외에도 인생이 있는데 특정 나이에 이른 여성들에게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중심을 잡는다면 강형석은 물 만난 물고기 같은 팔딱거리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극 중 림은 상처 많고 외로운 권우의 아픔을 유일하게 눈치채는 인물이다. 인생의 수많은 경험과 역경으로 수다스럽고 능글맞은 그의 활달함 속에 흔들리는 영혼을 다잡아준다.

‘아줌마’가 국내 개봉할지는 미지수지만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닌 숨은 진주를 찾는 역할에 여전히 충실함을 여지없이 증명한다. 영화제 기간인 8일 오후 2시 영화의 전달 시네마테크, 12일 오후 9시 CGV센텀시티 7관에서 상영된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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