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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반복되는 역사 그리고 격변기를 살아낸 사람들…“두 번째 표현되는” 뮤지컬 ‘모래시계’

입력 2022-06-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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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우석 역의 최재웅(왼족)과 태수 조형균(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원작은 같아서 큰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표현하는 방식이나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죠. 몇만편, 몇십만편의 ‘햄릿’이 있듯 이제 두 번째로 표현되는 ‘모래시계’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 초연에 이어 5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모래시계’(8월 14일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도 우석을 연기 중인 최재웅은 5월 31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달라진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창작 뮤지컬을 좋아해서 저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창작 뮤지컬을 선택한다”며 “더불어 초연 때 개인적으로 모자라다고 느낀 부분을 재연에서 잘 마무리지어보고자 했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뮤지컬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혜린 역의 나하나(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방영돼 ‘귀가시계’라 불릴 정도로 사랑받았던 故김종학 연출, 송지나 작가, 최민수·고현정·박상원·이정재 등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삼청교육대, 제5, 6공화국, 동일방직 사건, 부마 민주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의 격변기를 관통하는 세 친구 박태수(민우혁·온주완·조형균,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윤혜린(나하나·박혜나·유리아), 강우석(최재웅·남우현·송원근)과 정경유착의 핵심 인물인 혜린의 아버지 윤재용 회장(정의욱·황만익), 태수의 친구이자 야망가 이종도(이율·임정모), 사건과 시대의 기록자인 기자 신영진(김수연·송문선) 등의 이야기다. 

 

뮤지컬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태수 역의 온주완(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두 번째 시즌에 새로 합류한 김동연 연출은 “이번 시즌에서 집중한 건 ‘이 방대한 드라마를 뮤지컬로 어떻게 표현할까’였다”며 “사건을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워 장면과 가사로 편집해 무대 안에서 즐기면서 보실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뮤지컬 ‘모래시계’를 준비해온 박해림 작가는 “이번 시즌에서는 드라마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지키면서 캐릭터 간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그 과정에서 혜린을 지키는 보디가드 재희를 과감하게 삭제해 세 친구들의 관계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우석 역의 송원근(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역시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박정아 작곡가는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분들이 새로 만든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세 캐릭터를 부각시킬 넘버 그리고 태수와 우석, 태수와 혜린 등의 관계에서 교차점이 생기는 넘버를 고민했다”고 부연했다.

태수 역의 민우혁은 “무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태수에만 집중했다”고, 온주완은 “지나간 과거는 어쩔 수 없지만 다음을 어떻게 살 건지가 더 중요하다는 태수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조형균은 “마지막에 태수가 ‘끝까지 살아라’라며 던지는 질문 하나”가 뮤지컬 ‘모래시계’의 강점이라고 꼽았다.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태수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태수는 그런 상황에서 끝까지 살아남지 못하지만 다음 세대에게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인물 같아요. 그 메시지에 ‘나라면 어땠을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죠. 3명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시대가, 역사가 반복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혜린 역의 박혜나는 “아픈 그 시대를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너무 잘하고 싶은 작품”이라며 “우리는 역사적으로 힘든 일을 쉽게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같이 아파하고 기억해주기를 바랐다”고 털어놓았다.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햬린 역의 박혜나(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혜린은 작품 속에서 사회를 변화시킬 장부를 전해주면서 시대의 아픔과 슬픔, 억울함 뿐 아니라 그걸 뚫고 나가려는 이들이 있었음을, 우리는 그것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기억해야한다는 것을 말하는 사람이에요. 젊은이들에게 그 시대와 그들의 울분과 억압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런 중에도 주체성을 잃지 않고 목숨을 잃으면서 한 누군가의 행동이 변화를 이뤘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어요. 우리 역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 하는 노력들이 언젠가는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잃지 말자고 얘기하고 있죠.”

유리아는 혜린에 대해 “영웅이 아니어서 좋았던 것 같다”며 “큰 사건과 힘든 일이 있을 때 모두가 앞장 서서 영웅이 되지는 못한다.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혜린이가 그런 여러 입장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밝혔다. 

 

뮤지컬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혜린 역의 유리아(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모두가 유관순 열사가 될 수 없는 것처럼요. 어렵고 힘든 시대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옳은 선택이 아니어도 실수를 바로 잡으려는 용기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혜린은 그런 개개인의 삶이 가진 많은 공통분모를 보여주는 캐릭터여서, 멋있게만 표현되는 캐릭터가 아니어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나하나는 “혜린을 비롯해 태수, 우석은 부끄러움이라는 정서가 깔려 있는 인물들”이라며 “부끄러움이라는 정서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인물들”이라고 전했다.

“혜린이는 시대에 맞서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실패한 듯도 보이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인물이에요. 본인 의지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과 환경, 아버지까지도 부끄러움이라는 정서를 가지고 잘못된 선택을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선택으로 바꾸는 동력으로 삼는 걸 보면서 마음이 끌렸죠.” 

 

뮤지컬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우석 역의 남우현(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모래시계’에 대해 우석 역의 남우현은 “모래알 여럿이 모여 변화를 이루는, 잊지 말아야 할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김동연 연출은 “추억 속이 아닌 무대에서 살아 숨쉬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 세대가 저희 세대에게 넘겨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를 뮤지컬 ‘모래시계’를 만든 저희가 받았고 저희는 관객들에게 또 다시 넘겨주기 위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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