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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관에서 눕고, 연주듣고, 요가까지!

[이희승 기자의 수확행] CGV,피아니스트 윤한과 침대 영화관 콘서트 성료
국내 멀티플렉스들, 몸집 줄이고 내실 기하며 변신 꽤해
코로나19 이후 프라이빗관 매출 증가

입력 2022-04-12 18:30 | 신문게재 2022-04-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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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영화관의 음향시설로는 만날 수 없는 라이브가 진행된 콘서트 현장.(사진제공=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

  

영화관이 변하고 있다. 단관 시대를 거쳐 극장 관객 2억명 시대를 맞아 극장들은 각종 문화를 즐기는 컬처플렉스로 변신을 꾀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3년차에 접어들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수가 오미크론 확진자 수 보다 적은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극장의 무한 변신이 계속 되고 있다.

 

지난 10일 용산 CGV에서는 ‘윤한과 함께 하는 잠자는 침대 영화관 콘서트’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평범한 좌석 대신 침대가 마련돼 있는 ‘템퍼시네마’는 침대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와 협업해 지난 2015년 처음으로 CGV에서 선 보인 프리미엄관이다. 


신발을 벗고 누워서 본다는 이점도 있지만 이제는 OTT가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만큼 ‘굳이 이 돈을 주고 여기서 영화를 봐?’란 생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윤한은 불면증을 겪은 아내를 위해 직접 작곡과 연주앨범을 발표했을 정도로 국내에 생소한 ’수면 음악’의 대가다. 나 역시 수면장애를 겪고 있기에 이 콘서트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수확행2
누워서 보는 피아노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사진=이희승기자)

그런 점에서 점심과 저녁이 제공되는 12시와 7시 공연이 아닌 4시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했지만 오롯이 음악을 즐기고픈 욕구가 컸기 때문이다. 사실 ‘과연 잠을 자겠어?’라는 의심도 없지않았음을 고백한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상영관에 들어가니 그랜드 피아노가 떡 하니 놓여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까멜리아(동백꽃)가 화려하게 그려진 이 피아노는 오스트리아의 명품 피아노 브랜드 ‘뵈젠도르퍼’(Bosendorfer)가 오직 18대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2억원의 가격이 넘는 작품으로 국내에 단 1대만 들어온 귀한 '작품'이었다. 각 피아노마다 리미티드 숫자가 쓰여져 있는데 ‘윤한과 함께 하는 잠자는 침대 영화관 콘서트’에 동원된 피아노는 그 중 마지막 만들어진 18번이다. 

 

4시 10분에 시작된 콘서트는 하얀 셔츠를 풀고 피아노에 앉은 윤한의 연주로 시작됐다. 콘서트의 첫곡은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즉흥곡으로 시작한다고 하니 단 한번밖에 들을 수 없는 연주다. 그는 4개의 영화를 직접 골라 극 중 흐르는 명곡들을 라이브로 들려줬는데  ‘노팅 힐’ ‘라라랜드’ ‘본 투 비 블루’ ‘시네마 천국’ 등 다양한 작품의 OST가 그의 손끝에서 다양하게 변주됐다. 

 

콘서트의 정점은 그가 직접 작곡한 음반 ‘Sleeping Science: THE SLEEP’ ‘Sleeping Science : THE NATURE’를 듣는 순간이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벅차오르는 감동의 도가니에 빠트린 그는 “누워계신 템퍼 침대를 무중력 모드인 G로 셋팅해 놓고 편안히 눈을 감으라”고 하고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 

 

풀벌레와 물소리가 곁들여진 편안한 피아노 연주가 들리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조명이 영화관 천장을 비췄다. 그러고 보니 영화관에서 이렇게 발 뻗고 잔 기억은 전무하다. 연인 사이라면 이렇게 뚫린 공간(?)에서 나란히 누워있는 스릴이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부부사이라면 없던 애틋함도 생길 만큼 아늑함은 ‘템퍼시네마’만의 장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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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만 관람하는 회차는 5만원이다. 웰컴 드링크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고, 고메 팝콘과 초콜릿은 퇴장할때 받아 득템한 기분이다.(사진=이희승기자)

  

어두웠던 영화관의 조명이 켜진 걸 느낀 건 관객이 반쯤이나 빠져나간 뒤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 ‘어느 타이밍에 나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침까지 흘리며 자고 있던 나는 무안해진 마음에  (집에서도 안 개는) 제공된 담요를 서둘러 정리했다.

 

콘서트 직후 만난 윤한은 “이번 콘서트는 약 1년 전부터 준비해온 프로젝트다. 영화관에서 연주를 하는 게 드물기도 하지만 이 곳에서만 소화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콘서트라 흔쾌히 참여했다”고 말했다. 수면과 음악의 상관관계를 3년 간 연구해 온 그는 “이 음반은 수면 관련 알고리즘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수면음악’에 가깝다”면서 곧 관련 논문 3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공연은 윤한의 전문 공연팀이 직접 사운드와 조명을 맡고 윤한이기에 제공되는 세계 정상급 피아노까지 동원된 특별 케이스라고. 자신의 음악을 듣고 지금은 아내도 딸도 건강하게 푹 잔다고 전한 그는 “수면시장을 겨냥하고 한 시도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대중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다시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며 색다른 도전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객석에서 만난 이정우(44)씨는 “음악계통의 일을 하지만 이번 콘서트는 기대 이상이었다. 4가지 영화의 OST를 직접 들으니 그 영화를 볼 때의 추억도 생각났다”며 “악기의 생울림을 영화관에서 느끼는 틀을 깬 기획이 신선했다. 간만에 힐링을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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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매트리스지만 목의 각도와 발, 앞 뒤로 움직이는 방식이 편리함을 더한다.(사진=이희승기자)

그동안 국내 3대 멀티플렉스는 예정됐던 신규 지점의 출점을 미루고 기존 극장 운영 방식을 크게 바꾸면서 감염병 시대에 맞는 상영 환경 조성에 힘써오고 있다. 

 

CGV는 프리미엄  ‘템퍼시네마’ 상영관을 최근 CGV 판교와 CGV 여의도에도 추가로 선보였다. CGV 템퍼시네마 상영관은 프라이빗 상영관의 수요가 늘어난 것을 계기로 5년 만에 두 지점에 새로 문을 연 것이다.   

 

윤한 콘서트는 고객들의 변화된 욕구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총 150석 중 118석이 팔리며 평균 78.6%의 호응도를 보였다. 지난해 열린 ‘아트가이드와 함께하는 400년의 서양미술사’를 포함한 다이닝 프로그램 실적은 83%에 육박한다.

 

CGV CDC파트의 윤단비씨는 “이번 불황을 겪으며 콘텐츠와 다이닝을 결합하는 새로운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니즈를 확인했다”면서 “2주 후에는 씨네드쉐프에서 헬스푸드를 먹고 아로마테라피와 요가를 결합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큰 스크린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가 개봉하거나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된 이색 체험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는 행위여야 기꺼이 지갑을 여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시네마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상영관인 시네패밀리, 샤롯데프라이빗 역시 팬데믹 이전보다 이용률이 되려 늘었다. 4~6인 관람 부스를 별도로 마련한 독립형 공간이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제격이다. 2021년 기준으로 일반관석의 경우 16.1%에 그쳤지만 샤롯데프라이빗은 34.3%로 월등히 높은 좌석점유율을 보였다. 

 

메가박스도 다양한 특별관을 운영하며 코로나 시대의 영화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그 중 메가박스의 프라이빗 더 부티크는 대관 전용 극장으로 관람객을 위한 프리미엄 어매니티와 코트 체크, 스타일러, 미니 바 등 전담 룸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 극장에서 영화만 보는 시대는 갔다. 바이러스는 비대면의 시대로 우리를 궁지에 몰았지만 역으로 플랫폼의 진화를 이끌어냈다. 앞으로 영화관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걸 그들 스스로가 직접 증명하고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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