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이슈&이슈

[비바100] 유명 감독의 추락? 혹은 무고...'진실공방'

[별별 Tallk]

입력 2021-11-04 18:00 | 신문게재 2021-11-05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서대문

유명 영화감독이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의혹에 휘말렸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성 A씨는 영화감독 B(남)가 자신을 성폭행(강간치상 혐의) 했다며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03년 10월께 현지에 방문한 B 감독을 지인의 소개로 만나 술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던 중 B 감독이 자신을 호텔 방으로 따로 불러 성폭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A씨는 피해 기억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다 올 초 귀국해 B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고소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 A씨는 고소장에서 “B씨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거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타지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며 “국민감독인 B씨를 고소하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파렴치한 성범죄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함께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B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그 호텔에서 제 팔을 잡아 끌고 침대로 저를 데리고 간 것, 그 성폭행 부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B 감독은 “저는 왜 반대로 기억하고 있나”며 “(호텔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데 A씨가 들어온 걸로 기억하는 건 가짜를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이 성폭력 관련해서는 A씨도 잘 아시지만 민감하잖아요”라며 “하루아침에 기사가 나오는 순간 저는 박원순이나 말씀하신 김기덕이나 이런 사람이 되겠죠, 그렇죠?”라고 되묻는 내용이 담겨있다.

 

11톡톡_01

B 감독은 이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서 18년 만에 전화를 받았고 사과하라는 말에 대응하다 보니 나온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B 감독은 A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맞고소한 상태다. B 감독의 맞고소에 A씨의 법무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고소 전 연락해 사과를 요구한 것만으로 협박이 성립하지 않고 허위사실로 고소한 것이 아니기에 무고도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사건은 18년 전 발생해 당시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 10년이 넘었지만 A씨가 B 감독으로부터 선물 받은 속옷 등을 제출하는 등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 2023년 10월까지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3항은 ‘DNA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을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고 규정한다.

이에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앞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감독들에 대한 제재 및 의무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성폭력 감독들에 대한 DGK 측의 제재는 ‘3년간 조합원 자격 정지’였다. 성폭력 가해자인 동료 감독을 옹호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다. 업계에서는 스태프 성추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뒤 드라마 ‘홈타운’을 통해 필명으로 복귀한 조현훈 감독의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하지만 B 감독에 대한 고소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보다 강력한 제제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 영화계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게 배우와 감독 리스크라는 말이 있다”면서 “우스개소리로 캐스팅 보드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게 학교폭력 유무와 이별 체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예전엔 티켓파워와 연출력, 장르별 흥행 척도를 가늠했다면 최근작 3편 정도의 현장 스크리닝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한편 B 감독은 성폭행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