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문화 > 영화

[BIFF2021] 올해 부산에서 단 한편만 봐야 한다면!

레오 까락스의 귀환, 영화 '아네트'

입력 2021-10-09 14:23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아네트스틸
미친연기력이란 이런것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아담 드라이버.(사진제공=BIFF)

 

프랑스 감독이 만든 미국식 뮤지컬 영화란 이런 것일까. 영화 ‘아네트’가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취재진들에게 첫 공개됐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 수상을 안은 영화로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연을 맡았다. 국내에서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레오 까락스 감독이 처음 영어로 연출해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신선하다. 흡사 관객들에게 하는 말처럼 “핸드폰도, 웃음도, 숨도 모두 참으라”고 시작하는 장면은 주인공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의 직업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는 오페라 가수 안과 사랑에 빠진 상태. 웃음으로 세상을 구하는 헨리와 작품의 비극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에서 매일 죽는 안은 그렇게 사랑에 빠진다.
 

아녜트
영화 ‘아네트’의 공식포스터.(사진제공=BIFF)

‘아네트’는 흡사 과거 ‘라라랜드’의 프렌치 러브스토리를 보는 듯하다. ‘라라랜드’가 시원하게 얼린 차가운 맥주 같다면 ‘아네트’는 화이트 와인에 가깝다. 감미롭고 진한 레드 와인같은 몇 장면을 빼고는 리드미컬한 리듬에 비극을 적절히 섞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딸 아네트를 낳는 과정까지 할리우드의 파파라치 잡지를 화면에 옮긴 듯 보여주는 것도 신선하다. 흡사 레오 까락스 감독이 ‘자, 너희는 이런 것에 익숙하지?’라며 친절함을 베푸는듯 싶다. 하지만 그 심연에 깔린 감정은 프랑스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에 가깝다. 

 

비틀스가 인정한 미국 밴드 스팍스(SPARKS)의 론 마엘, 러셀 마엘 형제는 ‘아네트’의 음악을 샹송에서 관능을 뺀 흡사 마티니 같은 음악을 영화 곳곳에서 들려준다.


분노가 주체되지 않는 남자와 그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여자. 흔한 서사인듯 보이지만 배우들이 물만난듯 펼쳐보이는 연기가 영화라는 장르에 오페라와 연극, 거기다 뮤지컬까지 완벽히 녹여냈다. 

 

두 사람의 딸 아네트는 또 어떤가. 분명 그 어떤 감독도 시도하지 못한 발랄함과 기발함으로 아네트를 캐스팅(?)했다. 영화 제목이지만 등장은 중반부가 훌쩍 넘어서야 등장하는 아네트의 등장은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엔딩에서 아버지인 헨리와 노래로 대화하는 짧은 장면은 긴러닝타임 내내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가 보여준 그 어떤 화음보다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처연하다. 2016년도에 ‘라라랜드’가 있다면 2021년에는 ‘아네트’가 왔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오는 26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