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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2021] 179분이어도 봐야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올해 부국제 갈라프리젠테이션 포문 연 칸국제영화제 화제작

입력 2021-10-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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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마이카1
오는 12월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한 장면.(사진제공=(주)트리플픽쳐스)

 

자그마치 179분이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제 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국내에 생소하지만 올해 BIFF에서는 연출을 맡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가장 ‘핫’하다고 볼 수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우연과 상상’으로 심사위원 대상인 은곰상을, 같은해 칸영화제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로 각본상을 받으며 일약 일본의 차세대 대표감독으로 자리잡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가진 남자와 그의 전속 운전사에 대한 이야기다. 각본가인 아내(키리시마 레이카)를 두고 연극배우와 연출을 겸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주인공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안톤 체호프의 소설 ‘바냐아저씨’를 각국의 언어로 무대에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언어로 인종도 다르지만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자신의 모국으로 각각 맡은 캐릭터를 연기한다.평온한 일상도 잠시 가후쿠는 집에서 정사를 벌이고 있는 아내를 목격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 분란은 없다. 평소처럼 다정한 아내를 아무렇지도 않은듯 껴안는 가후쿠. 

 

두 사람은 19년 전 폐렴으로 잃은 네 살짜리 딸을 가슴에 묻은 뒤로 삶의 기쁨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고통의 반려자’로 완벽하게 공존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결연하게 뭔가를 이야기하려는 아내를 피해 늦은 시간 귀가한 주인공의 두려움 뒤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아내의 장례식장면이 이어진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작은 극단에서 또다시 ‘바냐 아저씨’의 공연 연출을 맡게 된 가후쿠는 자신에게 배속된 여자운전수를 만난다. 오랜시간 자신의 손에 길들여진 빨간색 사브 자동차를 누구의 손에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어딘가 어두워보이는 운전사의 솜씨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우연히 자신의 딸이 살아있다면 같은 나이임을 알고는 마음을 열게 된 그는 죽은 아내의 마지막 정부였던 TV스타가 자신의 연극에 지원한 사실을 알게 된다. 

 

드라이브마이카
주인공 역할을 맡은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하루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지적인 초식남의 전형을 보여준다.(사진제공=(주)트리플픽쳐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오르가즘을 느낀 후 영감을 받아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아내의 이야기로 포문을 열고 중반부 부터 원작자인 하루키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다. 러시아 거장의 소설과 일본 국민 작가의 작품이 한 화면에 섞이는 이질감을 봉합하는 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힘이다. 지나치게 상상력을 더하거나 과하게 변주하는 무모함보다 차분하게 하루키의 문장을 화면에 부활시킨 느낌이다.

영화는 한때나마 아내를 공유했던 두 남자가 한 무대에서 만나고 그 주변의 극단사람들을 통해 인간이 가진 질투, 외로움, 상처, 내면의 어두움을 어루만진다.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만 완벽한 타인인 부부와 다양한 외국어는 물론 수화까지 습득한 사랑꾼, 나이와 성별을 떠나 자신만의 언어를 하는 사람들이 ‘바냐아저씨’를 통해 울고 웃는다.

배경의 대부분은 일본이지만 ‘드라이브 마이 카’의 상당부분은 한국에 기대있다. 3명 이상의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고 운전사 와타리 역의 미우라 토코 역시 영화의 말미 한국에 정착한 장면이 나온다. 

 

국내에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일드 팬들에게 익숙한 미우라 토코는 시종일관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거의 대부분 운전대를 잡은 상태지만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그가 마지막 진도믹스로 보이는 반려견과 영종도 해안도로를 달리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희망적이다. 삶은 계속돼야 한다고.

 

BIFF가 왜 이 영화를 올해 갈라프리젠테이션으로 넣었는지 가늠될 정도로 탁월한 선택이다. 긴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은 올해 부국제의 보물인 건 틀림없다. 12월 개봉 예정.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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