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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수백개 레이어의 중첩으로 상상을 뛰어넘어! 에릭 요한슨 “Trying! Failure! Getting Start!”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2019년 ‘Impossible is Possible' 이후 두 번째 대규모 전시 'Beyond Imagination'으로 내한
중첩된 수백개의 레이어로 표현되는 상상의 세계, 코로나19로 영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감을 얻다!
대표작 'Full Moon Service' 'Impact' 외 신작 10점 선보여

입력 2021-09-24 18:30 | 신문게재 2021-09-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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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한슨
에릭 요한슨(사진=이철준 기자)

 

“이제는 파악이 됐지만 처음 한국 전시를 했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내가, 내 작품이 이렇게까지 사랑받는다고?’ 프랑스에서 전시를 하면 제 작품보다는 와인에 더 관심이 많은데 한국은 정말 저에게, 제 작품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죠.”

한국에서의 두 번째 대규모 전시 ‘비욘드 이매지네이션’(Beyond Imagination, 10월 30일까지 63ART 미술관) 개막에 맞춰 내한한 스웨덴 출신의 에릭 요한슨(Erik Johansson)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2019년 첫 한국 방문 당시를 떠올렸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임파서블 이즈 파서블’(Impossible is Possible)로 한국과 아시아에서 첫선을 보인 그는 한국 미술애호가들이 열광하는 작가다.

 

◇중첩된 수백개의 레이어로 표현되는 상상의 세계

에릭 요한슨
에릭 요한슨(사진=이철준 기자)

“한국에서 전시를 하면 존중받는 느낌을 받아요. 상상력에 대한 그리고 상상력에 의한 제 작품을 잘 알아봐 주시거든요. 한국 관람객들의 상상력이 풍부해서 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전시할 때는 좀더 창의적이고 퀄리티 높게 표현되는 게 좋아요.”


오브제들을 일일이 촬영해 200~400개의 레이어들을 중첩한 그의 작품들은 보기에 따라 전혀 다른 형상을 띠는 상상력의 세계이자 ‘아이다움’을 간직한 작가와 관람객들의 숨바꼭질이다.

침대에서 자고 있는 이의 얼굴 주변으로 다양한 전구들이 배치된 신작 ‘아이디어 컴 앳 나이트’(Ideas Come at Night)는 1년 6개월 동안 서로 다른 모양의 전구 30여개를 모아 촬영해 완성한 작품이다.

“저는 잘 때 꿈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해요. 일어나자마자 잊거나 기억이 나 스케치를 하지만 좋지 않은 경우들도 있죠. 다양한 아이디어가 자면서 떠오르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외국에서 아이디어는 전구로 표현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건 제 얘기죠.”

그의 작품들은 초현실적인 판타지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들이 레이어드되지만 삐꺽거리기 보다는 잘 어우러져 보는 사람에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서곤 한다. 전시장 전체를 미로처럼 꾸린 ‘비욘드 이매지네이션’에 대해 그는 “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구분이나 균형보다는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뻗어 나가는 데 중점을 두기는 했다”고 소개했다.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신작 중 가장 많은, 400여개의 레이어가 쓰인 작품이 ‘팔로 더 패스’(Follow The Path)와 ‘세컨드 애틱’(Second Attic)이에요. 위에서 보거나 아래서 봐도 똑같은, 바닥이 천장이 되고 천장이 바닥이 될 수도 있는 작품들이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라 소재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찍어 포토샵으로 붙이는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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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한슨의 신작 중 400여개의 레이어로 구성된 ‘Second Attic’(사진=허미선 기자)

 

“제 작품에서는 제목이 매우 중요하다. 제목이 주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해 짓는 데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라는 그의 말을 빌자면 “작품들의 메시지는 제목에 담겨 있다.” 에릭 요한슨은 “제가 뉴스나 일생생활에서 접하고 경험한 세계, 현상, 바람, 개인적인 감정, 의견 등을 담고 있다”며 “특히 ‘임팩트’(Impact), ‘풀문서비스’(Full Moon Service) 등 이중적인 제목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임팩트’에 대해 “물리적인 충격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거울로 표현한 호수와 깨진 유리에 담긴 환경파괴, 오염 등에 대한 충격이기도 하다. ‘풀문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풀문’은 보름달을 의미하지만 ‘풀 문 서비스’는 ‘달에 대한 모든 서비스’기도 한 것처럼”이라고 부연했다. 

 

‘임팩트’ 속 호수는 그가 살던 스웨덴 고향 근처에 실재하는 곳으로 그 위에 떠 있는 보트는 실제 그의 아버지 소유이며 노를 젓는 이는 고교동창이다. 더불어 호수를 표현하는 데 쓰인 거울은 고향에 있던 헬스장이 폐업하면서 내놓은 것을 재활용해 표현했다. 이처럼 그의 작품에는 그의 일상과 추억, 공간, 지인들, 그의 감정들 그리고 그에 대한 정보들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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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한슨의 ‘Full Moon Service’ 포토존(사진=허미선 기자)

 

“하지만 제목은 제 생각의 힌트일 뿐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정답 제시가 아니거든요. 제 작품을 통해 저마다의 세계를 만들고 상상력을 끌어내는 거죠. 전시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제 이야기에 주목하기 보다는 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1년에 많아야 10개의 신작을 작업한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 ‘아이디어 컴 앳 나이트’ ‘팔로 더 패스’ ‘세컨드 애틱’을 비롯한 10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그 10편의 신작과 잘 어울리는 기존 작품 선정에 신경 쓴” 전시라고 ‘비욘드 이매지네이션’을 소개한 에릭 요한슨은 “신작들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맞게끔 영감을 받아 작업한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영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감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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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에서 영감을 얻는 신작 ‘Stuck Inside’(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신작 중 여자 머리에 갇힌 사람을 표현한 ‘스턱 인사이드’(Stuck Inside)는 코로나 팬데믹이 막 시작될 때 영감받아 완성한 작품이에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계획돼 있던 여행들이 취소 되고 (현재 주거하고 있는) 체코 프라하에 발이 묶여 지냈던 기분을 표현했죠. 제 머리 속에 제가 갇힌 기분이었거든요. 프라하에 갇혀 코로나19로 영감을 못받는 상황에 영감받아 완성한 작품이죠.”

환경문제, 보기에 따라 안팎·위아래로 보이기도 하는 풍경 등 사회현상을 비롯해 자신의 경험, 일상생활, 뉴스에서 본 것들 등에서 영감을 받는 그에게도 코로나19는 적지 않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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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한슨(사진=이철준 기자)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다양한 곳을 방문하기 어려워졌고 행동반경을 줄여야만 했죠. 오히려 그 상황을 기회 삼아 프라하와 가까운 곳을 둘러보게 됐어요. 보통은 스토리텔링을 중시해요.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해서만큼은 스토리텔링 보다 상황표현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한된 생활, 멀어진 관계, 만나기 어려운 가족들 등 상황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그리곤 “그 스토리를 관람객들 각자가 만들 수 있도록 ‘마법’을 건 작품들”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아직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 건 아니다. 이 전시회 후 발표되는 것들이 코로나19에서 영감받아 완성된 작품들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깨져 조각난 바다, 환경파괴 및 오염에 대해 경고하는 물고기들, 풍선을 들고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 혹은 새로운 세계에서 돌아오는 사람, 특수 제작된 거대 족집게로 별을 따는 혹은 붙이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집의 안 혹은 밖 등 보기에 따라 전혀 다른 메시지와 현상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은 코로나19로 불확실한 시대를 살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얽혀 들거나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거나 그 끝을 상상하는 지금 사람들의 머릿속 같기도 하다.

“현재까지의 작품들은 이미지들로 멈춰 있었죠. 공개 안된 신작은 영상작업을 시도 중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부분은 이미지로 멈춰 있고 파도나 바다는 영상으로 움직이는 식이죠. 아직은 배우면서 시도 중이에요.”

 

이어 “(차기작 중에는) 초현실적인 세계, 관계에 대한 작품도 있으니 기대해 달라”는 그는 빠르면 9월 중순 완성될 신작 ‘스테이 웜’(Stay Warm, 가제)에 대해 귀띔하기도 했다.

 

에릭 요한슨
에릭 요한슨(사진=이철준 기자)

 

“밤을 만들어내는 공장에 대한 작품이에요. 연기에서 밤이 만들어지는데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움직이는 요소로 표현될 것 같아요. ‘야간근무’ 느낌의 제목도 고민 중이죠. 이 작품의 제목이 ‘야간근무’가 된다면 ‘주간근무’로 작품을 하나 더 만들지도 몰라요. 낮을 만드는 공장이요. 이 작품이 완성되면 한달에 하나씩 신작을 출시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시도로 세상에 선보일, “스스로도 기대하고 있는” 차기작과 그의 상상력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무한확장 중이다.


 

에릭요한슨
에릭 요한슨(사진=이철준 기자)

◇그가 전하는 3가지 ‘시도’ ‘실패’ ‘실행’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은 3가지죠. ‘Trying is The Best Way Learning’ ‘Failure is Natural Process’ ‘Getting Start’.”

에릭 요한슨은 스페인의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네덜란드의 M.C. 에셔(M.C. Escher), 벨기에 르네 마그리트(Rene Maritte) 등 초현실주의 화가, 그래픽 아티스트 등에서 영감 받아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착시를 부르는 원근법, 시간의 흐름에 대한 표현들, 부조리한 세상과 사회를 담는 방법 등 그의 작법들은 앞서간 예술가들로부터 영감받은 것들이다.

그가 그랬듯 그로 인해 예술가를 꿈꾸거나 자신의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될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시도’ ‘실패’ ‘실행’을 강조했다.

“성공과정에 지름길은 없어요. 직접 해보는 것 뿐이죠. 그래서 시도는 가장 좋은 공부예요. 그리고 실패는 누구나 겪는,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죠. 실패를 두려워 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저 역시 전시에는 최고의 작품들을 내놓지만 실패작들도 많아요. 보여지지 않을 뿐이죠. 그러니 실패에 너무 겁먹지 말기를 바라요.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환경이 만들어지면’ ‘지금 할 일을 끝내놓고’ ‘좀 더 상황이 나아지면’ 등의 전제를 달아 ‘나중에 해야지’라고 하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나중에 해야지’라고 생각하기 전에 일단 시작하세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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