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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문화예술로, 영상으로, 여행으로…따로 또 같이 신현길·장우정·박주언이 꿈꾸는 창신예술촌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문화예술로, 영상으로, 여행으로…따로 또 같이 신현길·장우정·박주언이 꿈꾸는 창신예술촌
뭐든지하우스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 종로여가의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이자 종로사경 상임이사,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②

입력 2021-09-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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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장우정 신현길 박주언
창신동 레볼루션을 꿈꾸며 삼각편대를 이룬 사회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뭐든지하우스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창신동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청년들을 위한 놀이터는 물론 취업까지를 창신동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싶어요.”

박주언 종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이자 종로구 사회적경제네트워크사회적협동조합(이하 종로사경) 상임이사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몸 담고 있는 종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종로사경은 물론 신현길 대표의 아트브릿지와 뭐든지하우스, 장우정 대표의 아미스타 등이 각자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창신동 박주언
6월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사업 일환으로 투어리스트 소셜 카페 ‘종로여가’를 연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

“이미 MOU를 체결한 성균관대학교를 비롯해 배화여자대학교, 방송통신대학교 등과의 산학협력단 사업을 협의 중”이라는 박주언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올해 준비를 잘 하면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될 내년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젊은 예술인들, 공방 등을 유입시켜 ‘창신예술촌’을 만들고 싶어요. 그 바탕은 우리끼리의 연대이고 자산화죠. 그리고 그 첫 출발은 콘텐츠 융합과 협력입니다.”


◇연대와 자산화를 바탕으로 한 ‘창신예술촌’을 꿈꾸는 박주언 종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창신동 주민들이 휴식할 만한 넓은 공간, 쾌적한 카페 등이 없어요. 건물들은 노후됐고 문화소외지역이기도 하죠. 종로구는 대표적인 관광지예요. 다만 경복궁 등 화석화된 관광지죠. 동시에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로컬 개념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곳도 창신동이라고 판단했어요.”

카페 ‘종로여가’를 창신동에 마련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박주언 센터장은 종로여가를 기점으로 ‘종로문예투어리즘’을 브랜딩해 진행 중이다. 박 센터장은 “문화예술인이 투어사업의 주체가 되는 브랜드”라며 “지금까지 고정된 마을투어의 개념을 바꾼, 외국인들에게 질 높은 투어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투어가이드도 연극인들, 액터나 싱어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인들이 해오던 일을 뛰어넘어 업종 구분이 없는 유니크한 종합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투어는 수단이자 비즈니스 모델이죠. 그걸 구현할 수 있는 데가 창신동이지 않나 싶어요. 일상생활이 그리고 일상생활에 숨어 있는 문화예술 투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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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사업 일환으로 투어리스트 소셜 카페 ‘종로여가’를 연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

“시장조사, 의견수렴을 통해 넓고 깨끗한 휴게 공간, 창신동만의 프로그램 등에 대한 요구는 알고 있었다”며 “그런 공간들을 조성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해보겠다고 창신동에 들어왔던 젊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다들 나간 상태”라고 전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해요. 토박이인 장우정 대표나 마을 대소사를 죄다 꿰고 있는 신현길 대표 같은 분들이 창신동에 살고 있으니 변화의 바람은 분명 올 거예요.”


◇창신동 ‘영혼의 소방서’를 꿈꾸며…뭐든지하우스 지은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창신동 신현길
2012년 절망적인 상태에서 창신동에 매료돼 자리잡고 사회활동을 해오다 3월 뭐든지하우스를 완공하고 책방, 소극장, 예술학교,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마련한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박 센터장의 말처럼 변화를 일으켜 보겠다고 창신동에 자리잡았지만 떠나버린 사람들처럼 신현길 대표도 “나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뭐든지하우스 건립을 결심했다.

 

“저희 아트브릿지가 사무실, 연습실, 뭐든지 예술학교 등 3개 공간을 쓰고 있었어요. 그 비용이 한달에 250만원이었죠. 이러다가는 아트브릿지도 못견디고 떨어져나가겠구나 싶어 공간을 마련하자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신현길 대표는 3월 서울 종로구 창신길 119에 뭐든지하우스를 지었다. 뭐든지하우스는 젊은 건축가 강건영 소장 작품으로 신 대표 설명에 따르면 “한양도성을 본 딴 건축물”이다.

“가로세로로 돌을 쌓는 듯한 느낌으로 한양도성에 앞문이 있는 것처럼 변형하고 주변 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붉은 벽돌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주변환경과 지역 역사문화에 맞춘 건물이죠. 이곳에 건물을 지은 건 번지수가 ‘119’여서예요. 창신동 영혼의 소방서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책방에서 차 한잔하면서 책도 읽고 공연도 보면서 마음 속 고민과 불행, 부정적 감정 등을 끌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옥상에서는 창신동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죠.”

3월 완공, 5월 소극장 오픈, 7월 공유오피스 입주, 8월 책방 오픈 등을 이어오는 여정은 신 대표가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대출잔혹사”라 표현할 만하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정책융자상품인 ‘도시재생씨앗융자’와 최대치의 개인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었고 자금이 생길 때마다 소극장 의자 구입, 주거공간 및 옥상 꾸리기 등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뭐든지예술학교에서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도시문화랩에 참여하는 청년예술인 10명이 ‘뭐든지 예술 활력’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요. 뭐든지하우스 공유오피스에는 ‘십이야’ ‘캔터빌의 유령’ ‘스페셜 딜리버리’ ‘삼양동화’ 등의 공연제작사 MJ플래닛, 두명의 젊은 건축 디자이너, 공연 음향엔지니어, 대학로에 자리잡았던 책방 이음 등 문화예술기업들이 입주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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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절망적인 상태에서 창신동에 매료돼 자리잡고 사회활동을 해오다 3월 뭐든지하우스를 완공하고 책방, 소극장, 예술학교,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마련한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이처럼 창신동에 젊은 문화예술가들을 유입시키는 것은 신현길 대표, 박주언 센터장, 장우정 대표가 한목소리로 “4단계에 이르렀다” 외치는 창신동의 고령화 해소에 일조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다들 부평, 부산, 성북구 등에서 유입된 사람들이죠. 저 뿐 아니라 박주언 센터장님, 장우정 대표님도 지역에 청년 예술인을 유입시키는 활동들하고 있어요. 아미스타도 다른 구에 살았거나 일본인 등 다양한 젊은 인구 유입에 이바지하고 있죠. 당장 효과를 낼 수는 없지만 1, 2년 내에는 작게나마 효과를 볼 수 있을 테고 자연스레 동네 지역의 변화를 일으킬 거라고 생각해요.”


◇친근한 동네 형 장우정 아미스타 대표 “창신동 청년들의 기회 확대를 꿈꿔요”

 

창신동 장우정
창신동에서 나고 자라 영상전문가, PC방 형, 창작단으로 활동하다 올 3월 갤러리 및 편집샵, 스튜디오,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갖춘 아미스타를 출범시킨 장우정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원로 만화가 40인 아카이빙 등 영상쪽 일을 하면서 15년 동안 창신동에서 PC방을 운영했어요. PC방에서 동네 아이들을 많이 만났죠.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부터 군대를 가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과정까지를 지켜보며 다양한 얘기를 나눴어요.”

장우정 대표는 창신동 토박이로 동네 청소년들의 상담을 도맡아 온 친근한 ‘동네 PC방 형’이기도 하다.

“도시재생사업, 마을 이야기 등을 영상으로 아카이빙하면서 마을 활동가들, 사회적 기업가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태어나 살고 있는 제가 한번도 해본적 없는 고민을 하고 행동하는 모습, 그들과 그들의 하는 일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돼 사람들을 바꿔가고 있는지를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그럼 나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 고민 끝에 장 대표는 영상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살려 문화예술협동조합 창작단을 만들어 마을에 살고 있는 청년들, 더 나아가 외부인까지 영입해 영상 교육 및 기획, 아카이빙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창신동 청년들의 자존감 회복이에요.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안그래요. 어느 순간 그렇게 변하니 창신동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제한적이죠. 그렇게 자존감도, 자신감도 잃었어요. 제가 ‘마을활동을 같이 하자’ ‘영상기록을 함께 하자’ 등 제안을 하면 첫 마디가 ‘내가 할 수 있을까’예요.”

장우정 대표는 그렇게 “한번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해본 적이 없는” 창신동 청년들에게 “해야할 사람이 정해져 있는 일이 아니니 누구나 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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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에서 나고 자라 영상전문가, PC방 형, 창작단으로 활동하다 올 3월 갤러리 및 편집샵, 스튜디오,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갖춘 아미스타를 출범시킨 장우정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영상에 관심있는 청년들을 가르치고 함께 작업하는 등 인큐베이팅을 통해 취업을 하거나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길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계속 바뀌면 좋겠어요. 문화예술 관련 교육이든 활동이든을 향유하고 참여하면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지길 바라요.” 

 

그리고 지난 3월에는 지하 스튜디오, 1층 편집숍과 갤러리, 2층 공유오피스, 3~5층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에 신경 쓴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로 구성된 아미스타를 지었다. 현재 막바지 작업 중인 1, 2층을 제외하고는 운영을 시작한 장우정 대표는 “지역 청년, 주민 대상도 중요하지만 창신동에 들어오려고 하는 청년들, 온 지 얼마 안된 사람들, 새로 유입된 예술인 등이 정착·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아미스타 설립 이유를 밝혔다. 

 

“저는 아주 심플하게 시작했어요. 창신동에도 예쁘고 깨끗하고 안정성이 보장돼 살기 좋은 건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젊은 사람들 유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창신동은 ‘봉제거리’ ‘달동네’ 등의 정체성을 오래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다양한 문화적 공간 혹은 색다른 시각으로 마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창신동 장우정 신현길 박주언
창신동 레볼루션을 꿈꾸며 삼각편대를 이룬 사회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뭐든지하우스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

 

이어 “1층 갤러리에는 성균관대학교 예술청년들의 도시재생 관련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며 “셰어하우스 9개 중 8개는 연극하는 사람 등 외부인들이 입주해 있다. 특히 일본 분들이 주거환경과 마을 탐방 등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아미스타는 먹고 사는, 수익성 담보에 중점을 두고 세팅했어요. 취지도 좋지만 대안과 수익모델 제안이 창신동 어른신들에게도, 외부에서 유입하려는 이들에게도 중요해 보이거든요. 창신동 사람들에게 ‘여러분들도 이런 거 할 수 있어요’라고 보여주는 동시에 외부인들에게 창신동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마을도 좀 바뀌어 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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