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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주부 알뜰장터가 MZ세대 놀이터로

[공병훈의 플랫폼 이야기] 혁신 거듭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입력 2021-09-01 07:00 | 신문게재 2021-09-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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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중고시장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2년째 이어지는 팬데믹은 소비자의 구매 의지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은 침체된 경제와는 달리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공급과 소비자의 구매라는 전통적인 시장 모델과 전혀 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중고거래 플랫폼의 특별한 강점은 첫째, 놀라운 수준의 ‘비용 절감’을 실현하고, 둘째, 취미와 취향에 기반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셋째, 언제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 넷째, 누구나 공급자가 되며 구매자가 되는 사용자 참여의 ‘개방성’에 있다.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일주일에 국민 5명 중 1명이 이용하는 당근마켓은 2021년 3월 기준으로 일주일 사용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가입자 2000만명이며, 지난해 거래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쇼핑 앱 활동에서 11번가와 G마켓과 같은 커머스 앱을 제치고 전체 쇼핑 앱 카테고리에서 쿠팡에 이은 2위에 올랐다.


2021년 현재 6377개 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영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당근마켓에서 중고 상품을 구매하고 동시에 판매한 경험이 있는 회원은 93.3%다. 사용자가 대부분 판매자이면서 구매자라는 의미다.

당근마켓에서 구매자는 신상품보다 저렴하게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고 판매자는 집안에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물건을 거래해 수익을 올릴 기회가 마련된다. 당근마켓은 동네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좁은 지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모델이다. 거래 의사가 확인되면 채팅으로 상대방과 장소와 시간을 협의한다. 택배 거래의 불편함과 비용, 신뢰성 문제를 해결되고 가까운 거리에서 빠르게 직거래가 이루어져 편리하다.

2010년에 국내 모바일 최초의 중고거래 플랫폼 앱 서비스를 시작한 번개장터는 ‘취향을 잇는 중고거래’를 내세운다. 사용자 중 84%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인 플랫폼이다.

누적가입자 1400만명을 넘기고 일주일 사용자 수는 520만명 규모다. 번개장터에서 사용하는 안전결제시스템은 2018년 도입된 이후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연평균 150% 이상의 고성장을 계속해 2020년 거래액이 15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67% 증가한 액수이다.

당근마켓과는 달리 번개장터는 전국 단위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서 판매자샵을 팔로잉하고 자신의 삽을 열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방식이다. 지역과 비용을 메리트로 하기보다 취향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중시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의 중고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어 결제 안전성이 중요했다.

디지털 제품, 스니커즈, 패션 상품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 피규어, 캠핑, 골프, 낚시 등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의 한계가 없어 MZ세대 놀이터라고 불리고 있다. 취미와 취향에 기반한 상품과 서비스의 대표적 사례다.

희소성 있는 중고 상품을 수집하는 마니아들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면 해외 배송비로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간도서의 경우 도서정가제가 법으로 정해져서 할인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절판된 구간 도서의 경우에는 오히려 정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려나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저렴한 가격이 중고거래의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진화된 또 다른 모델은 리셀 플랫폼이다. 리셀(resell) 시장은 개인의 취향과 취미가 존중되어 가치로서 제안되는 특징을 지닌다.

국내에서 신발 한정판을 재판매하는 시장은 네이버의 크림과 무신사의 솔드아웃이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 크림은 가입자 수 102만명에 달하는 스니커즈 커뮤니티인 나이키 매니아를 운영하는 법인인 나매인을 올해 4월에 인수했다.

무신사의 솔드아웃에선 국내 발매가 300만원인 디올과 나이키 합작품 ‘에이조던1 레트로 하이 디올’이 지난 6월 1270만원에 팔렸다. 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화이트 블랙는 국내 발매가가 11만9000원이지만 지난 3월에 최고 59만9000원에 거래됐다.

크림과 솔드아웃 플랫폼은 모두 진품 여부를 감별하는 전문가를 두고 이용자의 거래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020세대가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고가 브랜드와 한정판 스니커즈를 소유가 아니라 경험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사고파는 행위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 이 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플랫폼을 활용한 중고거래는 매우 다양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확장되어 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는 만큼 이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능력과 감각을 가진 판매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분화, 전문화의 길을 걷고 있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모두 채워 줄 수 있는 절대 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분화된 고객의 니즈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판매자들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독특한 취향들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hobbits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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