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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쌈사페에서 ‘사운드 프로젝트’까지… 韓 음악페스티벌의 산증인, 박준흠 대표

[人더컬처] 박준흠 사운드 프렌즈 대표

입력 2021-08-16 18:00 | 신문게재 2021-08-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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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흠 대표
박준흠 사운드 프렌즈 대표 (사진제공=사운드 프렌즈)

 

1999년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개최된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이하 쌈사페)은 세기말 가장 혁신적인 축제였다. 한국판 ‘우드스톡’으로 불렸던 ‘쌈사페’는 구제금융 위기 속 우울한 청춘을 보내야 했던 X세대들에게 일종의 해방구였다.

‘쌈사페’의 초창기를 함께 했던 박준흠 사운드 프렌즈 대표는 한국 음악 페스티벌의 산 증인이다. 공대를 나와 케이블TV의 음향 및 영상 담당자로 입사했지만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당차게 사표를 던졌다. 이후 30대의 나이에 음악전문월간지를 창간하고 2000년대 초반 한국 음악 페스티벌 현장을 지켰다.

어느덧 지천명에 접어든 박 대표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내달 1일부터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리는 ‘사운드 프로젝트’ 콘서트를 통해 중장년을 위한 새로운 음악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사운드 프로젝트’ 콘서트는 중장년층 관객을 겨냥한 일종의 ‘어덜트 컨템포러리’다. 최근 논현동 ‘사운드 프렌즈’ 사옥에서 만난 박 대표는 “지금이 바로 한국에 ‘어덜트 컨템포러리’ 시장이 열릴 때”라고 말했다.

“뮤지션과 음악소비자가 동세대라는 부분에 착안했습니다. 40대 뮤지션의 음악을 10대가 소비하는 사례가 드물지만 30대, 40대는 계속 그 음악을 듣죠. 지금 한국음악시장이 10대와 20대가 장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30대~50대 음악 소비자를 위한 환경을 조성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시장이라 판단됐습니다.”

지난 2019년 가수 정태춘, 박은옥의 데뷔 40주년 기념 프로젝트 공연인 ‘정태춘 박은옥 40’ 콘서트-날자, 오리배’를 진행하며 한국의 ‘어덜트 컨템포러리’ 시장의 가능성을 엿본 게 그의 결심에 한몫했다. 당시 정태춘, 박은옥 공연은 사업단 내 추진위원들조차 반신반의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서울, 부산, 전주, 창원, 강릉, 양산, 대전, 성남, 인천, 제주 등지에서 열린 대다수 공연이 매진사례를 빚었다. 구매력을 갖췄고 문화소비욕구도 강하지만 아이돌 위주의 음악시장에서 소외된 중장년층이 주관객층이었다. ‘사운드 프로젝트’ 콘서트는 바로 이들을 겨냥한 공연이다.

공연 준비는 지난해 1월부터 착수했다. 올해 3월, 한영애, 김창기, 안치환 등 아티스트들을 섭외했다. 당초 첫 공연을 8월로 잡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9월로 공연을 미뤘다. 박 대표는 “20년간 공연 관련 업무를 했는데 찬란한 인류문명이 바이러스를 못 이겨 당황스러웠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출연진은 장르별, 세대별로 다양하다. 포크그룹 동물원의 김창기, 민중가수 안치환, 블루스의 대모 한영애, 시티팝 장인 김현철 등이 첫 주자다. 9월 1~2일 김현철의 ‘시티 브리즈 & 러브송’, 3~4일 한영애의 ‘불어오라 바람아’, 5일 김창기의 ‘잊혀지는 것’ 순으로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박 대표는 이들을 섭외하며 “아티스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중장년 가수들일수록 발표한 곡이 많다 보니 해당 가수의 히트곡 위주로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이 될 수 밖에 없어요. ‘사운드 프로젝트’ 공연에서는 각 가수의 특정 앨범을 정밀하게 조명하는 콘서트를 제안했어요. 이를테면 안치환 씨는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된 4집 위주로 공연을 하자고 설득했죠. 가수들 입장에서는 외부에서 가장 빼어나다고 평가받는 앨범 위주로 공연을 하고 싶어도 팬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고 겸연쩍을 수도 있으니 제가 멍석을 깔아드린 셈이죠.”

박 대표는 90년대 한국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던 댄스 가수들까지 ‘사운드 프로젝트’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지금 아이돌과 달리 당시 댄스 가수들은 아티스트이자 장인”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서태지씨가 ‘ETP 페스트’처럼 자신이 호스트가 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다시 도전해 침체된 한국 공연계를 부흥시키는 계기를 열어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코로나19로 대중음악공연이 ‘셧다운’ 위기에 처하면서 대중음악공연 종사자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대중음악과 영화는 예술이면서 시장이기 때문에 지원정책이 아닌 진흥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창작자들을 위한 직접 지원도 필요하지만 소비시장을 진작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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