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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 최종혁 프로듀서 ② “느슨한 연대감으로 오래오래!”

입력 2021-07-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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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플렝 오세혁 최종혁
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왼쪽)과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

 

“저희의 화두는 ‘느슨한 연대’예요. 의도적으로 느슨한 텀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해요. 무조건 네버엔딩플레이 일이 우선이 아니라 각자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충분히 하다가 오히려 절실할 때 함께 하자는 주의죠. 어차피 네버엔딩플레이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저희가 있으니까요.”

오세혁 작·연출은 “수익을 내기 위해, 회사를 유지해야하니까 공연을 올리는 ‘회사를 위한 회사’가 아니라 각자 일, 다른 장르, 매체 등의 작업을 하면서 개발할 콘텐츠들은 안정화까지 공을 들여 제대로 무대에 올릴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저희(오세혁·최종혁·윤상원·변영진·김세한)가 자체적으로 적립해 둔 지원금도 있고 공공 창작지원을 받은 것들도 있어요. 공연계 어르신들께 자문도 받고 있고 투자사와 제작사, 공공극장, 재단 등을 열심히 만나 적절한 데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죠.” 

 

네버엔딩플레이 오세혁
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사진=이철준 기자)

이어 “제가 어떤 것을 애정하는만큼 다른 사람한테도 애정을 바라면서 멀어지거나 스스로도 상처가 되고 상대에게 미안하기도 한 경험들을 너무 많이 했다”며 “그래서 저희의 최고 화두는 느슨함”이라고 덧붙였다.



◇느슨한 연결망을 가진 플랫폼을 꿈꾸며

“네버엔딩플레이 멤버들은 다 자기 극단이나 팀이 있고 각자 하는 일들이 있어요. 그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접점을 넓혀서 함께 할 좋은 작업이 있으면 다른 곳을 바라보며 기다리지 말고 여기서 씨앗을 심자는 의미예요.”

그리곤 오세혁 작·연출은 “그러기 위해서 저희 혹은 자체제작 작업은 ‘빨리 빨리’하고 개발 단계의 창작자들 작품은 2, 3년에 걸쳐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며 “초반에야 과도기도 겪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느슨한 연결망을 가진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한 기업과 공동개발 중인 웹툰 드라마도 있고 내년에 공연될 5편 정도는 이미 라인업돼 있어요. 그렇게 영역을 확장시켜가지만 공연이 일순위이고 이 연습실이 베이스캠프예요. 수익을 내기 위해 아끼고 아끼기 보다는 영역을 확장하고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 일하고 그 결과물을 투자하려고 해요.”

최종혁 프로듀서 역시 “최후의 보루, (어려울 때 돌아와도 되는) 집 같은 곳이 되면 좋겠다”며 “느슨한 소속감 혹은 연대이다 보니 창작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할 예정”이라고 말을 보탰다. 

네버엔딩플레이 오세혁 최종혁
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왼쪽)과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

 

“어떤 분은 모든 걸 네버엔딩플레이랑 같이 하고 싶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은 하던 일을 먼저 하고 ‘함께 하는 작품할 때 다시 올게요’ 할 수도 있어요. 그 모두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네버엔딩플레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뢰와 배려’다. 최종혁 프로듀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가 있어서 저희가 하려는 작업들, 작품개발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세혁 작·연출은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화되고 있는) 요즘 같은 때는 더 그런 것 같아요.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면 좋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넷플릭스로 더 많이 보기도 하죠. 하지만 공연은 공연장으로 와야하잖아요. 관객들이 복잡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와준다는 게 너무 고맙고 그 발걸음 앞에서 진심이 아니면 안될 것 같고 그래요.”


오세혁 작·연출은 느슨한 연대와 신뢰, 진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네버엔딩플레이의 미래에 대해 “포부가 크거나 개선을 외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작은 버스 정거장”이라고 표현했다. 최종혁 프로듀서 역시 “저희가 하려는 작품들은 흥행, 대중성 등 다른 것보다 창작진이 정말 하고 싶고 만들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라며 “너무 빨리 달리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네버엔딩플레이 최종혁
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

“3년, 5년 안에 빠르게 성장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50년이 지나 저희가 늙은 후 젊은 창작자들이 이어받아도 큰 문제없이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어요. ‘뉴웨이브’ 운동이라기보다 창작진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끝나지 않을 드라마의 시작 ‘조선변호사’와 ‘아르토, 고흐’

“모든 개발과 창작을 저희가 다 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공 들여 잘 만들어야 하죠. 저희가 3년 안에 30여명 창작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건 그래서예요.”

그 예가 네버엔딩플레이의 첫 작품으로 제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창작지원작에 선정된 김세한 작가, 윤상원 연출의 ‘조선변호사’와 곧 개막할 첫 장기 공연 ‘아르토, 고흐’(8월 6~10월 3일 유니플렉스)다. 최종혁 프류듀서는 ‘조선변호사’에 대해 “김세한 작가가 군복무 중 쓴 글을 휴가를 나와 2019년 콘텐츠진흥원 스토리공모대전에 지원해 당선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조선변호사’는 조선독립과 2.8독립선언, 박열·가네 후미코 사건, 김시현 폭탄투척사건 등의 변호인으로 법정에 섰던 일본인 후세 다츠지(안재영)의 이야기다. 그에게 박열(이규학)의 변호를 부탁하는 후미코(금조), 조선인이지만 일본 가정에 입양돼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검사가 된 카누치(박시원) 등이 시대의 아픔과 정의를 이야기한다.

“‘조선변호사’는 좀 더 개발하고 수정 과정을 거쳐 내년쯤 공연예정이에요. 창작자들이 만족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는 ‘아르토, 고흐’와 10월 이태원 인근에서 열릴 ‘쇼케이스 페스티벌’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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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선변호사'(왼쪽)와 '아르토, 고흐'(사진제공=딤프사무국, 네버엔딩플레이)


‘아르토, 고흐’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시인이며 배우인 잔혹극의 대가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 안재영·유승현, 이하 가나다 순)가 정신착란으로 정신병원에 갇혀 빈센트 반 고흐(김준영·박좌헌·유현석)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세혁 작·연출은 ‘아르토, 고흐’에 대해 “제가 몇 년 전부터 생각했던 아이템이지만 외부 작업으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던 작품”이라며 “누가 오롯이 이 작품만을 생각하면서 공 들여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변영진 작가에게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완성된 변영진 작가의 대본을 오세혁 작·연출이 각색·연출하고 윤상원 작·연출이 드라마터그로 참여한다. 더불어 ‘아르토, 고흐’에서 눈에 띄는 이름은 출연진과 ‘그래픽터그’라는 낯선 롤의 ‘팬레터’ ‘마리 퀴리’ ‘베르나르다 알바’ ‘유진과 유진’ 등의 배우 김히어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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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사진=이철준 기자)

 

“김히어라 배우는 개인전을 하는 화가예요. ‘아르토, 고흐’ 공연화에 김히어라 배우의 그림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아르토, 고흐’를 만들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표현하나 고민을 하다 김히어라 배우의 카페에 걸린 그림을 보는 순간 실마리를 찾았어요. 김히어라 배우가 하루 동안 꾼 꿈인가, 했던 일들인가를 선으로 연결한 그림이었죠. ”

그렇게 미술적 부분, 창작 표현 등을 같이 책임지는 그래픽터그로 ‘아르토, 고흐’에 투입된 김히어라는 “재연에서는 함께 하기로 한” 창작자 중 한명이다. 더불어 ‘아르토, 고흐’ 출연진 중 앙토냉 아르토 역의 안재영·유승현, 박사 역의 김주호·이형훈은 ‘라흐마니노프’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보도지침’ 등으로 자주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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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아르토, 고흐'에서 함께 하는 안재영(왼쪽부터), 김주호, 유승현(사진제공=네버엔딩플레이)

“창작, 초연 등을 함께 하면서 코드가 잘 맞는 배우들이 있었어요. 누군가와 같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친해져야하는 단계들을 거쳐야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는, 제안이나 의견을 바로바로 제시할 수 있는 배우들이죠. 동시에 끊임없이 공부하며 공연 뿐 아니라 미술, 음악, 과학 등에서도 접점을 찾는 사람들이기도 해요.”

특히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표도르, ‘세자전’ 이홍에 이어 ‘아르토, 고흐’에서도 함께 하는 김주호에 대해 “뉴런. 초끈이론 등 뇌과학까지 공부하면서 아르토가 상상 속에서 고흐를 만나는 원리가 무엇인지를 파고 있다”고 귀띔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준비 중에도 알베르 까뮈가 연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 역할을 연기하다 영감을 받아 ‘이방인’을 썼다는 등 많은 걸 찾아내서 알려주셨어요. 김주호 형님 뿐 아니라 안재영, 유승현 배우도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죠. 공연이지만 그림, 음악 등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고 만만치 않은 첫 작업이라 잘 맞는 배우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앞으로 그런 접점을 가진 배우들이 더 많아질 것 같고 오래오래 함께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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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

오세혁 작·연출의 설명에 네버엔딩플레이의 비전, 정체성이 담긴 출발점이 될 ‘아르토, 고흐’에 대해 최종혁 프로듀서는 “대학로 뮤지컬 시장에서 창작자가 하고 싶은 걸 온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다른 무언가 없이 본인이 표현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은 음악의 힘이 큰 장르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에서 느꼈듯 음악이 흐르는 순간 더 깊고 먼 곳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좀더 뮤지컬로 들어가 보고 싶다”고 전한 오세혁 작·연출은 지치지 않는 탐구와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시작하는 작품으로서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탐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탐구했던 두 사람, 아르토와 고흐를 만나게 했죠. 실제로 아르토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고흐의 전시회를 보고는 그에 대한 에세이(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사회가 자살시킨 사람 반 고흐’)를 썼죠. 한 사람에 대한 글을 썼다는 건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 오세혁 작·연출은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너를 이해할 수 없는 걸 이해할게’가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과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당대에는 이해받지 못받더라도 후대에 누군가는 이해할 것이고 현재 사랑이 부족해도 언젠가는 사랑하게 될 거라고요. 지금 이 공간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지구 반대편에는 좋아하는 사람 있을 수 있음을, 나를 저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딘가에는 나를 이해할 사람이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죠.”


◇‘이야기’에 집중해 공연의 사랑스러움을 오래오래

네버엔딩플레이 오세혁 최종혁
네버엔딩플레이 공동대표 오세혁 작·연출(왼쪽)과 최종혁 프로듀서(사진=이철준 기자)

 

“저희 다섯이 처음 모여 다짐한 게 ‘이야기에 집중하자’였어요. 실험이나 시도, 도전도 중요하지만 ‘이야기가 생생하면 좋겠다’였어요. 저희는 ‘드라마’라고 표현하는데 인간의 드라마가 담긴 거라면 어떤 내용이든 놓지지 말자고 했죠.”

오세혁 작·연출은 “앞으로 세상은 점점 더 실험을 많이 할 테니까 저희는 ‘아날로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냥 사람 얘기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수단이나 장르는 달라지더라도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저도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작년에 각색에 참여해 촬영 중인 작품도 있어요. 단편영화에 짧게 출연을 하기도 했죠. 그런데 딴 데서 일하면할수록 공연이 제일 재밌어요. 공연의 에너지와 템포가 너무 좋아요. 영화는 대본작업부터 촬영, 후속작업까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 하죠. 신 하나를 찍는데도 몇 시간 세팅을 하는, 기다림의 미학이라면 공연은 시간을 쓰는 예술이죠. 영화작업 중 한 신을 위해 세팅하는 3시간이면 공연은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고 토론하고 연습하고 바꾸며 시간을 쓰거든요.”

이어 “얼마 전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개막날 극장엘 갔는데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쳐주시는 관객분들을 보면서 너무 고맙고 기분이 좋았다”며 “세상에 이런 분야가 또 있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정말 너무 사랑스러운 장르구나 생각했고 그 마음을 네버엔딩플레이를 통해 잘, 오래 가져가고 싶어요. 그리고 공연의 그 사랑스러움을 힘든 시절을 보내는 창작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절과 환경 문제로 일이 잘 안풀릴 수도 있는데 대부분이 본인 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은 그래서 저도 극장엘 자주 나와요.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든요. 우리만의 교회에 오는 느낌이랄까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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