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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김종진 “나는 내일모레 환갑인데, 현식이 형은 청년의 모습이네요”

입력 2021-07-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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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사진제공=MBC)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1986년, 혈기왕성한 20대 청년이던 김현식, 박성식, 장기호, 김종진, 전태관은 충남 대천 앞바다에서 밴드를 결성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이름으로 의기투합한 아름다운 청년들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무대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던 시절이었다.

강산이 세 번 하고도 반이 지났다. 그때 그 청년들은 환갑을 바라보는 장년의 사내가 됐지만 故김현식은 여전히 서른 살 청년의 모습으로, 2018년 사망한 故전태관도 전성기의 연주실력으로 팬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리프리젠트’(Re:present) 공연을 치른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브릿지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할 때마다 ‘최초’의 도전을 하곤 했는데 홀로그램과 콘서트를 하는 경험을 통해 다시금 가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1962년생으로 이순(耳順)을 앞두고 있는 그는 “나는 내일 모레 환갑인데 현식이 형은 청년이 모습을 하고 있었다”며 복잡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은 김종진과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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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사진제공=MBC)

 

고인이 된 전태관, 김현식의 홀로그램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먹먹했다. 마치 길 잃은 강아지가 주인을 만난 기분이었다. 김현식 형은 30대 초중반에 세상을 떠났고 나는 곧 60살이다. 그래도 내게는 여전히 형으로 남아있다. 그 형은 봄여름가을겨울을 결성하자마자 차를 산 사람이다. 매일 연습할 때마다 그 차에 우리를 태워 데려다주곤 했다. 알고보니 우리를 위해 차를 산 것이다. 현식이 형이 떠난 지 35년이 지났지만 눈을 감으면 형의 존재가 느껴지고 귀를 기울이면 형의 음성이 들린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이 형성되던 시기, 기준점을 마련해줘 감사하다.

고인들의 홀로그램과 함께 공연한 소감은?

 

고인의 홀로그램과 공연은 우리나라 최초 아닌가. 봄여름가을겨울은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도전하는 팀이었는데 끝까지 이러고 있구나 싶었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이라 적지 않게 긴장했다. 우리가 길을 잘 닦아야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다는 중압감이 컸다. 무대를 마친 뒤에는 완벽도, 만족도 없었다. 사실 만족하는 예술가는 끝났다고 본다. 부족함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감사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국이라 박수도, 환호도 없었다.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없으니 오로지 박수로 호응해주셨다. 그럼에도 눈물을 흘리거나, 미소를 짓는 감정이 보였다. 새장 속의 새가 더 비장하게 울지 않나. 관객들의 반응이 유난히 비장하게 다가왔다. 감정이북받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공연 연출에도 직접 참여했는데 주안점을 둔 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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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리프리젠트’(Re:present)(사진제공=MBC)

 

이번 공연은 과학과 감성이 결합된 뉴미디어 공연이다. 자칫 차가운 공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감성의 온기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기획 초기, 메모지를 꺼내 직접 만년필로 어릴 때 본 풍경리스트를 적어서 전달했다. ‘전봇대, 공중전화, 우체통, 파란하늘, 까만 교복, 촛불, 라디오, 카세트 테이프, 골목길, 된장찌개’같은 단어들을 적었더니 스태프들도 제 뜻을 이해하고 한마음이 됐다.

과학이 너무 빨리 발전하고 있지만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에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지금은 쫓아가기 급급하고 설명하지 않은 빈자리에 공허함만 놓여있다. 그 부분을 따뜻한 음악으로 채우는 게 연출의 목표였다.

전태관씨의 대역인 장혁, 김현식씨의 대역인 송용진씨는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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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리프리젠트’(Re:present)(사진제공=MBC)

 

나는 젊은시절 전태관, 김현식씨와 생활하며 희로애락을 겪었다. 현식이 형은 무대 위에서 어눌한 특유의 동작들이 있는데 송용진 씨가 잘 표현해줬다. 장혁 씨는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전태관을 흠모한 ‘전태관 키즈’ 출신으로 지금도 우리팀에서 드러머로 활동 중이다. 태관이가 드럼 앞에서 표정이 많지 않은데 그런 부분까지 비슷하게 구현했다.

김현식씨의 목소리는 음원추출과정이 어려워 대역가수와 합성했다고 들었다.

그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시작을 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음원과 대역가수의 목소리를 섞는 시간만 300시간이 걸렸다. 현식이 형의 목소리가 앨범마다 변했기 때문에 가장 초기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영화 ‘써니’처럼 우리에게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기억을 전달하고 싶었다. 홀로그램의 모습은 형의 자료를 전부 섞은 얼굴이다. 1집의 풋풋했던 모습부터 사망 전 고통으로 일그러진 모습까지 모두 담겼다 .

망자를 AI로 구현한 공연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조차도 내가 이 무대에 서는 게 감성팔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질문을 계속 던졌다. 이게 진심인지, 그리움이 더 큰지 스스로 확인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관객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절을 되새기는 기능을 할 수 있다면 그 역할은 음악적 달란트를 받은 뮤지션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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