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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MBC 사장 고개 숙였지만…14분만에 끝난 사과 기자회견

입력 2021-07-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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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MBC 사장 (사진제공=MBC)

MBC 박성제 사장이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및 축구중계에서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 사용을 사과했다. 


박성제 사장은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경영센터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박성제 사장은 모두 발언에서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개회식 중계 도중 각국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와 관련해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을 내보낸 점, 25일 축구중계 당시 광고에서 경솔한 자막을 사용한 점을 사과했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 중계 도중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소개화면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삽입하고 아이티를 소개할 때는 대통령 암살을, 엘살바도르 소개 때는 비트코인을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화면으로 여론의 거센 지탄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다음날 한국어와 영어로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까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어 불과 이틀만인 25일에는,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시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루마니아와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2차전을 생중계하면서 광고에 자책골을 기록한 루마니아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겨냥,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우측 상단부 화면에 삽입해 다시금 논란을 빚었다. 

 

박성제 사장은 “지난 주말은 MBC 사장 취임 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며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파악하고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하겠다.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 제작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전사적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개회식 중계 이틀만에 비슷한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추후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아울러 이번 ‘사고’가 올 초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뤄진 스포츠국 조직개편의 후폭풍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시 MBC는 메이저리그 등 빅 스포츠 중계권을 포기하며 스포츠 제작기능을 자회사인 MBC플러스로 이관했다. 이로 인해 스포츠국 PD 22명 중 절반 이상인 12명이 타부서로 전출돼 인력난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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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MBC 사장 (사진제공=MBC)

 

박성제 사장은 모두 발언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조직 개편으로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조직개편이 문제 원인이라는 분석은 동의하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한 기본적 인식 미비이며 이를 시스템으로 걸러내지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스포츠국에서 지속적으로 인력난을 호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두 조직(MBC본사와 MBC스포츠플러스)이 합쳐서 일을 하며 막판까지 많은 일들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인력 부족난을 부인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복잡한 화면이 만들어져 데스킹 없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사실상 영상 데스킹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점은 시인했다.

현재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강도 높은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이라 개회식 등에 참여한 모든 인력을 배제할 수 없어 진상조사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성제 사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계속된 질문에 “올림픽이 진행 중이라 끝나는대로 정밀한 조사를 해서 확실한 책임소재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많은 인력과 예산이 들더라도 책임지고 강도 높게 시스템 보강에 착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 논란이 일었던 각 국가에도 메일과 인편으로 사과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장이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이날 대국민사과에서 명쾌하게 책임소재가 가려지지 않았고 구조적인 부분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코로나19로 인한 4단계 상황 중에 긴급히 치러졌지만 사과간담회가 단 14분만에 끝난 점도 진정성에 의구심을 남겼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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