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비바100] 거리두기 4단계...재택근무 아빠들은 만화방 대신 웹툰 본다

입력 2021-07-13 18:00 | 신문게재 2021-07-14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WebtooUntitled-4

서울의 한 금융사에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차경모씨는 소문난 만화광이다. 학창시절부터 만화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만화책 읽는 게 취미였다. 그러나 결혼 후 아이가 생긴 뒤 만화방 출입이 뜸해졌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아예 발길을 끊게 됐다. 차씨는 “미혼이라면 용기를 내서 갈 수 있겠지만 어린 자녀를 키우다 보니 아무래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만화방을 포기한 차씨의 선택은 웹툰이다. 재택근무와 ‘육퇴’(육아 퇴근)까지 마친 뒤 조용히 스마트폰을 켜고 웹툰을 보다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리곤 한다. 차씨는 “긴 거리두기로 넷플릭스같은 OTT채널에서도 더 이상 볼 만한 콘텐츠를 찾기 힘들다”며 “웹툰은 소재도 다양하고 이야기도 풍성해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캐듯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_이미지]
네이버웹툰 ‘화산귀환’ (사진제공=네이버웹툰)

재택근무와 육아를 동시에 하는 3050 남성들이 K웹툰에 빠졌다. K웹툰의 장점은 풍성한 소재다. 세대별, 장르별로 다양한 계층을 포괄적으로 끌어안는다.

 

특히 웹툰보다 만화방 정서에 익숙한 중년남성들까지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르도 남성들이 과거 만화방에서 선호했던 무협, 스릴러, 스포츠부터 오피스물, ‘스위트홈’ 같은 판타지까지 다채롭다. 

 

네이버 웹툰의 ‘화산귀환’은 화려한 무협 액션과 유쾌한 유머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무협물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 1억뷰 이상의 동명 웹소설이 원작으로 전설의 무인에서 어린아이로 환생한 주인공 ‘청명’이 망해버린 자신의 가문을 부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어린아이가 된 ‘청명’이 무림 절대 고수의 자리를 되찾는 성장사가 볼거리다. 


역시 동명 웹소설이 원작인 웹툰 ‘나노마신’은 무협 액션에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다. 마교의 사생아 ‘천여운’이 미래 후손으로부터 나노머신을 몸에 주입 받고 무림 최고의 고수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뿐 아니라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등 각국 언어로 번역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동양 판타지물 ‘호랑이 형님’은 웹툰계 마블로 꼽힌다. 신비한 힘을 가진 아이를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반인반수 ‘흰 눈썹’과 아이의 보호자가 된 괴물 호랑이 ‘빠르’, 착호갑사 지망생 ‘가우리’의 이야기를 그린 동양 판타지물이다. 

 

[네이버웹툰_이미지]
네이버웹툰 ‘나노마신’(사진제공=네이버웹툰)

방대한 세계관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이 매 회 긴장감을 불어넣고 사람 못지 않은 동물주인공들의 화려한 액션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2015년부터 6년 동안 연재 중인 장수웹툰이지만 네이버 토요 웹툰 TOP 5 안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굴지의 CEO가 과거로 돌아가는 콘셉트의 ‘상남자’, 프로야구 팬들이라면 한번쯤 접하는 ‘프로야구 생존기’ 등도 인기다. 


카카오의 ‘나 혼자만 레벨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글로벌 웹툰’으로 꼽힌다. 현실과 다른 차원을 잇는 연결 통로인 ‘게이트’ 속 던전에서 마물을 사냥하는 헌터 성진우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후 게임 퀘스트(Quest 게임에서 유저가 실행해야 하는 임무나 특정 행동) 창이 눈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성진우가 레벨이 오르면서 최강헌터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마치 실제 게임의 퀘스트가 상승하는 듯한 희열을 안긴다는 평가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카카오재팬 웹툰 플랫폼 픽코마에서 ‘올해의 웹툰’ 및 ‘픽코마 어워드’를 수상했고 브라질과 독일에서는 단행본 출시 첫 주 아마존 만화책 부문 판매 1위 달성했다. 중국 대표 웹툰 플랫폼 ‘콰이칸만화’에서도 매출 순위 1위에 올랐고 미국 온라인 청원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서 애니메이션 청원이 게재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카카오의 ‘닥터 최태수’는 판타지 의학 장르물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외과 인턴인  주인공 최태수가 세계 최정상 흉부외과의사인 ‘리처드 카프레네‘의 임종을 지키면서 그의 지식을 전수받은 뒤 세계 최고 실력의 흉부외과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외과, 응급 상황 수술 장면이 박진감있게 전개되면서 긴장을 안긴다. 

sdfjskfsdkfjl
네이버웹툰 ‘호랑이 형님’ (사진제공=호랑이형님), 카카오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페이지컴퍼니), 카카오웹툰 ‘닥터최태수’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페이지컴퍼니)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웹툰에 빠지는 중년남성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웹툰계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코로나19와 웹툰 구독자 증가는 관계가 없다”며 각 세대별 점유율과 조회수를 공개하기를 꺼려했지만 팬데믹 이후 매출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웹툰 사업체를 대상으로 웹툰 산업 매출액 규모를 조사한 결과 팬데믹이 극심했던 지난해 상반기 국내외 매출액은 약 6841억원으로 640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0.5%의 업체들이 국내매출이 증가했고 71.9%의 업체들은 해외매출이 늘었다. 콘진원은 ‘2020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의 웹툰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에서 더욱 큰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