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ife(라이프)

[비바100]'거리두기 4단계' 멘탈은 이미 안드로메다!

[이희승 기자의 수확행] '코로나 블루'제대로 겪은 1년
‘육라밸’이 무너진 요즘 4차 확산?
거리두기 4단계 앞둔 주말 백화점 매출↓·온라인몰↑

입력 2021-07-13 18:30 | 신문게재 2021-07-14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DolBapDolBap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엿새 연속 1000명을 넘어서는 등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갑자기 1년 반 전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른 휴가를 마치고 공항에 내리자 군인 두명이 에워(?)쌌다. 날짜도 정확히 기억난다. 2020년 4월 1일.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가 실시된 첫 날이었다.

사실 발리행 항공권을 끊을 때만 해도 바이러스의 무서움은 없었다. 떠나기 전까지 불안함은 한국에서일 뿐 현지에서는 평온하기 그지없이 마스크 쓴 사람이 한명동 없었으니까. 하지만 귀국일이 가까워지면서 2주간 자가격리할 공간을 알아봐야 했다. 마침 공항 근처에 분양받은 뒤 내내 공실상태였던 자가 오피스텔에서 지낼 수 있었다.
 

자가격리 실시 첫날인 만큼 소란스럽고 혼잡했다. 공군의 지원와 육군까지 나서 공항직원들과 입국자의 모든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지금은 당연시된 QR코드 인증은 아예 없었다. 수기로 작성한 차트(?)의 휴대폰 번호가 본인의 것이 맞는지 눈 앞에서 확인하고 회사 주소까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맞는지 확인했다.

 

붐비는 공항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수도권에 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일괄 적용됐다. 지난 12일 붐비고 있는 김포공항.(연합)

 

10평 미만의 오피스텔에서 보낸 2주간은 발리에서 보낸 휴가의 평온함은 산산이 부서뜨렸다. 뉴스에서는 위치추적을 해 위반한 사람에 대한 벌금형과 구속여부에 대한 소식을 쏟아냈다. 아침에 자가진단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담당 공무원에게 모닝콜이 왔다. 숙소의 벨을 누른 뒤 20m는 떨어진 상태에서 얼굴을 확인하고 가는 일은 애교 수준.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밀린 책을 읽고 넷플릭스를 끼고 살 거란 부푼 꿈은 오산이었다.

 

일단 내가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에 예민한 성격인걸 처음 알았다. 당시 1인당 할당된 쓰레기 봉투는 2장, 주황색으로 폐기물로 분리됐다. 직접 먹거나 손을 덴 것들은 그곳에 넣어야 했다.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건 사치다. 미리 구비해 놓은 레토르트식품과 1회용 반찬으로 버텼고 일주일이 되기 전에 가득 찬 봉투는 곧 악취로 풍기기 시작했다.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문밖에 내놓으면 안되고 추가적인 지급은 일손이 달려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좁아진 공간에 있으니 평소에 신경도 안 쓰던 머리카락과 먼지도 신경쓰였다. 쓰레기와 공존하는 이후의 일주일은 숨을 쉬여도 쉬는 게 아니었다. 문 밖에선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벚꽃의 꽃망울이 곧 터질 것 같았지만 그게 더 미칠것 같았다.   

 

퇴소(?) 후에는 사실상 더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온라인 수업으로 모든 학사 일정을 따라가는 아들의 삼시 세끼를 담당해야 했던 것.수시로 문을 열고 나오는 아들을 다독이고 집 앞 놀이터도 못 나가는 어린 딸을 달래며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견뎠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등 기분장애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1만 6727명으로 통계 집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진료 인원 수는 30.7% 늘어난 수치다. 남녀노소 힘든 일이 많을 시기인데 특이하게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성 자살 사례가 더 많이 늘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여성 자살 사망자는 전년 대비 7.1% 늘었고 남성은 6.1% 감소했다.

 

다시 원격수업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

 

이같은 사실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 조사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전국 만 20세~65세 이하의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여성(50.7%)이 남성(34.2%)에 비해 코로나 블루 경험률이 높았다. 특히 20대, 30대, 60대 여성의 경우 과반수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 원인으로 ‘외출 및 모임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을 선택한 비율이 32.1%로 가장 높으며 ‘감염 확산에 따른 건강 염려’가 30.7%, ‘취업 및 일자리 유지의 어려움’이 14.0%, ‘신체활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증가’가 13.3%로 뒤를 이었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여성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타격이 더 크게 다가왔다. 

 

지난달 11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퇴사해 구직을 단념하는 ‘비경제활동 이행 확률’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39~44세 여성의 ‘비경제활동 이행 확률’은 같은 연령대 남성의 확률과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워킹맘 배진선(42)씨는 “긴급돌봄을 신청한 아이가 같은 학년에서 세명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가슴이 아팠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 보내는 것 자체가 악몽의 반복”이라고 한탄했다.

 

자녀가 학교에 가지 않고 남편이 재택근무하는 가정이 늘면서 주부들의 육아·가사 노동 부담이 커진 상태다. 서울대가 만 0∼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엄마의 주중 평균 돌봄 시간이 전업주부는 14시간 37분, 맞벌이는 5시간 18분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 역시 주중 평균 2, 3시간씩 부담이 증가했다. 엄마 32.2%와 아빠의 19.6%는 “코로나19가 더 길어질 경우 휴직하겠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관련 자녀 돌봄의 고충을 심층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CTMS 센터장인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사회의 아이 돌봄 기능이 중단되며 육아와 라이프의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친구들이 ‘돌아서면 밥’(돌밥)이라고 카톡에 남겼던 일은 나에게 현실이 됐다. 좋은 일이라면 12월생으로 또래보다 마른 편이었던 아들이 2020년도에 온라인 수업을 하며 늦잠을 자고 집 밥을 먹은 덕에 제법 아랫배가 나오게 됐다는 사실이다. 키도 컸고 체중도 많이 늘었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기 직전 주말 백화점 매출은 줄고 온라인 쇼핑몰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은 10∼11일 매출이 전주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특히 손소독제와 마스크 매출이 143%, 48%씩 올랐다.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14%), 라면(20%), 생수(14%) 매출도 증가했다. 마켓컬리 역시 10∼11일 주문 건수가 1주일 전보다 12% 늘었다. 항목별로는 베이커리와 반찬류가 각 12%, 간편식이 8% 늘었다.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도 10∼11일 매출이 2주 전인 지난달 26∼27일보다 22.2% 올랐다. 

 

그나저나 육퇴(육아 퇴근) 후 매일 마시는 맥주로 인해 늘어난 내 뱃살은 누가 책임져 주나.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