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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병상·산소 놓고 '목숨 장사'… 정부는 없다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코로나 인재(人災)와 정부 부재(不在) (上) 초기대응 실패의 참혹한 결과

입력 2021-07-12 07:20 | 신문게재 2021-07-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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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는 연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를 기록하자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7월 12일부터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들어갔다. 인도는 우리보다 더 해 5월 초 인도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40만 명을 넘어서며 국가적 패닉에 빠져 들었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7월 8일 현재 인도 코로나 확진자 수는 일 평균 4만 명 남짓으로 2달 만에 10의 1로 줄어들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인도 현지에서 코로나를 경험한 인도 현지인 기자, 교수 그리고 기업인들을 비롯한 지인들이 전하는 코로나의 현재 그리고 코로나 사태의 혼란을 오히려 부추긴 정부의 잘못된 대응에 대해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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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설치된 임시 코로나 병원의 모습. <사진=AFP>

  

지난 4월을 시작으로 맹위를 떨치던 인도의 코로나 제 2차 대유행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주요 인사들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 델리의 양성률은 33%에 달했고 일부 도시들은 무려 50%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사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사람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

인공 호흡기와 ICU(중환자실)이 있는 국립 병원의 병상은 일찌감치 자리를 얻기 힘든 상황이 되었고,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는 환자가 속출하던 4월 중순부터 사망자가 급증한 5월 중순까지 인도 전역에서 연일 4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델리의 경우 산소 발생기 및 산소통이 있는 침대를 확보 할 수 없기 때문에 차안이나 길가에서 산소 결핍에 의해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 뇌물을 요구하는 민간 병원

인도는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다. 뿐만 아니라 인도 정부는 GDP(국내 총생산)의 1.29% 정도만을 의료 예산에 지출하고 있다. 한국은 약 11.2%이다.

기본적으로 국립 병원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환자가 넘쳐나고 있어 많은 국민들은 건강 보험에 가입해 사립 병원을 이용한다. 가입자는 현재 도시 지역 인구의 20%, 농촌 지역 인구의 15% 정도에 이른다.

인도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0.5개다. 우리나라는 12.3개로 OECD 평균 4.7개의 2.6배 정도에 이른다. 일본의 13.1개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숫자만으로도 인도의 병원 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병상 부족 문제는 지난해 제 1차 대유행 때 표면화되었다. 감염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임시 병원이 전국 각지에 설치되었지만, 올해 초 1차 대유행의 피크가 지나면서 코로나 1일 확진자 수가 2만 명 이하로 줄어들자 코로나가 진정되었다고 판단한 인도 정부는 2월에 대부분 철거했다.

델리 4곳, 우타르 프라데시(UP)주 503곳(15만 개 병상) 중 남아있는 것은 현재 83곳 뿐이다. 인도 서부 주요 도시 푸네(Pune)에 있는 800병상을 가진 임시 병원이 1월에 철거되었다가 환자가 급증하며 3월에 다시 설치되는 혼란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부 고급 민간 병원은 고액의 뇌물을 지불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병상을 제공해 물의를 빚고 있다. 금액은 병원의 규모나 명성에 따라 다르지만 1백만 루피(약 1500 만원)에서 수백만 루피 정도 된다. 입원 기간은 PCR 검사가 음성이 될 때까지 수십 일에서 1개월 정도다. 그동안의 치료비는 보험으로 충당하지만 추가적인 비용이 별도 청구된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지불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일반 감염자의 가족들은 그나마 반경 50 킬로미터 이내의 병원을 운 좋게 찾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부 환자들은 심지어 200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병상이 비어 있다는 것을 알고 환자를 급히 이송하기도 하지만, 이동 도중에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젊은 환자 비율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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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부의 한 병원에서 환자 가족들이 산소통을 옮기고 있다. <사진=AP>

 


◇ 산소 발생기 및 치료제로 돈을 버는 악덕업자

비록 입원할 수 있었다고 해도 안심은 할 수 없다. 인도 각지에서 미리 산소 공급 장기 계약을 하고 있던 병원에서 조차 물류 문제로 공급이 늦어져 많은 입원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

산소 발생기가 있으면 중증화 하지 않았을 환자라 집에서도 대응할 수 있지만 인도 국내 산소 생산 능력은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 기존 산소 생산업체도 중국의 값싼 제품과 비용 경쟁에서 버틸 수 없는데다 그나마 산업 기반마저 약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 인도의 하루 산소 생산량은 약 700t 정도였다. 코로나로 인해 10배 늘어나 7000t 가량으로 늘어났으나 하루 산소 생산량 중 현재 의료용으로 필요한 산소 양은 약 8000t 정도다. 그나마 이 7000t 중에 2500t은 정수 시스템과 의약품 제조업체 등 필수 산업 용도로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수 산업용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의료용으로 쓴다 하더라도 매일 3500t 이상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이는 낙관적인 계산에 불과하고, 산소 유통 현실은 더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미 만든 산소를 병원에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도의 산소 제조 공장들은 대부분 동부 지역에 몰려 있는데 현재 인도의 확산세를 이끌고 있는 지역은 서부이다. 인도는 산소 운반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산소통에 옮겨 담아 운반해야 한다. 가연성 물질인 산소는 반드시 액체화를 유지시켜 줄 수 있는 극초저온 특수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런 산소 운반 특수용기 역시 심각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게다가 의료용 산소가 부족해 25명의 코로나19 환자들이 숨진 인도 뉴델리의 자이푸르 골든 병원의 사례처럼 산소 운반 탱커가 너무 커서 병원에 진입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자이푸르 골든 병원 의료진은 안타까운 마음에 해머로 병원 벽을 무너뜨려 산소 탱커가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트고자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의회 내 보건·가족 위원회가 지난 2월 병원에 산소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사전에 경고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무시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대한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인도 정부도 코로나 대유행 초기 산소 부족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공공병원 162곳에 산소 생산 시설을 설치하기로 하고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업체를 선정하는 데만 8개월이 걸리는 등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고, 결국 33곳 밖에 설치가 완료되지 못했다.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곳이 많아 인도 병원 대다수는 산소 공급을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수요를 선점한 악덕 업자가 재빨리 산소통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4~ 5만 루피(약 60~70 만원)의 제품을 두배 이상 가격을 받고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10만 루피는 일반인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에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람데시비르 같은 치료제는 1500루피(약 2만 3000원)면 살수 있었던 것이 무려 5만루피 (약 76만 원)까지 치솟았다.

인도 오피니언 리더들이 분노하는 것은 업체들 마저 이런 잠재적 요구를 예측 할 수 있었는데, 왜 행정이나 의료 관계자들은 이런 예측 못 했는가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무능하고 온갖 관심은 선거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만한 사실은 시민 사회의 역할이다. 인도 시크교 사원과 힌두 사원, NGO (비정부기구) 그리고 많은 시민들은 산소 농축기와 산소통을 구매해 무료로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나마 사망자가 4월 4000명 정도로 억제되었던 것은 그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이들은 매일 식사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환자와 가족에게 음식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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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한 코로나 환자가 자동차에서 산소통에 의지해 병상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사진=AP>

 

◇ 제 2차 대유행의 감염자들

사실 인터뷰에 응한 기업가 중 한 명도 제 2차 대유행 기간 감염된 환자 중 한명이다. 그는 4월 9일 백신 1차 접종 3일 후에 몸 상태가 나빠졌다. 처음에는 백신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증상이 진행되면서 코로나를 의심하게 되었다. PCR 검사를 받고자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록다운이 된 상황이라 4일 후에나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사이에 병이 진행되어 산소 수준은 75%까지 떨어져, 그의 아들이 여러 병원을 돌아 다니며 겨우 저녁 무렵에야 병상을 확보 할 수 있었다.

그는 다행히 지병이 없었기 때문에 무사히 회복하고 지금은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그러나 필자의 친구를 비롯해 여러 지인들 중 적어도 7~8명이 제 2차 대유행 과정 중에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의 ‘두더지 때리기’ 방식의 정책은 혼란을 더욱더 확대시키고 있다.

산소 공급 부족을 예를 들어보면, 1차 대유행 때 표면화 된 것은 산소를 생산하는 곳과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병원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따라서 정부는 각 주에 있는 큰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산소 생산 공장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총리실이 직접 관리하는 기금(PM Cares Fund)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사용하게 길을 열어놨다.

하지만 1차 대유행 이후 신규 감염자가 급감했기 때문에 이 시설 건립 계획은 유야무야되어 착공조차 하고 있지 않다. 인도 정부는 산소 공장의 긴급성이 없다고 판단해 설치를 보류시켰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제2차 대유행 때 산소 공급 부족이 발생한 고아, 카르나타카, 델리 등 인도 전역에서 수 백명의 환자가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

델리 주정부는 중앙 정부가 700 톤의 산소 공급을 약속했는데 480 톤 밖에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산소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도 대법원은 중앙 정부에 즉시 약속대로 산소를 공급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전국 각지에서 사망자를 보고하는 국가 전문 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리하도록 명령도 내렸다. 그러나 이런 긴박한 상황과 달리 후속 조치는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에 대해서도 심각한 공급 부족 문제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많은 접종 센터가 1차 및 2차 접종의 간격을 4~6주로 계획했지만, 백신 접종 간격은 12~16주로 연장이 되고 있어 백신 접종 효과마저 반감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권기철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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