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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aly 인터뷰] 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오은철 “극과 극, 크뤼거와 제니처럼!”

입력 2021-05-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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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조재철 오은철
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왼쪽)과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피아노를 뜯어 부수겠다는 마음으로, 필사적으로 쳐요. 눈을 좀 풀고 빙의된 것처럼. 제니(김수하·김환희, 이하 가나다 순)가 제 안으로 들어온 것처럼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오은철은 첫 뮤지컬 도전작인 ‘포미니츠’(2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의 마지막 4분을 장식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in a minor, Op.54) 연주에 임하는 자세를 “필사적을 넘어 필‘살’적”이라고 표현했다.

피아니스트 조재철 역시 “저 역시 제니에 빙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눈을 흐리게 뜨면 건반이 잘 안보여서 저는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연주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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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

“제니와의 일체를 위해 정말 눈을 크게 뜨고 건반을 봐요. ‘우리 극이 ‘포미니츠’다! 제목의 그 4분이 이 4분이다’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연주하죠. 관객분들이 실망하고 돌아가시면 안되니까요.”

피아니스트로 번갈아 뮤지컬 ‘포미니츠’ 무대에 올랐던 조재철과 오은철은 극과 극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연주에 임하는 자세에는 “제니와 하나 되기를, 관객들이 그 4분의 환희를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인 한나(박란주·홍지희)를 잃고 그와의 관계를 부정했던 죄책감으로 60년 동안 스스로를 과거에 가둔 채 살고 있는 트라우드 크뤼거(김선경·김선영)와 그가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위해 방문한 루카우 교도소에서 만난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 폰뢰벤의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크리스 크라우스(Chris Kraus, 2006)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포미니츠’는 ‘영웅’ ‘레미제라블’ ‘웃는 남자’ 등의 배우 양준모가 예술감독으로서 크라우스 감독과 직접 연락해 저작권을 확보해 기획한 작품이다.

 

외부와 차단된 채 고독하게 살아온 크뤼거와 난폭해질 대로 난폭해져 교도소 내 골칫거리가 돼 버린 제니가 서로를 만나 살아야할 이유를 찾고 각자의 방식대로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서게 되는 여정을 따른다. 

 

그 여정에는 ‘펀홈’ ‘차미’ ‘여신님이 보고 계셔’ ‘태일’ ‘섬’ ‘오만과 편견’ 등의 박소영 연출, ‘호프’ ‘검은 사제들’ 등의 강남 작가, 오페라 ‘리타’, 뮤지컬 ‘워치’ 등의 맹성연 작곡가, ‘제이미’ ‘더 그레이트 코멧’ ‘웃는 남자’ ‘영웅’ 등의 박재현 음악감독 등이 힘을 보탰다.


◇달라도 너무 다른! 크뤼거 조재철과 제니 오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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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중 마지막 4분(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한번은 (오)은철이가 하는 헤드뱅잉을 따라하다가 머리가 어지러워 혼난 적이 있어요. ‘그때 이건 내 길이 아니다, 손가락이나 제대로 굴리자’ 결심했죠. 피아노 전공자니까 피아노 소리를 어떻게 잘 낼 수 있는지, 타이밍과 패달은 어떻게 쓰는지나 잘, 열심히 알려주자고 마음먹었어요. 성격상 딱 그 정도가 저인 것 같아요. 극 중 크뤼거 선생님 같은? 그 정도의 규칙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조재철의 말에 오은철은 “공연 전에 마지막 4분 연습을 하는데 형(조재철)이 배우들에게 정말 아이들 레슨하듯 차분차분 알려주고 ‘이렇게 한번 해볼까’ 제안을 하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준다”고 전했다. 오은철의 전언에 조재철은 “제가 첫 1분을 맡으면 그 후 3분은 (오)은철이가 책임진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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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제니 배우들이 피아노 전공자가 아니니 큰 기대 없이 ‘이렇게 한번 해볼까’ 하는데 너무 잘 따라오니까 신이 나서 매일 하나씩 추가하고 있어요. 손으로 연주만 하다가 패달도 활용하는 식이죠. 갈수록 호흡도 잘 맞고 배우들도 안정되고 저희도 여유가 생기니까 은철이가 액팅에 대한 디렉팅을 해주곤 하죠. 사실 전 여전히 액팅이 몸에 배질 않아서 애를 먹고는 있어요. 액팅이 격렬하지 못하니 얼굴이라도 보이자 싶어서 코 정도 보이게 고개 돌리는 수준이랄까요?”

조재철과 더불어 제니 역의 배우 김수하·김환희와 마지막 4분 연주의 퍼포먼스와 액팅을 함께 고민했다는 오은철은 작곡을 전공한 피아니스트다. “중국에서 6년 동안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록커를 꿈꿨던” 오은철은 “감옥에 갇혀 억압된 제니를 볼 때마다 록커를 꿈꾸던 그때가 떠오른다”고 털어놓았다.

“그때는 머리를 길렀었고 지금도 그루브 타는 게 몸에 배 있어요. 6년 동안 중국의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록커를 꿈꿨고 높은 텐션을 유지하고 있었죠. 그러다 한국 예중에 편입을 했는데 그런 저를 보고 다들 ‘왜 그래?’라고 했어요. 애들이 이상하게 보니 그들에게 맞춰야 하나 싶고…억압되고 감옥에 갇힌 느낌이었어요. 제니의 억압, 자유에 대한 갈망 등에 공감하다 보니 마지막 4분이 너무 시원해요. 저는 객석에 등을 지고 있으니 엄청 격렬하게, 몸으로라도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어 “제니 배우들이 피아노가 처음인데다 연주를 하면서 퍼포먼스도 해야 하니 힘들었을텐데도 저희 조언을 너무 잘 받아주셨다”며 “모든 게 새롭지만 이상하게 잘 굴러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들어 다시 텐션이 올라가고 있어요. 양준모 감독님과 포르테 디 콰트로 형들이 많이 열어주시거든요. 물론 정해진 틀도 있고 대본도 있지만 연주 때만큼은 저와 상대배우의 감정, 상태,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즉흥적으로 달라지는 부분들이 생겨요. 제니 등 배우들의 연기에서 자극을 받아 달라지기도 해요. 오늘은 광기 중에서도 하이를 치는 광기, 또 어떤 날은 광기지만 점잖은 광기…그렇게 하나하나 호흡을 맞추는 게 너무 재밌어요. 그러다 보니 더 폭발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회가 지날수록 자꾸 뭘 더 추가하고 싶어져요.”


◇다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과 “으쌰으쌰! 너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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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왼쪽)과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달랐어요. 원작 영화도 안본 상태에서도 내용과 소재 자체가 신선했죠. 제안을 받은 후 영화를 봤는데 마지막 연주, 중간 중간의 드라마적인 부분을 음악, 피아노로 표현하면 너무 멋있을 것 같았어요.”

‘포미니츠’ 출연 이유를 이렇게 전한 조재철은 ‘오디너리 데이즈’의 이범재 음악감독이자 피아니스트의 권유로 뮤지컬에 입문해 ‘미드나잇: 액터뮤지션’(6월 6일까지 대학로티오엠 1관) 초·재연, ‘배니싱’ 등의 무대에 올랐다.

“극의 처음과 마지막 퇴장까지 연주하면서 피아니스트를 비롯한 음악하는 사람들도 뮤지컬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담은 됐지만 이 작품 출연을 후회해 본적은 한번도 없어요. 무대에서 내려오면 늘 보람있고 재밌고…‘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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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

이어 “이제는 거의 자동으로 등·퇴장을 하지만 처음엔 무대 위와 밖을 오가는 자체가 제일 힘들었다”는 조재철에 오은철은 “전 처음이다 보니 뮤지컬에서는 피아니스트도 등·퇴장을 하고 동선이 있는 줄 알았다”고 대꾸했다. 

 

오은철은 작곡 전공의 피아니스트로 JTBC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 콘서트 음악감독과 앨범 프로듀서, 신수원 감독·문근영 주연의 영화 ‘유리정원’과 노규엽 감독의 ‘출국’ 작곡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다 ‘포미니츠’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

“양준모 예술감독님이 출연 제안을 주셨어요.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 형님이랑 양준모 감독님의 ‘오페라 데이트’를 같이 했었는데 그때 눈여겨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보곤 저 같아서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속으로 참고 있던 자유에 대한 욕망을 제니에게서 보고 대리만족을 느꼈죠.”

그리곤 “저는 첫 뮤지컬을 정말 잘 만났다”며 “백지상태에서 이렇게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설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에 조재철은 “다른 뮤지컬들이 작품의 성격과 드라마적인 부분에 맞춰 연주해야한다면 ‘포미니츠’는 중간중간 저희만의 솔로연주도 있고 저희만을 위한 조명도 있다”고 말을 보탰다.

“어떤 제약이나 정해진 틀도 없이 저희 스타일대로 연주하라고 해주셨어요. 프리스타일로 연주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더 펼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용 자체가 피아니스트 이야기인데다 저희가 보여지고 들려드려야하는 음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보니 처음엔 긴장됐지만 지금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신나고 설레요. 부담이 되는 만큼 끝났을 때의 성취감이나 카타르시스가 엄청나죠. 특히 마지막 4분은 앞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로 상을 차리고 저희에게 숟가락을 쥐어주시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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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조재철의 말에 오은철 역시 “감사하게도 좋은 분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연출님, 음악감독님, 안무감독님 등 모든 창작진, 배우들, 스태프들이 ‘너무 잘한다’ ‘너무 좋다’ ‘갈수록 좋아진다’고 해주시니까 내 편이 생긴 느낌”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클래식은 뭐든 혼자 해야 하고 콘서트나 영화에서도 작곡이나 음악감독으로서 편곡, 연주하는 게 끝이라면 뮤지컬은 다른 분야의 점문가들이 같이 호흡하고 으쌰으쌰하면서 친해지는 꿈의 일터 같아요. 무대감독님, 조명감독님, 음악감독님, 작곡가님, 연출님 등 높은 경지의 예술가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내달리는 걸 보면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들께는 일상이지만 저에겐 매일이 감탄이죠.”


◇오은철의 쇼팽 소나타, 조재철의 엑시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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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

“저는 이 작품에서 제일 좋은 곡이 쇼팽의 소나타예요. 제니랑 크뤼거가 같이 연습하는 곡인데 따뜻해요. 그 분위기를 받아서 저도 따뜻하게 연주하려고 노력하죠. 정말 힘든 곡도 쇼팽의 에튀드예요. 무대 위 그랜드 피아노가 아닌 무대 아래 밴드 건반으로 쳐야하거든요.”


뮤지컬 ‘포미니츠’에서 좋은 곡과 어려운 곡을 각각 쇼팽의 ‘소나타’와 ‘에튀드’로 꼽은 오은철은 “손에 땀이 나면 키보드는 엄청 미끄러져 소리가 달려져 버리는 경우들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연습 때는 잘되는데 공연에 들어가면 땀이 나니까…기름 위에서 치는 것 같아요. 한번은 작곡을 했던 적도 있어요. 가야할 길과 반대로 가버려서 작곡을 하고 유턴해 다시 돌아왔어요. 모골이 송연해지고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죠.”

오은철의 말에 조재철 역시 “쇼팽의 ‘에튀드’는 예전에 워낙 많이 연주한 곡이다. 특히 극 중 연주하는 부분은 정말 유명하다”며 “입시생들은 당연하게 쳐야하는 곡이라 저 역시 몇 년을 계속 연주했고 콩쿠르에 참가하면 예선에서 한번은 연주하던 곡인데도 키보드로는 정말 연주하기가 어렵다”고 동의를 표했다.

“지금은 그나마 적응했지만 공연 전 손을 풀기 위해 연습을 할 때면 그랜드 피아노 보다 에튀드에 더 공을 들여요. 감각을 익혀놓고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나마 ‘쇼팽의 에튀드는 라이브 연주가 아니어서 아쉽다’는 후기를 보면서 위안을 삼았죠.”

이렇게 전한 조재철은 가장 좋아하면서도 열심히 연주하는 곡으로 “엑시트 음악(모차르트의 소나타)”을 꼽았다. 그는 “당연하게도 모든 곡을 최선을 다해 연주하지만 특히 엑시트 음악은 소리 밸런스까지 찾아서 5대3대2 식으로 완전 클래식하게 연주한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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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대학생 때 연주하듯 하나하나 프레이즈 연결까지 시키고 패달도 맨 왼쪽 것까지 쓰면서 제일 공들여서 열심히 쳐요. 4분짜리 연주가 끝나고 돌아가시는 관객들이 여운을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거든요. 게다가 요즘 관객분들은 퇴장하시면서 듣는 엑시트 음악이지만 안나가고 끝까지 들어 주세요.”

조재철의 말에 오은철은 “나가는 음악인 건 알고 계시는 거지?”라고 묻고는 “처음엔 객석에 조명이 안들어와서 못나가시는 건가 했다”며 웃었다. 조재철은 “마지막까지 연주를 들어주시는 관객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며 “20분 중 한분이 나가시는 정도”라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여운을 더 길게 가지고 가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니와 크뤼거 선생님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한번 더 인사를 하시는데 그 상황과 모차르트의 소나타가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알고 있고 극 중 넘버에도 나오고 (크뤼거의 연인) 한나도 연주하는, 극을 관통하는 곡이죠.”


◇조재철의 ‘살아야하는 이유’, 오은철의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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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저는 연습부터 지금까지 가장 와닿는 곡이자 장면이 마지막 크뤼거 선생님의 솔로 넘버인 ‘살아야 하는 이유’예요. 들을 때 마다 울컥하죠.”

이어 조재철은 “어떻게 보면 다크하고 무겁게 갈 수 있는 극인데 그 넘버로 모든 관계를 회복시킨다. 이 작품의 메시지를 단번에 주는 순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크뤼거 역의 김)선경·선영 선배들의 목소리는 그 노래를 부르기 위해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 넘버를 들을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살아야지,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이거지…그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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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

 

조재철의 말에 “저 역시 그렇다”고 대꾸한 오은철은 제니의 ‘오스카’를 가장 마음을 울리는 넘버로 꼽았다. 그는 “제니들이 이 넘버 중간쯤 저희가 무대에 올라가는데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릴 즈음 하이라이트를 부르르는데 거기서 엄청 큰 감정의 폭풍우가 휘몰아친다”고 털어놓았다.

“특히나 두 제니 배우가 ‘오스카’를 부를 때의 비슷한 듯 완전 다른 목소리가 전달하는 감정이 너무 좋아요. 제니들도 그때 엄청난 감정과 에너지를 쏟는 것 같아요.”


◇내 인생의 크뤼거…조재철의 김정원 교수, 오은철의 이은영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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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왼쪽)과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크뤼거 선생님을 보면 대학시절의 교수님이 떠올라요. 저는 피아노를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어요. 그냥 어릴 때부터 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고 예고를 다니고 있었어요. 대학에서 피아노 전공을 하겠다는 욕심도 없이 재수를 하던 중에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봤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연주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 달라졌죠.”

조재철의 은사인 경희대학교의 김정원 교수는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위대한 피아니시트를 꿈꿨지만 변두리 피아노학원 선생으로 살고 있는 김지수(엄정화)가 만난 천재소년 윤경민(신의재)의 청년 모습으로 등장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조재철은 그 연주 모습에 “나도 피아노를 잘 쳐서 저렇게 되고 싶다 생각했다”며 “갑자기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커져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를 보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고 그 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면 지금도 그래요. 관객분들이 ‘포미니츠’의 마지막 4분 연주를 볼 때 이런 느낌이실 것 같아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서사를 쌓아오다 나오는 연주랄까요? 슬럼프가 올 때면 그 영화의 마지막 연주 부분을 찾아보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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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조재철(사진=이철준 기자)

 

그렇게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김정원 교수는 재수 중이던 조재철의 진로까지 바꿨다. 조재철은 “교수님 때문에 그 학교엘 갔다”며 “원서도 딱 한 학교, 경희대학교만 썼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콩쿠르를 다 제쳐두고 경희대에서 하는 콩쿠르에 출전해 전면 장학금을 받고 수시로 입학했어요. 김정원 교수님 제자로 들어가려면 또 오디션을 봐야했는데 2명 모집에 24~26명이 넘게 응시했어요. 그때 정원이 32명이었죠. 지금도 ‘저는 김정원 선생님의 제자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조재철의 고백(?)에 오은철도 중학교 시절 피아노를 가르쳤던 이은영 선생님을 “제 삶의 크뤼거 같은 존재”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피아노과를 가고 싶었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작곡과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했었다. 작곡과 피아노를 동시에 배웠는데 그때 피아노를 가르쳐주셨던 이은영 선생님과 저의 첫 만남이 크뤼거가 처음 제니를 만났을 때 같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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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의 피아니스트 오은철(사진=이철준 기자)
“제가 연주하는 걸 보시고는 ‘진짜 못친다. 그런데 음악은 좋다. 뭔가 다르다’고 하셨거든요. 기술적으로는 투박하지만 저만의 하고 싶은 얘기가 전해졌던 것 같아요. 때때로 ‘진짜 못친다’고 하시다가도 제 음악에 좋게 반응해 주시곤 하셨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제니와 크뤼거가 부딪히면서 관계를 발전시키듯 저 역시 선생님과 그렇게 됐어요. 그래서 이 작품은 꼭 저 같아요.”


◇절대 없어서는 안될 음악과 피아노

“공감됐던 부분은 뮈체(육현욱·정상윤)가 크뤼거 선생님 앞에서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연주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장면이에요. 가슴 아프고 예전에 레슨 받던 때가 떠올라요. 연주를 하면 선생님이 못마땅하게 ‘이게 안돼?’라고 다그치시던 옛날 기억들요.”

그럼에도 조재철은 “극 중에서도, 피아니스트인 저에게도 음악과 피아노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며 “제 인생에서 피아노는 죽을 때까지 없어서는 안될 애증의 악기”라고 털어놓았다. 오은철 역시 동의를 표했다.

“두번째달의 베이시스트(박진우) 선생님께서 사적인 모임에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언젠가 네가 힘들 때 너의 악기가 널 구원해 줄 것’이라고.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맞는 것 같아요. 피아노와 음악이 제니를 살렸듯 저를 살렸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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