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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남성 육아휴직 증가률 34%…중소기업·특고 위한 제도마련도 시급

롯데, 대기업 최초 2017년부터 의무화·4년간 총 5550명 사용
본사·국회 환노위원장, 20일 오전 국회서 활성화 토론회 개최

입력 2020-11-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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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위해 직장을 쉬는 남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특수고용종사자(특고) 등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들은 여전히 육아휴직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부문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6만205명으로 1년 전보다 12.5% 증가했다. 특히 올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4857명으로 지난해보다 34.1% 증가해 전체 증가속도의 세 배에 달한다.

이같은 변화는 정부의 정책과 일부 기업의 사내 문화 변화로 인한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문화의 영향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자의 대다수는 대기업에 몰려있으며 중소기업은 대체인력 부족과 사내 눈치보기로 인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휴직 개념이 없는 택배노동자 등 특고들은 육아를 위해 퇴사를 감수해야 한다.


◆대기업, 우수인력 유치 위해 남성 육아휴직 장려하지만…중소기업 일수록 떨어져

육아휴직자 사업체 규모별 비중
육아휴직자 사업체 규모별 비중(자료=고용노동부 자료 재가공)

 

최근 몇 년간 일부 대기업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일례로 롯데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7년 1월부터 남성 육아휴직사용을 의무화했다. 최소 1개월 휴직과 이에 따른 통상 임금의 100%를 지급한다. 2017년부터 지난 9월 말까지 5550명의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받았다. 공장 등 교대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어 출산한 남성 직원들 중 83% 가량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그밖에 육아휴직 대상 직원에게 ‘대디스쿨’을 운영하는 등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제도를 운영해나가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휴직한 직원들은 물론이고 배우자들의 반응도 좋다. 육아휴직을 하는 직원들의 상황 개선을 위해서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도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는 기업 중 하나이다. 기업 관계자는 “연구개발(R&D) 특화 기업답게 우수 인재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가족친화경영’ 및 ‘좋은 기업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남성육아휴직도 이러한 ‘가족친화경영’의 일환으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 중에 있다. 특히, 육아휴직을 사용하더라도 성과평가 및 승진 시 불이익이 전혀 없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자치하는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24.7%로 여전히 여성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더욱 떨어진다.

올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자의 54.1%는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보면 종사자 비율은 △10인 이상 30인 미만 16.6% △30인 이상 100인 미만 14.0% △100인 이상 300인 미만 6.6% △300인 이상은 8.7%였다.

반대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 300인 이상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4.2%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10인 미만 17.6% △10인 이상 30인 미만과 30인 이상 100인 미만이 각각 12.7% △100인 이상 300인 미만 12.8%였다.

이같은 300인 이상 사업장의 육아휴직 쏠림현상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심각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육아휴직 비중은 여성은 40.1%인 반면 남성은 56.6%를 차지했다. 반면 10인 미만 사업장 비중은 여성 19.7%, 남성 11.1%로 여성이 두 배 가량 많았다.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친화정책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대체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아 육아휴직을 하기 어렵다”고 배경설명을 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진의 의식개선이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퇴사 각오하고 육아해야 하는 특고 부모들

택배노동자 등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 필요<YONHAP NO-3787>
12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연합)

 

고용보험 밖의 노동자들에게 육아휴직은 남의 얘기다. 실업급여와 마찬가지로 육아휴직도 고용보험 안전망 안의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정부가 고용보험으로 포용하고자 하는 특수형태근로자의 사례를 보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소득이 줄어드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소득 감소를 감수하고 일을 줄이거나 일을 아예 그만뒀다가 재취업하는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특고 고용보험 설문조사에서는 주요 이직사유를 고르는 복수응답 항목에서 ‘건강, 결혼, 육아 등 개인사정’을 30.2%로 꼽기도 했다.

김인봉 전국택배노조 사무처장은 “육아를 할 경우 일을 그만두거나 본인이 따로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며 “본인 물량은 100%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알바를 쓰기도하고, 대체차량을 섭외하기도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육아에 대한 직접 참여보다는 직장을 계속 다니며 ‘교육비’를 더 버는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도 나타난다. 불안정한 고용상황과 더불어 주 양육자를 여성으로 보는 시각이 합쳐져 여성은 일을 그만두고 남성은 일에 매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고와 같은 다양한 노동형태를 포괄하는 남성 육아휴직의 제도적 기반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특고를 고용보험에 가입토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는 실업급여와 출산 후 급여 지급만을 포함하고 있다. 특고에는 ‘휴직’ 개념이 없는 만큼 연구용역을 통해 제도 설계를 한 후에 법 개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말 연구 용역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형태는 올해 12월부터 적용을 시작하는 예술인 고용보험 형태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예술인 고용보험에서는 출산으로 인해 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이 특정이 되면 그 기간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육아휴직을 보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남성 육아휴직률은 저출생 대책을 넘어 남성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낮은 여성의 고용률을 제고와 성평등 사회로 정착하는 것과 직결되는 만큼 빠르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브릿지경제신문사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송옥주 의원실은 이같은 논의를 위해 오는 20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아빠 육아휴직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토론회 1부에서 남성육아휴직 기업사례를 발표한 뒤 2부에서는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남성 육아휴직 활용 실태와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한다.

이어지는 토론회의 좌장은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맡으며 홍정우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과장,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박선권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 ‘브릿지경제’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중계된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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