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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현대차그룹 투자자가 봐야 할 '지배구조 변동 예상 시나리오'

입력 2020-10-20 07:00 | 신문게재 2020-10-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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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장의 가장 큰 화두로 꼽힌 그룹은 다름 아닌 현대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그룹 내 지배구조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년 전 사모펀드 ‘엘리엇(Elliott)’과 지배구조를 두고 치열한 갈등을 겪었던 만큼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증권가는 현대차그룹이 정 신임 회장의 선임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이 시장과 주주에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속 또는 지배구조 변화를 통해 정 신임 회장이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 신임 회장이 단독으로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핵심기업의 지분율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KB증권이 내놓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동 예상 시나리오를 들여다봤다.


◇ 현대글로비스, 정의선 선임 수혜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거쳐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선임 소식이 처음 들렸던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12일 종가 대비 23% 올랐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신임 회장이 23.3%로 그룹 내 다른 상장사들 중 가장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룹 내 상장사들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 다른 상장사들의 주가는 혼조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12일 종가 대비 16.42%, 이노션은 7.47% 올랐으나, 현대모비스는 0.88% 반등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4.44%, 기아차는 5.13%, 현대위아는 0.71% 하락했다.

이처럼 시장은 정 신임 회장 선임의 가장 큰 수혜주로 현대글로비스를 언급하는 분위기지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에 반기를 드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이 정 신임 회장의 선임을 계기로 주주친화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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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 시장친화적인 지배구조

KB증권은 현대차그룹이 정 신임 회장의 선임을 계기로 지배구조를 변화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의 원칙을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첫 번째 원칙은 ‘시장친화적인 지배구조’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에도 지배구조 변화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 계획은 △기업 분할 후 분할 신규 비상장기업과 다른 상장기업과의 합병, 합병 후 기업 지분과 또 다른 기업 지분의 교환 등 일반주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구성돼 있었다.

해당 계획은 중도 철회돼 시행되지 못했다.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철회 이유에 대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기업주주들을 설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정 신임 회장 선임 후 지배구조를 변동한다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과정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선진화된 지배구조

KB증권이 제시한 두 번째 원칙은 ‘선진화된 지배구조’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주주들이 예상하지 못한 높은 가격에 대규모 부동산을 매입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번 지배구조에서 이러한 ‘제왕적 경영’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경영진은 주주들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정부가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신임 회장이 핵심기업 지분율을 충분히 보유할 수 없다는 이유다. 그는 “시장친화적인 지배구조 변화와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동시에 추구하면 정 신임 회장의 핵심기업 지분율은 그룹을 독단적으로 경영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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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 ‘제2의 엘리엇 사태’는 없다…그룹株 모두 긍정적

엘리엇은 2018년 5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과정에 반대 여론을 내세워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지난해 1월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총 8조원이 넘는 고배당을 요구한 바 있다. 정 신임 회장은 이른바 ‘제2의 엘리엇’의 등장을 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연구원은 “시장친화적이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는 정 신임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을 맡았던 2018년 이후 보여준 행보와 일치한다”며 “제2의 ‘엘리엇’이 등장해서 경영권을 위협한다고 해도, 일반 주주들이 현재의 경영진 교체를 승인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제2의 엘리엇이 등장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한다고 해도, 일반 투자자들이 현재의 경영진 교체를 승인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며 “이와 같이 강화된 경영진과 일반주주들의 신뢰관계는 향후 현대차그룹이 추구할 지배구조 안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정 부회장의 지분이 가장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겠으나, 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강성진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역량을 이용해 특정기업의 가치를 부양하는 시장친화적이지 않은 방법은 지양할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은 스스로의 역량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주주친화적인 지배구조를 내세우면 그룹주 주가에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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