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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시티팝’ 신성 일본인 유키카 “전세대출 받으면 진짜 ‘서울여자’ 될 것 같아요”

입력 2020-08-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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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카(사진제공=에스티메이트)

 

일본인이 케이팝을 부르면 케이팝 가수일까? 제이팝 가수일까? 케이팝을 부르는 일본인 솔로 여가수 유키카(28·본명 테라모토 유키카)는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당당하게 “케이팝 가수”라고 답했다.

유년 시절, 일본에서 활동하던 케이팝 가수 보아의 팬이었고 학창시절에는 소녀시대와 카라에게 빠져 한국 연예계를 동경해 케이팝 가수를 꿈꿨다는 그는 서울살이 4년만에 발표한 정규 1집 ‘서울여자’의 동명 타이틀곡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필리핀, 페루,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8개국 아이튠즈 케이팝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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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유키카(사진제공=에스티메이트)

특히 콜롬비아, 페루, 아르헨티나에서는 전체 앨범 차트 1위, 미국에서는 앨범 차트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향인 일본에서도 케이팝 앨범 차트 2위에 랭크됐다.


“제가 활동하는 무대인 한국 가요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는데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받으니 신기해요. 시티팝이란 장르가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보니까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들어주신 것 같아요. 이왕이면 한국과 일본에서도 사랑받고 싶어요.”

당초 유키카는 지난 2월 1집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앨범 발매계획이 연기되자 5월 소속사 에스티메이트 박진배 대표의 제안으로 ‘서울여자’를 추가로 녹음했다.

“모든 게 전부 달라서 신기했었어/어딘가 급해 보이는 사람들까지도/설명하기엔 뭔가 좀 다른 공기까지/자꾸만 날 설레게 날 만드는걸(중략)/서울여자 느낌이 있는 걸/티가 나나 봐 공부 좀 했는데”라는 가사가 서울에 첫 발을 들여놓은 이국인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 하다.

“대표님이 저를 생각하며 이 곡을 쓰셨대요. 하하, 그런데 저는 도쿄랑 서울이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처음 서울에 왔을 때 가사 내용처럼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평범한 외국인이나 지방에서 서울에 오는 이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부 해외 팬들은 유키카에게 ‘시티팝퀸’이라는 호칭까지 붙이며 자국에서 공연해달라는 요청을 보내고 있다. 유키카는 “코로나19만 아니면 요청이 온 곳에 가서 공연하고 싶은데 가지 못해 아쉽다”며 “해외에서 직접 공연을 개최하는 건 일본가수와 다른 케이팝 가수만의 매력”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대학시절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 홀로서기 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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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카의 ‘서울여자’ 티저 (사진제공=에스티메이트)


유키카는 중학생 시절부터 CF모델과 연기자로 활동한 베테랑 연예인이다. 대학 진학 후 잠시 연예활동을 쉬었지만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은 버리지 못했다. 25살이던 2017년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 ‘아이돌마스터.KR - 꿈을 드림’ 오디션에 합격하며 서울 땅에 발을 디뎠다.

 

극중 걸그룹 리얼걸 프로젝트로 (Real Girl Project)로 실제 음원을 발매한 뒤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하며 본격 케이팝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싱글도 발표했다.

향수병도 앓지 않고 서울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멘탈’을 무장한 덕분이기도 하다. 세탁소에서 세탁물 접수를 받거나 호텔 하우스 메이트, 백화점 과자 판매까지 평범한 일본의 20대 청년들이 뛰어드는 다양한 아르바이트에 도전했다. 한국에서 얼굴이 알려진 아역배우들이 성인이 돼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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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팝을 부르는 일본인 가수 유키카(사진제공=에스티메이트)

“대학에 진학하니 다른 친구들은 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만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보지 못하다 보니 친구들과 대화도 안 통하고 바보가 된 것 같았어요. 학생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해보자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를 했죠.”


다양한 아르바이트는 유키카에게 돈을 버는 소중함을 알게 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돈을 못 버는 시기가 있었지만 부모님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며 “없으면 없는 만큼 생활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대다수 케이팝 그룹에 속한 일본 출신 가수들이 기성 한국 연예기획사에 몸담고 있는 것과 달리 유키카의 회사는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다. 

 

그러다보니 정산 시스템도 다른 연예기획사와 사뭇 다르다. 유키카는 “회사에서 월급도 받고 4대 보험까지 들어줬다”며 “음원성적이 좋으면 월급도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요즘 유키카의 고민은 전세대출을 받는 것이다. 유키카는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만 외국인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며 “음원 성적이 좋으면 주택 매매도 하고 싶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게 된다면 진짜 ‘서울여자’가 될 것 같다”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유키카는 케이팝 가수를 꿈꾸는 일본인 후배 가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강한 정신력’을 꼽기도 했다. 그는 “다른 일본인 연습생 중에는 우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약한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도 스트레스를 받아 운적이 있지만 다행히 가족처럼 좋은 친구들을 만나 힘든 상황을 극복했다. 이제는 일본에 돌아가기 싫을 때도 있다”며 후배들에게 의지를 굳게 다지라고 주문했다. 일본 연예계와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거친 유키카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이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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