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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주식·부동산 광풍에 은행도 합류…‘머니무브’ 올라탈까

입력 2020-07-21 07:00 | 신문게재 2020-07-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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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초저금리로 인해 은행 예·적금을 이탈한 자금이 늘어나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3000조원을 돌파했다. 넘쳐나는 유동 자금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계속해서 몰리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주식 계좌를 연동하고 부동산 강의를 개최하며 이 기류에 편승했다. 현상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새 먹거리 찾기’가 자리 잡고 있다.


◇ ‘쥐꼬리 이자’보다 주식·부동산으로 ‘머니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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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한국은행과 금융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1금융권과 2금융권 할 것 없이 수신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등 1금융권은 이미 연 0%대까지 내려가며 ‘제로금리’까지 떨어졌고, 그나마 높은 금리를 자랑하던 저축은행, 신협 등 2금융권의 금리는 연 1%대가 됐다.

‘쥐꼬리 이자’에 은행의 정기 예·적금을 해지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33조914억원으로, 지난 3월(652조3277억원)과 비교해 19조2363억원 급감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3월 652조원, 4월 649조원, 5월 643조원, 6월 433조원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에 풀린 돈도 많아졌다. 5월 통화량(M2 기준)은 3053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2% 증가했다. 금액 기준 35조4000억원이 늘어나면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년 만에 시중 유동성은 275조원이나 늘어났다.

더 이상 은행에서 투자할 곳이 없다 판단한 이들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인 50조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말(27조3932억원)과 비교해 84% 늘어났다. 또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이후 1개월 간 서울의 아파트값은 0.71% 상승했다.


◇ 주식·부동산 광풍 대열에 합류한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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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세무·부동산·주식 3인3색 자산관리 스페셜 랜선 세미나’(왼쪽), 하나금융그룹 ‘하나 부동산 리치업’ (사진=각 사)

 

외면하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은행들도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언택트(비대면) 자산관리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해외주식전망, 부동산 투자전략, 절세 방안 등 주제로 했다. 사전 모집에서 참가 신청이 5분 만에 마감돼 큰 인기를 실감케 했다. 또 신한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외화 체인지업 예금과 삼성증권 해외주식 계좌를 연결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원화대가로 미화 7달러 이상 입금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선착순 1500명에게 미화 7달러를 제공한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주식계좌개설 서비스 대상에 KB증권을 추가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과 제휴해 5월말까지 200만개의 신규 계좌를 확보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2일 KB금융그룹의 자산관리 전문 유튜브 채널인 ‘여의도5번출구’를 통해 ‘세무·부동산·주식 3인3색 자산관리 스페셜 랜선 세미나’를 개최한다. 세미나는 1부 세무 ‘규제의 시대, 합법적으로 당당하게 부동산 세금 줄이기’, 2부 부동산 ‘언택트, MZ세대 부상에 대응하라’, 3부 주식 ‘주식투자, 쉽고 재미있게!’ 등으로 구성됐다.

하나금융은 그룹 관계사가 보유한 부동산 서비스 역량을 종합한 ‘하나 부동산 리치업(Hana Realty Rich Up)’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의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와 리빙트러스트(Living Trust), 하나자산신탁의 개발 및 건물 운영 자문 서비스를 접목해 부동산의 취득부터 개발, 임대, 관리 및 처분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문제 해결을 돕는다.

신한금융도 기존의 부동산 투자자문서비스에 자회사로 편입한 아시아신탁의 부동산 개발 및 관리 서비스를 접목해 ‘신한부동산 밸류-플러스(Value-Plus)’를 확대·강화했다. 이밖에도 KB금융은 ‘리브온’, 우리은행은 ‘우리 원더랜드’, 신한은행 ‘쏠 랜드’ 등 은행들은 부동산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에게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이자장사도 어렵고, 해외도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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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이처럼 은행들이 여·수신과 같은 주업무가 아닌 주식과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는 데는 코로나19발(發) 수익성 악화 영향이 크다. 코로나19로 초저금리가 불가피해 ‘이자 장사’는 더 이상 어려워졌고, 해외시장 확대는 현재 어렵다. 또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펀드 판매도 위축됐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주택 관련 대출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주부터 속속 발표되는 금융지주들의 2분기 실적은 어둡다.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은행들은 하반기 ‘비이자이익’ 강화에 여념이 없다. 주식과 부동산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호실적은 증권 계좌 수수료 덕을 봤다. 그간 카카오뱅크 실적의 발목을 잡던 수수료 사업 손실은 1년 새 100억원 이상 줄었다. 제휴사 대출 추천 서비스가 꾸준하게 성장했고 2월 NH투자증권 주식계좌 신청 서비스가 추가된 덕분이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와 금융투자부문의 활성화는 초저금리 시대 국내 금융업권이 여전히 나아가야할 길”이라며 “금융당국은 사고발생의 원인과 결과를 잘 분석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금융회사는 리스크를 관리하며, 사업구조를 변경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부분의 조직 개편을 강화했다”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이제 막 열린 상황에 주식, 부동산 등과 연계한 상품 확대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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