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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해보니 되더라'와 현대 정주영 '이봐 해봤어'의 평행이론

[기자의 눈]

입력 2020-07-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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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봐, 해봤어? 해보니 되더라.”

올해 7월로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 규제 방침을 밝힌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정부와 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대일 의존도 탈피를 통한 국산화 노력에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동력으로 작용한 ‘해보니 되더라’라는 슬로건은 과거 1970년대 산업 근대화 시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이 봐, 해봤어’라는 말을 연상시킨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SK하이닉스를 찾아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을 언급하면서 “무엇보다, ‘해보니 되더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크다”면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첨단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해갈 것이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에 기여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한국의 길’”이라고 역설했다.

여기에는 지난 1년 간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이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해온 것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격려와 “우리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삼으려면, 스스로 ‘글로벌 첨단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문도 함께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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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액은 403만300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843만6000달러)에 비해 무려 85.8% 줄어든 것이다.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비중도 작년 같은 기간 43.9%에서 올해 12.3%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 따른 교역 차질 등이 작용하긴 했으나, 불과 1년 전에까지만 해도 소·부·장 업계를 중심으로 경제계에 팽배했던 ‘다른 나라는 몰라도 일본으로부터의 소부장 의존도 탈피는 독립운동만큼이나 어려울 수 있다’라는 고정 관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기간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삼은 3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는 자체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미국 듀폰 등을 유치하면서 수입선을 다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크다. 특히 일본 의존도 90% 이상이었던 반도체 공정 소재 블랭크 마스크의 시제품 생산도 마친 상태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삼성전자, SK, LG 등의 기업들이 추진한 기술 자립화 노력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일본 소부장 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한국 소부장 경쟁력은 2019년 7월 ‘89.6’에서 2020년 6월 ‘91.6’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목에서 당시 조선, 자동차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 현실에서 포기하려는 직원들에게 정주영 창업주가 꺼내 들었던 ‘이 봐, 해봤어?’라는 말이 중첩된다. 이는 불가능의 상황이나 위기 때마다 창의, 혁신, 실천으로 한국 경제에 발전과 성장이라는 자취를 남긴 정 창업주의 도전 정신과 맥락이 통한다.

‘해보니 되더라’는 발상이 ‘이 봐, 해봤어’의 21세기 버전처럼 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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