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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ILO 핵심협약 3건 다시 국무회의 상정

입력 2020-07-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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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제34차 국무회의를 개최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 3건을 심의·의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20대 국회에 정부입법안을 냈다. 그러나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채 자동으로 폐기돼 정부가 다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에 심의되는 비준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내용을 담는 등 예민한 내용이 많아 노사 양측에서 모두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1996년부터 ILO핵심협약 비준 못해…EU와의 FTA 충돌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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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ILO 핵심협약은 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기본적 노동권의 보장과 관련한 국제규범으로 전체 190개 협약 중 8개가 이에 해당한다.

8개 협약은 △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87호, 98호) △ 강제노동 관련 협약(29호, 105호) △ 아동노동금지 관련 협약(138호, 182호) △ 균등대우 관련 협약(100호, 111호)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당시부터 최근까지 국제사회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지속적으로 약속해 왔으나 여전히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관련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는 2011년 7월부터 발효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에 어긋난다. EU는 협정에 당사자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계속적·지속적 노력”하도록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가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우리나라의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EU FTA는 EU가 노동·환경 분야의 조항을 포함하여 체결한 최초의 FTA이기 때문에 이번 FTA의 이행에 대한 유럽의회, 시민사회단체 등의 관심과 압박이 큰 상황이다.

임서정 노동부 차관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ILO에 가입한 187개 국가 중 약 80%인 146개국이 8개 핵심협약 전체를 비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경사노위 통해 정부입법안 마련…제105호 강제노동 철폐 협약은 제외

정부는 앞서 2018년 7월부터 10개월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를 진행해 공익위원안을 기초로 정부입법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20대 국회에 이 같은 내용을 제출했으나 20대 국회가 종료하면서 법안이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입법안은 노조법과 교원노조법 등 위헌 결정과 관련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내용이다.

비준안은 △ 제29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 비준안 △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비준안 △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 비준안 3건이다.

현재 제105호 강제노동 철폐 협약은 정부 입법안에서 제외돼있다.

105호 협약은 ‘정치적 견해 표명’ 및 ‘파업 참가’ 등에 대한 처벌로서, 처벌의 위협 하에서 노동을 강제하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노동 등 ‘강제노동’을 부과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형벌체계가 실정법을 위반한 정치적 견해 표명 및 쟁의행위 참가 등에 대해 징역형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어, 국내법과 105호 협약이 심각하게 상충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실제 105호 협약 취지를 국내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관련 징역형 자체를 삭제하거나 금고형으로 전환하는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형벌 체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필요성의 부담과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 국민감정의 문제를 들어 관계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향후 추가적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고자·실업자도 노조 가입…주요 생산시설 점거하는 등 쟁의행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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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 및 ILO긴급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ILO 핵심협약 관련 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연합)

 

정부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노조 조직형태와 관계 없이 해고자·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번 입법안을 통해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기업별 노사관계 현실을 반영한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업장 활동시 사용자와의 합의절차 준수토록 하고 기업별 노조의 임원자격은 종사근로자로 제한하는 등의 장치가 이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사 동의 하의 개별 교섭을 진행할 때에는 사용자에게 성실교섭 의무와 차별금지를 명문화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생산 기타 주요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규정도 반영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정부의 입법안 지난 10월 20대 국회에서 ILO 협약 비준 건이 발의됐을 때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비준안에 △특수고용노동자, 하청·간접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이 통째로 누락되어 있고 △유럽연합이 한-EU FTA 13장 위반사항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여 분쟁 대상이 된 2조 ‘근로자’ 정의에 관한 개정이 없어 통상문제의 불확실성 해소에도 역행하며 △ ‘비종사자 조합원’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해고자의 노조할 권리를 추가적으로 제약하고 △ ILO 헌장(19조 8항)의 ‘역진 금지’ 원칙에 반해 직장 점거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노동기본권은 후퇴시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정부입법안이 ILO 핵심협약 비준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다.


임 차관은 “노사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노사의 의견이 한 번 더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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