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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아졌는데, 호황 아닌가?”…정부정책이 부른 착시

시중 유동성 사상 첫 3천조원 돌파
대출 활발하고 한은의 국채 매입탓
그러나 대기성 단기 자금에 머물러
최악 불황 속 돈이 넘쳐나는 역설
디플레이션 우려로 긴축정책 글쎄

입력 2020-07-05 17:00 | 신문게재 2020-07-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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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유동성이 사상 첫 3000조원을 넘어섰다. 대출이 활발하게 일어났고, 통화당국이 정부의 국채를 매입하면서 시중에 돈을 흘려보낸 것이다. 경기 둔화나 수축 국면에선 대출이 감소하는 게 정상.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사태에서도 정부정책이 대출 호황을 이끌고 있다. 초저금리와 정책자금 확대가 경기사이클에 엇박자를 일게 한 셈이다.


◇ 떠도는 돈

지난 4월말 기준 광의 통화량(M2)은 3018조6000억원이다. 현금과 현금이나 다름없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에다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M2는 4월 한달만 34조원(1.1%) 늘었다. 좁은 의미의 통화량(M1) 역시 4월말(1006조3000억원)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실질머니갭률은 크게 뛰어 지난 1분기 8%대로 집계됐다. 실질머니갭률은 특정 시점의 실제 통화량(실질·M2 기준)과 장기균형 통화량 간 격차(%)를 말한다. 실제 통화량이 장기균형 수준보다 많으면 갭률이 0보다 커진다. 결국 현재 시중 통화량이 균형 수준보다 8% 이상 많다는 뜻이다.


◇ 자산 버블

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많은 돈이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중앙은행이 대거 유동성을 공급했는데도, 상당부분 자금이 실물로 흘러가지 못하고 금융기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넘쳐나는 유동성이 의도했던 투자와 소비보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려 가격을 밀어 올리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시점에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유입될 것으로 봤다”며 “그래서 진정 시점에 빨리 유동성을 거둬들일 계획이었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진정되기도 전에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통화 팽창 VS 디플레이션

통화팽창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만큼 더 적극적인 통화완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는 공급 측면이 컸다. 유가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는 공급 차질보다 수요 감소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안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더 깊은 코로나 침체에 빠지게 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대응과 통화안정증권 운용 방향’ 보고서에서 “코로나 대응 차원에서 대규모 국채발행과 통화공급 확대가 요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쉽지 않은데다, 돈을 풀어도 돌지 않는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때문에 1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또다시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채권시장 등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조동석 기자 ds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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