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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하루아침에 틱톡 차단… 21세기식 '중국 지우기'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중국과 국경분쟁 격화<하> 불매운동 '스마트화'

입력 2020-07-13 07:00 | 신문게재 2020-07-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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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보기술부는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불매 운동의 효과가 지속되기 힘들다고 보고,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위챗(WeChat)과 틱톡(TikTok)을 포함해 59개의 중국 앱 사용을 금지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샤오미 휴대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화상 통화 앱(Mi Video Call), 웨이보, QQ메일과 메신저를 비롯해 게임 및 다양한 앱 유틸리티까지 우리에게도 친근한 앱들이 대거 포함하고 있다.

인도 주요 언론 분석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현재까지 인도가 취한 가장 강력한 보복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앱 사용 금지 조치는 사용 금지를 하더라도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에 부가가치 측면에서 물리적인 제품을 보이콧하는 것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인도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사용 금지된 중국산 앱들은 사용자 데이터를 무단으로 해외로 전송하기 일쑤다. 때문에 인도 정부는 이 앱들이 ‘인도의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에 위협이 되며 궁극적으로 인도의 주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즉, 인도를 위협하는 활동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에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인도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브라우저로 인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UC브라우저와 UC뉴스가 포함됐다. 레노버에서 분사한 SHAREit(샤리트, IT 장치 간 무료 파일 공유 앱), 인도 사람들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홍콩 기업 뉴스독(NewsDog)과 최근 인도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해성처럼 등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 상거래 3위 기업 클럽 팩토리(Club Factory)도 포함되어 있다.

클럽 팩토리는 지난 해 4분기 구글 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쇼핑 앱으로 인도에서 월간 사용자 수는 1억 명이 넘는다. 201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지난 해에만 700%의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클럽 팩토리는 또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세인(Shein)과 더불어 탈세, 처방전 없는 약 판매 등 다양한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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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에 대한 화형식이 거행되고 있는 현장. 사진=India Trust

 

심지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온 제품 주문서에 ‘선물(Gift)’이라고 표기하는 등 탈법을 일삼다가 인도 세관에 의해 제품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불법 복제 제품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클럽 팩토리는 인도 대도시 뿐만 아니라 중소 도시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가격’ 때문이다.

틱톡(TikTok)은 인도에서 월 약 2억명(전 세계 사용자의 30%)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6월 1달간 인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달성한 앱이 틱톡이다. 지난 해 10억 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진 인도에서 틱톡이 1주일 동안 서비스를 못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하루 50만~60만 달러, 7일 동안 400만 달러 이상 피해를 봤다고 회사가 발표한 바 있다.

그 동안 틱톡은 가정 폭력, 동물 학대, 아동 학대 및 여성을 차별하는 영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구글 플레이에서 틱톡의 평가 점수를 낮추는 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수 백 만개의 욕설 댓글이 올라오면서 인도 구글에서는 삭제를 하기 위해 인원을 추가 투입하기도 했다.

13억이 넘는 인구의 절반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인터넷 시장 인도에서 이 같이 외국산 앱 사용을 대대적으로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이번 인도 정부의 조치로 인해 인도 스마트폰 사용자 중 3명 중 1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틱톡, 클럽 팩토리, UC브라우저와 기타 앱을 합하면 월간 약 5억 명 이상이 이런 앱을 사용하고 있다.

또 이번에 사용 금지된 59개 앱 중 27개는 수 백만 개의 앱 가운데 인도 상위 1000대 리스트 안에 들어가 있다. 중국산 앱 삭제를 위한 앱 또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리무브 차이나 앱(Remove China App)의 경우 인도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인도 IT 기술 기반 스타트업 투자에서도 중국 기업의 투자가 활발하다. 2013년 이래 중국 기업들은 인도 기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약 80억 달러 이상 투자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인도 IT기술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인도 최대 온라인 식품 유통 기업 빅바스켓(BigBasket)의 지분 30%를 가지고 있고, 인도 최대 모바일 결제 기업 페이티엠(Paytm) 지분 7%도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는 2014년 이래 음식 배달앱 스위기(Swiggy)와 현대차도 3억 달러 투자한 최대의 차량공유 앱 올라(OLA)를 포함해 15개의 인도 기술 기업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 했다. 지난 5년간 중국 기업들은 90개 이상의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또 인도 30개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 기업 중 18개가 중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인도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기술 탈취와 미래 성장 동력을 중국이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인도 정부는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6개 국가(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중국, 부탄, 네팔 등)를 대상으로 인도 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를 막기 위한 외국인직접 투자 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조치였다. 중국을 제외하고 인도에 투자할 여력이 되는 국가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인도가 중국 자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도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도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격앙된 분위기다. 특히 59개 모바일 앱 차단에 대해 중국 정부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인도 정부에 “개방적이고 공정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인도가 말하는 국가 안보 위협은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앱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로 인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준수하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게 치명타를 가해 WTO 규칙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 진출 중국 기업들도 한 목소리로 “이번 조치가 인도의 일자리, 더 나아가 해외 기업들의 인도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에 대해 “중국에서도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다양한 앱을 보안 등 여러 이유를 들어 금지하고 있는데, 우리의 이런 조치에 중국이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의 반발을 ‘내정 간섭’으로 평가하고 중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개인 정보 및 사이버 보안을 이유로 중국 앱을 금지하는 나라는 인도만이 아니다. 대만과 독일도 일부 중국 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6월 15일, 중·인도 국경 분쟁이 일어난 이래, 인도 내부의 여러 대처를 보면 뭔가 잘 짜인 각본이 있는 것이 아니냐 할 정도로 민첩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인도 정부는 중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명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공공부문에서 중국과의 계약을 보고하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것을 지시 했다.

인도 최대 국영기업인 인도 철도는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 신호체계 도입 프로젝트를 취소했고, 취소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발표하지 않았다. 더불어 인도 정부는 아마존, 플립카트 등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에게 판매 제품의 원산지를 꼭 표시하라는 요구를 하며 중국산 제품 소비 제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6월 17일에는 인도 상인 연합(CAIT)이 보이콧 제품 450개를 발표했고, 중국 식당 불매 운동도 일어났다. 6월 25일에는 3000개 회원사가 넘는 델리 호텔과 식당 소유자 협회가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의 중국인 입장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29일에는 인도 정부에 의해 중국산 앱 59개 사용도 금지되었다.

인도의 불매 운동이 과거와 다른 것은 단순한 일회성 불매 운동이 스마트한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 그리고 인도의 직접적인 타격이 될 만한 것 보다 대체제가 확보되어 있으면서 중국의 점유율이 높은 분야를 택해 정밀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인도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역할을 대신할 나라는 찾기 힘들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대신 기술적 협력이 가능한 국가는 한국 등 제한된 국가”라면서 “인도와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G11에 같이 들어가게 되면, 인도 국민들은 한국이 충분히 협력할 만한 국가로 인식시켜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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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에 폐쇄 조치가 내려진 59개 중국산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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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번 중국 앱 59개 사용 금지는 인도 진출을 준비중인 한국 기업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도 시장을 대상으로 숏폼 콘텐츠(Short Form Contents)와 커머셜 플랫폼 런칭을 앞두고 있는 위시모바일 김석용 대표는 “인도 시장 진출 때 가장 큰 경쟁 상대로 생각했던 중국 온라인 기업들이 일시에 사라지면서 그야말로 큰 기회가 왔다”며 “한국인 직원들 뿐만 아니라 인도인 직원들도 이 기회를 살리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인도인들의 소비 성향이 분야별 상위권 앱 소비에 집중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그동안 막대한 자금으로 시장을 석권한 중국 기업 제품과 서비스가 사라진 자리에 갑자기 빈 공간이 생겨 인도 진출과 시장 확대의 호기”라며 전사적 역량을 총 동원해 인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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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도에서는 대대적인 중국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The Mint

 

인도의 불매 운동은 민족주의의 한 부분이었다.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영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을 벌일 때, 인도 독립 투쟁의 가장 큰 캠페인 중 하나가 마하트마 간디에 의한 스와데시(Swadeshi, 국산품애용) 운동이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외세의 착취와 통제에 벗어나기 위한 정치경제적 의존을 절대적으로 거부하는 행위였다. 21세기에 만나게 되는 인도의 새로운 스와데시 운동을 응원한다.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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