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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중국산 보이콧' 활활… 문제는 명분이냐 실리냐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중국과 국경분쟁 격화<상> 反中노선 '딜레마'

입력 2020-07-06 07:00 | 신문게재 2020-07-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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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반중 시위대가 뉴델리 거리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의 사진과 중국산 제품을 불태우고 있다. 아래 사진은 반중 집회 현장에서 한 참가자가 틱톡을 포함한 중국산 앱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사진출처=게티이미지, AP연합)

 

중국과 인도 군인들 간에 촉발된 폭력 사태가 그 동안 화해를 모색해왔던 두 국가를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 세계 인구 1,2위의 거대 국가들이 서로 다툼 없이 협력하며 상생하기를 꿈꿔왔던 인도 초대 총리 네루(Jawaharlal Nehru)의 바람이 점점 멀어져 가는 모양새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인도 만모한 싱 총리가 국가를 경영하던 2005년만 해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해 나갈 이 둘을 ‘친디아(Chindia)’로 정리하며, 두 나라 경제권이 하나로 묶이면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만 해도 두 나라 경제는 연 평균 각각 9%와 5% 이상 씩 성장했다.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지속하고 있었고, 인도는 제조업은 뒤떨어지지만 첨단 서비스 분야인 IT산업에서 세계적인 강점을 보이고 있었다. 따라서 두 나라가 상대방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상호협력을 한다면, 친디아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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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꿈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티베트 고원에서 벌어진 양국 병사들의 충돌로 인도는 20여 명의 병사가 사망했고, 이는 중국발 코로나로 인해 피폐해진 국민들의 마음에 분노의 불을 댕겼다. 곧바로 중국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사태 초기만 해도 인도 언론 매체들은 2017년 벌어진 불매 운동 이후 오히려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간 것을 예를 들면서 “2차 산업이 빈약한 인도에서 중국 제품 불매 운동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인도는 인도 독립 이후 수 차례에 걸쳐 국경 분쟁을 벌여 두 번의 큰 전쟁을 치렀다. 가장 최근에는 2017년 6월 중인도 국경 사이에 있는 도크람(Doklam)에서 벌어진 몸싸움이 거의 2달간 지속되었다. 다행히 큰 유혈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고, 양국은 조금씩 양보했다. 이 때도 중국 제품 불매 운동은 금방 잠잠해졌다. 이런 긴장 관계의 지속이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외교적으로 잘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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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국과 인도 국경 총격전에서 사망한 한 군인의 장례식 장면. 사진 = The Hindu

 

그러나 이번 중·인도 국경분쟁은 사정이 좀 다르다. 20명의 인도 병사가 참혹하게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인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 군사 행동과 중국 상품에 대한 보이콧 정도가 전부지만, 그냥 유야무야 지나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우선 군사적 옵션 가능성을 보자. 인도는 핵무기 보유국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710억 달러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군 운영으로 물자와 장비는 부족하고, 군수물자 획득 전반에 걸친 만연한 부패로 실질적인 군사력은 형편없이 낮은 편이다.

이런 인도군 사정과 더불어 군사 행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없다는 것이 인도 정부의 고민이다. 지난 해 파키스탄과의 국경 분쟁에서는 두 나라 간 경제적 연결 고리도 약하고, 인도 총선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었기에 전투기를 동원한 군사 행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분쟁은 파키스탄과의 국경 분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중국의 상대적인 군사적 우월성에, 히말라야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전쟁을 치른다는 것은 인도 입장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군사적 옵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인도가 택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은 중국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최근 인도 TV나 유튜브 등에서는 중국산 텔레비전을 때려 부수는 소비자와 중국 물건을 쌓아놓고 불에 태우는 상인들의 화난 모습 등 자극적으로 중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심지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시진핑으로 오해해 김정은 사진을 태우는 웃지 못할 광경도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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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을 시진핑 주석으로 착각해 화형식을 거행한 집권 BJP당 관계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또 인도 언론에서는 이 사실을 보도하며 김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The Hindu

 

국경 충돌에 대한 양국 정부의 입장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편이었다. 중국은 될 수 있으면 인도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국경 분쟁에 대한 내용을 언론에서 단신으로 처리되도록 했다. 인도 또한 중국에 붙잡힌 10명의 포로 군인 석방 협상을 조용히 마무리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인도 내부 사정이 예전과 다르다. 최근 코로나 등으로 인한 경제 문제와 모디 정부가 추진하던 ‘Make in India’ 정책이 전반적으로 실패하며 실업률 또한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모디 정부는 내부 불만을 외부 요인으로 돌리며 본격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지난 해 선거 전 파키스탄과 국경분쟁으로 재집권에 성공한 모디 정부로서는, 중국과의 충돌이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특히 모디 정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우파 민족주의 힌두교 기반 정파들과 이들의 핵심 지지 층인 상인 집단이 나서서 중국 상품 구매 중단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도 정부의 고민은, 중국 제품에 대한 보이콧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인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인도의 올해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5% 이하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 신용 전망도 정크 수준의 바로 위 단계로 크게 낮아졌다. 이마저도 하반기 본격적으로 인도를 휩쓸 코로나 사태로 인해 훨씬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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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에 대한 화형식이 거행되고 있는 현장. 사진=India Trust

 

중국은 2019년에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2013년 이후 아랍에미레이트(UAE)를 제치고 인도 최대의 무역 파트너가 되었다. 중국과 인도의 무역 관계는 한·일간 무역 불균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불균형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인도의 대 중국 무역적자는 570억 달러에 달한다. 두 나라 무역 총액이 940억 달러에 이르지만 인도의 일방적인 무역적자는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물론 2019년 인도의 추가 관세와 세이프가드 발동 등을 통해 전체적인 대중국 수입은 15% 감소되었으나, 절대적인 중국 의존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중 가장 큰 무역 적자의 요인은 전기 기계 및 장비 수입이다. 여기에는 스마트폰도 포함되는데, 인도 수입 총량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사실상 중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인도의 5대 휴대폰 제조기업 중 4개가 중국 기업이다.

2020년 1분기에 이들 4개 기업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73%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 샤오미는 이 시장에서 1위로 3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4년 만에 1위에 올라섰다.

인도로 수입되는 전자제품의 절반은 중국산이다. 자동차, 제약 및 통신 장비와 같은 주요 상품 생산을 위해 수입되는 반제품이나 부품의 중국 의존도도 상당히 높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제네릭 의약품 생산국이다. 세계 시장 제품의 약 20% 이상이 이곳에서 제조된다. 하지만 생산 원료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된다. 최대 수출품인 의약품 생산을 늘리려면 중국 수입을 늘려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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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는 5G 구축을 위한 화훼이나 ZTE 같은 통신 장비 사용도 보안을 이유로 금지했다. 겉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영향으로 수입을 중지했지만, 내심 중국 의존이 커지면 커질수록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고려된 조치다.

인도는 중국에서 제공되는 의약품 원료 물질 공급이 갑자기 중국 사정에 의해 금수 조치가 내려지면 현재 상황에서는 이를 대신할 곳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 등 비상 사태를 만나면 이는 국가적 안보 위기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의 중간재를 수입할 수 없다면 제조 현장은 마비가 된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경험 했듯 중간재 수입을 대체할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최근 샤오미 인디아의 전무 마누 쿠마르 자인(Manu Kumar Jain)은 CNBC와 인터뷰에서 “인도의 수입 보이콧 움직임은 샤오미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중국산 부품에 대한 인도 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벌써 취해 놓았다. 1만 개 이상의 매장에 ‘Xiaomi, Made in India(샤오미는 인도 국산품이다)’ 배너를 배포해 게시한 상태라 당장의 위기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 국민들은 저가를 선호한다. 때문에 당분간 중국 제품을 보이콧 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제품은 인도 시장에서 가성비로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구조다. 2017년 중·인도 국경 분쟁 때도 인도에서의 불매 운동으로 중국 소비재 판매가 일시적으로 약 40% 감소했으나 곧바로 회복이 되었다. 오히려 이후로는 불매 운동 이전보다 중국 제품 판매가 더 늘어났다. 중국을 대신할 저렴한 제품 공급처가 없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최근 화가 난 인도 시위대는 “우리가 중국 제품을 사주면, 중국 정부는 그 돈을 가지고 인도를 침략하는 비용으로 활용한다”고 주장하며 국민 정서를 자극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에서는 중국을 제대로 타격할 카드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권기철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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