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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인수 연기에…애타는 이스타항공 직원들

입력 2020-06-28 14:28 | 신문게재 2020-06-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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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외치는 이스타항공 조종사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정리해고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약 없는 이스타항공 인수 연기에 직원들의 불안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인수·합병(M&A) 무산 가능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는 데다,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회사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생존의 갈림길에서 애를 태우고 있지만, 항공업이 전반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비슷한 업종으로 이직도 어려운 상황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이 3월부터 국내외 모든 노선의 운항 중단에 들어가면서 1600여 명의 직원이 5개월 가까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매출이 ‘제로’인 상황에서 생계가 어려운 직원들은 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으로 필요한 돈을 충당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M&A의 가장 큰 걸림돌 역시 임금체불 문제다. 이달 29일 딜 클로징(거래 종료)을 앞두고 직원들은 제주항공의 M&A에 희망을 걸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상반기 중 성사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항공은 전환사채(CB) 발행 예정일을 당사자들이 합의해 정하는 날로 변경할 수 있다고 최근 공시해 거래 종료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원칙적으로 인수협상 논의는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직원들의 고통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도 6월 기준 240억원 수준의 임금 체불 규모는 매월 40억원씩 추가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이 이번 사태의 책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 측은 “1월까지 50억 원 흑자를 내던 이스타항공이 한 달도 못 돼 임금을 체불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이스타항공을 제주항공에 성공적으로 매각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강제적 희망퇴직 및 계약이 해지된 570여 명, 임금이 체불된 1600여 명의 노동자는 연금 미납 등으로 대출이 막혀 어렵게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울증으로 불면증에 걸린 노동자도 있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종사 노조의 임금체납 소송 역시 후속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종사 노조의 임금체납 소송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이달 9일까지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스타항공은 이 지급시한도 넘긴 상태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오너 일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한 직원은 “제주항공에 인수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텼지만, 인수가 불발되거나 더 늦어지면 결국 퇴사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직원 모두가 지쳐가는 상황으로, 조속히 인수가 마무리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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