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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입력 2020-06-25 14:19 | 신문게재 2020-06-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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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동국대·성균관대 광고홍보 겸임교수

칼 세이건(Carl Sagan)은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러 인간의 자기 중심적 과신을 경계했다. 인간이 만든 기쁨과 슬픔, 수 천의 종교와 수 만 가지 경제이론과 이데올로기, 윤리도덕의 고사들 속에 등장하는 사냥꾼과 약탈자들, 영웅과 겁쟁이, 발명가와 개척자, 부패한 정치가와 초인적 지도자, 사랑하는 남녀와 부모님,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인류 역사의 총합을 겸손함으로 충만한 이 한마디로 응축시켰다. 인간 세상의 모든 사물과 사건엔 수천만 가지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허진호 감독은 그의 영화 ‘봄날은 간다(2000)’에서 사랑을 대하는 남녀의 입장을 ‘라면 먹고 갈래?’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은유적 대사로 함축했다. 스토리텔링은 삶의 현장에서도 상대를 설득할 중요한 무기가 된다. 면접 평가자에게 “세계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혀 왔습니다”라고 이야기하지 말라. 유발 하라리가 그의 책 ‘호모 사피엔스’에서 언급했던 “유럽과 그리이스 문명의 현장을 몸으로 확인하며 역사 발전의 필연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명시된 진술만이 배심원을 움직일 것이다. 고객의 돈지갑을 열어야 하는 영업 현장의 판매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 제품의 사용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곤란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대표이사님도 스타일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인데, 지난주 저희 노트북 신제품을 구매하시며 가볍고 배터리 소모량이 적어서 좋다고 했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구체적인 정보가 모여 서사적 맥락을 이루는 순간 당신의 이야기는 상대의 머리속으로 들어가 설득의 화룡점정이 된다.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먼저 색채나 소리, 향기, 촉감등 오감을 활용해서 대상의 모습, 형태, 의미를 그림 그리듯 묘사하는 방법이다. 사랑을 배반한 상대에 대한 복수심을 드라마 작가 김수현은 “널 부숴버릴 거야”라고 표현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당신을 감탄합니다” 등의 광고 카피도 같은 사례다. 두 번째는 속담이나 격언, 유명인의 연설등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개념을 차용해서 동의를 구하는 방법이다. 대교약졸, 줄탁동시 등은 광고인들이 자신들의 광고 전략을 설명할 때 입버릇처럼 인용하는 사자성어다. “고마해라, 마이묵었다 아이가”,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와 같이 영화나 유행가속에서 찾기도 한다.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았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인식된다. 친숙한 상징물로 대체해서 설명하는 방식도 있다. “꽃피는 계절에 일만 아는 바보들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같은 표현은 일에 대한 열정, 시련에 대한 극복 의지를 바보,꽃과 같은 상징어를 차용해서 원관념을 드러낸다. 은유나 비유를 통한 문학적 표현 방식도 있다. 언어의 이중적 의미나 대상에 인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주인공이 스님과 산사에서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순간만큼은 핸드폰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라고 주장하는 SK텔레콤의 광고나 기업의 심볼마크인 자전거를 알리기 위해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는 카피를 사용한 빈폴광고등이 있다. 스토리텔링은 설득의 포장술로 유용하다. 하지만 용도와 경우에 맞게 구성해야 한다. 프리젠테이션이 아니고 문서로만 보고하는 형태라면 스토리텔링을 줄이고 그저 일목요연하게 깔끔하게 빈틈없이 정리하는 것이 좋다.

김시래 동국대·성균관대 광고홍보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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