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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신원호PD “젊지 않기에, 후배들의 캐스팅 추천 귀 기울였죠”

[人더컬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PD

입력 2020-06-15 18:11 | 신문게재 2020-06-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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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감독 현장 스틸(1)
tvN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배우들과 함께 한 신원호PD. 사진 왼쪽부터 김준한, 문태유, 김대명, 정경호, 신원호PD, 신현빈, 전미도, 유연석, 조정석 (사진제공=tvN)

 

성공하는 이들에게는 남다른 비결이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슬기로운’ 시리즈로 다시 한번 성공 신화를 쓴 신원호-이우정 사단에게는 타인의 목소리를 경청할 줄 아는 귀가 존재했다.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 화제를 모았던 신원호PD는 최근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등 기존 스타 외에 전미도, 정문성, 김준한, 신현빈, 안은진, 곽선영 등 새 얼굴을 대거 기용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들었다. 마치 병원에서 갓 튀어나온 것 마냥 ‘현실의사’ 같은 이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신원호PD는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저나 이우정 작가가 더 이상 젊지 않다 보니 젊은 작가나 PD한테 요즘 누가 괜찮은지 혹은 어떤 공연이나 연극을 보는지 물어본다”고 밝혔다. 스타 연출자나 작가들이 연이은 성공에 취해 캐스팅 과정에서 고집을 부리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신원호 감독 현장 스틸(5)
tvN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촬영장에서 연출지시를 내리는 신원호PD (사진제공=tvN)

 

“그렇게 후배 제작진이나 캐스팅 디렉터에게 추천받기도 하고 직접 연극 공연을 보러 다니기도 하죠. 배우를 만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합니다.”

신원호PD의 오디션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1차 오디션에서는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해당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한다. 2차 오디션에서는 어떤 캐릭터에 어울릴지, 그에 걸맞는 연기력을 갖췄는지를 살핀다. 이외에도 배우의 열의와 현장에서 다른 연기자,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한다.

실제로 배우 전미도는 오디션 과정 중 조정석, 유연석 등 주연배우들의 추천이 더해져 채송화 역에 낙점됐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유대위(정해인)의 형으로 출연했던 정문성은 진중한 외모 때문에 캐스팅 후순위였다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전미도의 추천으로 레지던트 도재학 역에 낙점됐다.

 


◇직접 악기 연주한 99즈 밴드 고마워, 해외 메탈·록밴드 못써 아쉬워 

 

tvN슬기로운의사생활_밴드포스터_0403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사진제공=tvN)

 

극 중 직접 합주 장면을 연주한 ‘99즈 밴드’와 OST도 드라마의 인기 비결 중 하나였다.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등 5명의 배우들이 결성한 ‘99즈 밴드’는 ‘캐논’ ‘화려하지 않은 고백’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을 직접 연주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배우 조정석과 전미도는 각각 쿨의 ‘아로하’와 신효범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를 직접 불러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 OST가 너무 큰 사랑을 받았던 터라 당시 성적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더욱이 조정석과 전미도, 가수가 아닌 연기자가 부른 만큼 잠깐 화제가 되고 말 줄 알았죠.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줄 몰랐는데…제 예상은 늘 틀립니다.(웃음)”

신PD는 초반 5명의 ‘99즈’ 캐스팅 당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지, 혹은 악기 연주를 배울 의지가 있는지를 고려했다고 한다. 그는 “핸드싱크 촬영으로 가짜가 주는 오그라듦을 전하느니 차라리 밴드 설정을 없애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연기도 잘하고 캐릭터에 걸맞으면서 악기까지 잘하는 사람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며 “때문에 악기를 배울 의지가 있는지, 연습할 열의가 있는지 등이 캐스팅 고려요소였다”고 설명했다.

 

신원호 감독 현장 스틸(3)
tvN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촬영장에서 연출지시를 내리는 신원호PD (사진제공=tvN)

 

다행히 5명의 배우들은 기꺼이 악기를 배운 것은 물론 촬영을 마무리한 뒤 스스로 모여 자신들이 하고 싶은 곡으로 합주연습을 하거나 레슨을 받기도 했다. 스페셜 방송 후 진행된 온라인 라이브 연주 역시 배우들의 자발적 의지였다. 신PD는 “연출자 입장에선 다음 시즌에는 더욱 어려운 곡도 연주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귀띔했다.

연출자로서 ‘최애곡’을 묻자 신PD는 “애착이라기보다 (배우들을) 고생시켜 미안하면서 고마웠던 곡이 ‘캐논’과 ‘어쩌다 마주친 그대’”라며 “과연 배우들이 두 곡을 연주할 수 있을까 했는데 기어이 해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선곡은 작가진이 정했기 때문에 연출자의 입김은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 다만 신PD는 “저작권 문제로 외국의 메탈, 록 밴드들의 곡을 연주하지 못하는 경우는 아쉬웠다”고 전했다.


◇세상 모두가 좋은 사람이길 바라는 판타지

신원호 감독 제작발표회 스틸(5)
신원호PD (사진제공=tvN)

드라마는 주 1회 방송에도 불구하고 14.1%(닐슨코리아 유료방송 기준)의 전국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신PD가 연출한 ‘응답하라 1988’(2015)을 제외한 최고 시청률이다. 

 

하지만 이런 높은 시청률과 별개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숨 가쁘게 돌아가는 종합병원의 현실을 판타지적으로 그린 것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세상 모두가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 판타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간 ‘교도소에, 병원에 저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댓글을 많이 접했죠. 판타지일지언정 그걸 보면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만드는 캐릭터는 ‘좋은 사람’들의 집합이어야 했습니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시청자들과의 ‘공감’을 최대 목표로 삼았는데 이번 작품의 온 ·오프라인 반응이 저희 생각보다 따뜻했다”며 “따뜻한 온기가 공유된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걸 모두 전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열혈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신PD는 “시즌 2는 올해 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온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음 시즌에 이익준과 안치홍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은 채송화의 이후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라고 예고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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