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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대박 OST의 비결? “과학과 감성의 결합이죠”

[즐거운 금요일]

입력 2020-06-11 18:30 | 신문게재 2020-06-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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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음악 관계자들의 눈을 의심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배우 조정석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부른 OST ‘아로하’가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OST가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종종 있던 일이지만 가수가 아닌, 배우가 직접 부른 OST가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3월 27일 공개된 ‘아로하’는 음원 공개 2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트와이스, 볼빨간 사춘기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차트 최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전미도가 부른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도 지난 5월 22일 발매 직후 주요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이외에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조이), ‘너에게 난, 나에게 넌’(미도와 파라솔), ‘화려하지 않은 고백’(규현), ‘그대 고운 내 사랑’(어반자카파) 등도 음원차트 30위권에서 사랑받고 있다. 팬덤이 강한 아이돌 가수들도 OST 앞에서는 화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몇년 동안 잘 만든 드라마 OST가 차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드라마 OST가 대박을 치는 건 아니다. 1년에 100여편이 넘는 드라마가 제작되지만 이 중 OST가 사랑받는 건 10여편 안팎이다. 드라마 OST가 흥행하기 위한 특별한 공식이 있을까. ‘응답하라’ 시리즈와 ‘도깨비’ ‘또 오해영’ 등 인기 OST를 대거 제작한 스튜디오 마음C 마주희 프로듀서에게 인기 드라마 OST 흥행 공식을 들어봤다.


◇OST 대박은 드라마의 힘, ‘멜로가 체질’은 이례적

 

조정석_사진자료_출처_잼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를 부르는 배우 조정석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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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희 프로듀서는 OST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드라마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제작사는 드라마 대본을 확인한 뒤 스토리를 파악한다. 어느 장면에 어떤 음악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제작진과 함께 사용할 곡과 가창자 선정 등을 논의한다.

 

대부분의 OST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만 추리물이나 사극보다 음악의 힘이 작용하는 로맨스 드라마의 OST가 인기를 얻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제작진이 음악과 자막 작업 등을 과학적으로 계산해 실행할 경우 OST가 인기를 얻곤 한다. 즉 대본, 연출, 연기 등 대박 드라마 공식의 3박자에 좋은 OST라는 감성이 과학적으로 작용할 경우 대박이 난다는 설명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경우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주요 출연자들이 밴드를 결성해 직접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 때문에 음악이 주요 매개체로 작용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대본이 일찍 나왔고 주 1회 방송으로 촬영현장에 여유가 생긴 건 신의 한수였다. OST 제작사 입장에서는 대본을 일찍 검토해 극의 방향성과 맞는 OST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경우 제작환경 개선으로 일찍 OST 준비가 가능했죠. 방송 노출을 통한 홍보, 자막에 OST를 흘려보내는 것까지 과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었어요.”  

 

OST 자체가 갖는 음악의 힘은 감성에 기반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은 일종의 과학이라는 의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리메이크 곡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곡과 비교도 피할 수 없었다. 

 

마 프로듀서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보장됐지만 혹여 원곡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 명확한 콘셉트와 의미를 갖고 편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 전개와 리메이크 곡의 가사가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제작진의 센스있는 선곡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제작사는 드라마 흐름에 따라 가창자의 성별, 편곡 등을 제작진과 논의한다. 조이, 규현, 어번자카파, 곽진언 등이 마 프로듀서가 추천한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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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청률 10%를 넘은 인기 드라마였지만 JTBC ‘멜로가 체질’(2019)처럼 시청률과 상관없이 OST만 사랑받는 경우도 있다. 마 프로듀서는 “매우 드문 경우”라며 “장범준 특유의 음악이 드라마의 스토리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장범준 씨가 처음에 데모 버전 3곡을 보내왔어요. 이병헌 감독이 배우(안재홍)가 직접 부를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멜로디가 좋겠다며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를 택했죠. 데모버전은 러프했지만 최종적으로 나온 곡은 평소 음악을 많이 듣는 저희 회사 팀원들까지 ‘저 노래 너무 좋다’고 극찬할 정도였어요. ‘멜로가 체질’의 경우 방송 시청률은 낮았지만 음원 주소비층인 10~20대가 즐겨보는 VOD 시청률이 높았고 음악이 주요 스토리로 사용된 만큼 인기를 얻은 경우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음원 차트에서 사랑받는 건 일종의 ‘우주의 기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요.(웃음)”


◇역대 OST 최고 흥행은 ‘도깨비’, 연출자가 원하는 가창자 1위는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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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도깨비'.(사진출처=tvN 홈페이지)

드라마 OST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대략 2010년 무렵이다. 드라마 ‘시크릿가든’(2010)의 OST ‘잊지 말아요’ ‘그여자’ 등이 인기를 끌면서 OST의 중요성이 커졌다. CJ ENM이 자체 드라마를 선보였을 때 OST 레퍼런스로 삼은 드라마가 ‘아이리스’(2009)와 ‘시크릿가든’이다.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2016)는 역대 OST 최고 매출 드라마로 꼽힌다. 드라마에 수록된 주요 음원이 연간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에일리가 부른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는 드라마가 종영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트 100위권에 랭크돼 있다. 크러쉬, 펀치 등은 ‘도깨비’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수들 사이에서도 인기 드라마 OST를 부르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신원호·이우정 사단이나 김은숙 작가처럼 검증된 제작진의 경우 OST 가창 섭외를 거절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마 프로듀서는 “개인 스케줄 혹은 비슷한 시기 방송되는 드라마 OST에 섭외를 받았을 경우에는 거절하지만 가수들도 OST 가창을 긍정적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가창료만 받고 OST를 불렀다면 최근에는 OST가 인기를 얻을 경우를 대비해 러닝 개런티를 받는 추세다.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너였다면’을 부른 가수 정승환은 당시 1순위 섭외 가수가 고사하면서 OST를 부른 케이스다. ‘너였다면’은 이제 정승환의 대표곡으로 각인돼 있다. 더불어 드라마 연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OST 가창자로 우뚝 올랐다. 마 프로듀서는 “정승환, 폴킴, 볼빨간사춘기 등이 최근 연출자가 선호하는 가창자”라며 “아이유는 모든 연출자들의 로망”이라고 덧붙였다.

인기 OST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시장규모는 여전히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게 현실이다. 마 프로듀서는 “드라마가 연간 100편이 넘게 제작되다 보니 인기 드라마에서 사랑받은 몇 편의 OST의 매출만 높은 게 현실”이라며 “인기를 얻을 경우 몇십억 규모지만 시장의 미래를 낙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 시리즈 # 즐거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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