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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나면 맞아라…후진적 법률”…정당방위 인정 인색한 법원에 일침한 판사

입력 2020-06-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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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한 판사가 ‘싸움나면 그냥 맞아라’라는 세태와 관련해 국내 법조계에 일침 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구창모 부장판사는 최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데 인색한 것은 후진적 법률문화”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학원 강사 A씨는 자녀 문제로 격앙된 학부모 B씨와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행동을 문제 삼은 B씨는 A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재판에서 구 판사는 “B씨가 때리려는 듯 들어 올린 손을 A씨가 밀쳐냈고, B씨는 이를 폭행으로 인식해 피고인 머리채를 잡았다. 피고인 A씨는 그 손을 풀어내려고 발버둥 쳤다”고 설명했다.

머리채를 잡힌 A씨가 저항하는 과정에 있었다고 본 구 판사는 “원칙적으로 신체가 손상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공격이 있을 경우 그걸 방어하는 것이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싸움이 나면 무조건 맞아라’라는 말이 마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지극히 후진적이고 참담한 법률문화 단면이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법 21조 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반면 미국은 낯선 이의 침입에 총기류 등 무기로 대항할 수 있도록 법을 규정하는 주도 상당히 많다.

‘후진적 법률문화’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자체적으로 나온 만큼 우리도 정당방위의 범위를 보다 폭넓게 해석해야 할 때다.

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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