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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 프리’ 사료가 최고다?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할 오해와 진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의 영양학적 필요에 따른 적절한 영양 밸런스 제공

입력 2020-05-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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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의 주영양소 섭취 비교 (대사 에너지 %)

 

수년 간 ‘그레인 프리’(grain-free, 무곡물) 사료에 대한 보호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레인 프리 사료가 정확히 어떤 식이를 의미하고 영양학적 특성을 갖는지 정확히 아는 보호자들은 많지 않다. 

 

반려동물을 위한 최적의 사료 선택을 위해 미국 테네시 대학교 수의 메디컬 센터 연구팀이 로얄캐닌이 발간한 글로벌 반려동물 임상 저널 포커스(Veterinary Focus) 5월호에서 그레인 프리 사료의 대한 정보를 소개했다.


그레인 프리 사료는 옥수수, 쌀, 밀 등의 곡류와 보리, 율무, 조 등의 잡곡류가 들어있지 않은 사료이다.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서 보이는 그레인 프리 트렌드는 △ 생물학적으로 야생에서 먹던 식단 △저 탄수화물 식단 △ 식이 알러지를 피할 수 있는 식단을 제공하고 싶은 보호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것이다. 테네시 대학교 수의 메디컬 센터 연구팀은 그레인 프리 사료가 꼭 이런 니즈에 과학적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야생에서 먹던 식단은 좋다?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은 다르다
가축화 과정에서 탄수화물 소화기능 진화
반려묘는 야생의 고양이보다 탄수화물 선호도 높아

반려견의 경우 보호자들은 일반적으로 늑대와 같은 식이를 먹이고자 하며 반려묘의 경우 보호자들은 야생 고양잇과 동물들과 같은 식이를 먹이고자 희망한다.

반려견의 조상인 야생 회색 늑대는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먹을 수 있지만 보통 야생에서 자주 먹는 먹이에 근거해 육식동물로 분류한다. 그러나 미국 국립연구위원회(NRC; National Research Council)에서는 개가 가축화를 거치면서 전분 소화에 중요한 3가지 유전자가 진화적으로 선택되었다는 연구 등을 토대로 개를 잡식 동물로 분류했다.

육식 동물인 고양이의 경우, 야생 고양이의 섭취 탄수화물의 함량은 낮지만, 실제 반려묘들은 야생 고양이가 먹는 탄수화물 함량보다 더 높은 탄수화물이 포함된 영양소 구성을 선호한다 반려동물의 사료 선택을 단순히 야생 상태를 기준으로 짜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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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반려묘의 식이역반응 원인 분석 자료. 곡물보다 소고기, 유제품, 어류, 양고기, 가금류 등 동물성 원료에 대한 역반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부 보호자들이 그레인 프리 사료를 선택하는 또다른 이유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제한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는 모두 곡물을 포함한 탄수화물을 소화하고 대사 할 수 있다. 

개는 인간과 같은 잡식 동물에서 발견되는 유사한 탄수화물 소화 및 대사 효소를 가지고 있으며, 고양이의 경우 실제로 6개의 다른 탄수화물 공급원에 대해 개, 쥐와 비슷한 수준의 전분 소화율 값을 보인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탄수화물의 총 함량을 고려해야할 필요도 지적된다. 그레인 프리 사료는 탄수화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원으로 곡물 대신 콩이나 감자 등을 사용하며 탄수화물의 함량이 높을 수도 있다. 그레인 프리 사료가 꼭 탄수화물에 함량이 낮은 사료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탄수화물의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레인 프리라는 문구만 보는 것보다 사료의 영양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동물의 식품에 대한 비정상적인 반응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식품에 대한 과민한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식이알러지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식품불내증, 모두를 총칭하는 ‘식이역반응'(Adverse Food Reaction, AFR)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와 고양이의 식이역반응의 원인 분석 시 개는 소고기(32.4%), 유제품(15.8%), 가금류(15.5%), 고양이는 소고기(27.7%), 유제품(21.5%), 어류(20%)로 등 동물성 원료가 곡류보다 월등이 높다.

따라서 단순히 그레인 프리 사료로 바꾼다고 해도 사료 알러지를 무조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그레인 프리 사료와 유사한 콩류 성분을 높은 비율로 섭취한 개에서 확장성 심근병증(dilated cardiomyopathy, DCM)이라고 하는 심장질환의 발병이 보고된 바 있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보통 특정 품종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질환의 발병이 드문 품종에서 그레인 프리 사료를 먹은 후 이례적으로 발병한 사례들이 미국 식약처(FDA)에서 보고되었다. 아직까지는 그레인 프리 사료와 이 질환의 관련성을 도출하기는 어렵지만, 그레인 프리 사료를 급여할 경우 눈여겨볼 내용이다.

반려동물에게 야생에서 먹던 식이를 제공하고, 높은 탄수화물을 피하며, 식품 알러지를 피하려는 의도로 기존 사료에서 그레인 프리 사료로 변경하는 것은 반려동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곡물이 포함되어 있느냐, 포함되어 있지 않느냐가 아니라 반려동물의 나이, 크기, 운동량, 건강 상태 등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 균형이 적절하게 잡혀 있는 사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보호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한 순간이다.

김승민 기자 mi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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