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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코로나가 띄운 한국 드라마… 인도 안방극장 빠져들었다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코로나發 한류 열풍(상) 한국 드라마 방영 붐
코로나19 사태 발생 예견한 듯한 '내 뒤에 테리우스' 장안의 화제

입력 2020-05-04 07:00 | 신문게재 2020-05-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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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지난 4월 초 인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영문 유력 잡지 인디아 투데이(India Today)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2018년에 한국에서 방영되었던 한국 드라마가 영국과 인도 넷플릭스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기현상을 보도한 것이다.

인디아 투데이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2년 전 이 드라마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과 가공할 전파력을 잘 묘사하고 있으며, 이에 궁금증이 생긴 많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찾아보고 이내 이 드라마에 빠져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분석한 한국 드라마는 바로 ‘내 뒤에 테리우스(My Secret Terriu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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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ZEE5에서 방영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사진=ZEE5 캡처

 

이 밖에 인디아 TV(India TV) 등 다수의 언론 매체에서도 이 드라마를 다루고 있다. 특히 온라인 판에는 트위터와 드라마 링크까지 걸어 시청자 댓글 반응까지 알뜰히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 소지섭이 출연한 작품과 그에 대한 평가도 곁들이고 있다. 영국 넷플릭스 드라마 인기순위 5위까지 올라간 내용도 소개하며 영국의 반응까지 전하면서 이 드라마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했다.

이 매체는 특히 인도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TV채널이자 1억 5000만 명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ZEE5 TV’가 상당히 이례적으로 독점 방영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ZEE5의 편성 책임자 아민 쿠마르(Amin Kumar)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이언스 픽션(Sci-Fi, 미스테리)장르로 편성된 이 드라마를 소개하며 “영어 자막으로 우선 방영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힌디어로 더빙해 방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도 언론들이 각별히 주목한 내용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을 예측한 점이다.

화제가 된 장면은 국정원 직원 유지연(임세미 역)이 연구원에게 생화학 테러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바이러스지요”, “그보다 심각한 건 코로나바이러스가 평균 2일에서 14일의 잠복기를 거치지만, 노출되면 단 5분 내에 폐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도록 인위적으로 변종을 했어요”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어지는 “아직은 시중에 치료제나 백신은 없어요. 개발이 까다롭거든요”라는 장면이 지금 코로나 사태와 너무나 유사하게 묘사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인도 유력지 데일리메일(DailyMail)은 드라마에 언급된 코로나바이러스가 현재의 코로나19와 섬뜩하리만치 닮아있어 ‘평행이론’까지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14일의 잠복기’나 ‘백신이 없다’는 등의 설정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실제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손을 씻도록 지시 받는 장면도 주목했다.

인도 언론들은 현재 상황과의 유사성 때문에 인기가 급등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대략 16회로 구성되어 인도 드라마와 구성이 다르다는 차이점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가 언급된 장면을 10회 마지막 부분에서 볼 수 있다는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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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내 뒤의 테리우스’에서 코로나 사태를 예견한 부분이 인도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쳐

 

때 마침 코로나로 전 국민이 불안감에 가정에 머물며 드라마 시청이 높아지는 때에 ZEE5는 이슈성이 될 만한 드라마로 선정해 인도 가정을 공략하고 있는 중이다.

ZEE5는 이번 방영을 계기로 ‘마녀의 법정 (2017년 제작, Witch at court)’, ‘제빵왕 김탁구(2010년 제작,Bread, Love & Dreams’, ‘추리의 여왕(2017년 제작, Queen of Mystery)’, ‘꽃보다 남자 (2009년 제작, Boys Over Flower)’ 등 4편의 한국 드라마를 더빙해 방영할 계획임도 밝히고 있다.

한국드라마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위기 상황을 마치 드라마처럼 기회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지난 해부터 한국 드라마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방영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다.

세계적인 콘텐츠 제작 및 유통사로 유명한 인도의 원테이크미디어(One Take Media)는 지난 해 초부터 한국 콘텐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어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신설해 구축하고 있다.

원테이크미디어는 기존 할리우드 영화, 애니메이션, 요리, 음악 카테고리에 최근 한국 카테고리(K-World)를 추가했다. 현재 이 카테로리에 K-POP과 한국 드라마가 힌디어로 녹음되어 방영되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왕은 사랑한다(King’s Love)‘가 큰 인기를 끈 이후 한국 드라마 방영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원테이크미디어의 설립자 겸 CEO인 아닐 케라(Anil Khera)는 “인도와 한국의 문화가 매우 유사하고, 이 때문에 한국 콘텐츠가 인도에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 불모지로 불리며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한류가 뜨겁지 않았던 인도에서 ‘코로나19’가 한류 바람을 몰고오는 상황이다.

2016년에 설립된 인도 토종 통신사 지오(JIO)는 획기적으로 통신비를 낮췄다. 과거에 통신비 때문에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거의 무료에 가까운 통신비로 인해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이 부족함을 메꿔 주는 대안 중 하나가 바로 한국 드라마다. 인도와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들은 밀레니얼들의 눈길도 제대로 사로잡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인도에서 한국 드라마를 살펴보면, 본격적인 팬 층이 생겨난 것은 인도의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TV인 Zee TV에서 2017년 봄에 방영 되었던 ‘태양의 후예’ 이후부터다.

인도 텔레비전 산업은 지역 TV 채널의 고정 독자층과 미국과 영국 콘텐츠의 단단한 시청률로 무장하며 다른 문화의 침투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 방영은 본격적인 한국 드라마 팬층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국 드라마의 인도 도전은 2008년 피랑기(Firangi) 채널에서 ’풀하우스‘와 ’황진이‘가 방영되면서 시작되었다. 2014년에는 남부 타밀나두 지방의 한 지역 TV에서는 한국 드라마 카테고리를 기획해 지속적으로 방영하기 시작했지만 지역적 한계로 인해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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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2008년부터 생겨나 본격적으로 고정팬 층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한국 문화원도 2014년 ‘허준’을 인도 DD 바라티 TV를 통해 방영해 무려 3400만 명이 시청하게 만들었다. ‘태양의 후예’는 무려 5600만 명이 시청하며 한국 드라마를 성장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인도에서 본격적 한류 현상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하지만 K-POP의 인도 시장 도전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한국의 대표적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해 2015년 인도를 방문해 시장 조사를 했지만 본격적인 진출은 아직 시기 상조라는 결론을 냈다. 인도는 또다시 ‘먼 나라’로 여겨지게 되었고, 인도 시장 진출의 염원은 잠시 사그라 들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류 열풍은 10년 이상 전부터 움트기 시작했다. 시작은 한국 영화의 부상과 함께였다. 특히 한국과 정서적 유대가 높은 인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그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발리우드로 대표되는 뭄바이 중심의 영화 산업과 쌍벽을 이루는 몰리우드(Mollywood, 인도 남부 케랄라를 중심으로 수준 높은 영화가 주로 제작됨)의 영화가 단조로운 작품으로 관객의 외면을 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새롭고 실험적인 영화에 대한 니즈가 생겨났다. 이 시기에 관객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할리우드와 일본 그리고 한국 영화들을 찾아보기 시작하며 한국 영화에 대한 흥미를 키워왔다.

케랄라 영화제는 이런 한국 영화 확산에 기폭제가 되었다.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김기덕 등 한국 감독들이 만든 영화가 소개되며 한국 영상에 대해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에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핸드폰과 PC로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최근에는 IPTV와 위성TV 등 그 채널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사랑, 가족, 우정이라는 인도인에게 익숙한 보편적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인도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잘 생긴 외모의 스타와 멋진 패션, 화려한 드라마 촬영 세트도 인도인들이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스토리 측면에서 금지된 사랑 이야기, 무일푼에서 거부로 성공하는 이야기, 가슴 아픈 가정사를 뒤로하고 성공과 복수를 펼쳐나가는 이야기 등 인도인들의 보편적 정서를 건드리는 내용, 그리고 새롭고 신선함을 추구하는 인도인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다양성이 떨어지는 인도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된다.

권기철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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