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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유튜브와 총선 그리고 부부의 세계

입력 2020-04-23 15:18 | 신문게재 2020-04-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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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모르는 게 있어? 그럼 유튜브에 검색해봐!” 세대를 망라하고 모든 것은 유튜브로 통하는 시대다. 최근 발표된 국내 모바일 앱 사용시간 조사를 보면 유튜브 등 54개 앱을 운영하는 구글이 카카오(카카오톡 등 73개 앱), 네이버(밴드 등 52개 앱)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은 유튜브를 얼마나 신뢰할까? 2019년 8월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언론 매체 신뢰도 조사한 결과 1위는 JTBC, 2위가 유튜브였다. 조사 응답자 가운데 12.4%가 유튜브를 신뢰한다고 선택했는데 1년 전인 2018년보다 10.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언론으로 여기며 그 내용을 상당부분 신뢰하고 있다는 무시할 수 없는 증거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신뢰하는 이유는 뭘까? 5060세대까지 유튜브 콘텐츠 생산의 본궤도에 오르면서 유튜브는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어 관심없는 정보는 걸러내고 사용자의 특정 정보에만 치우치게 만들어 도돌이표처럼 같은 채널의 무한 루프 안에 갇히게 만들었다. 하나의 IP에서 탄생된 콘텐츠는 유사한 콘텐츠끼리 ‘좋아요’와 ‘댓글’이 상호 공유되며 채널 구독자와 시청자가 교환되고 또 그렇게 다른 채널에서 공유되며 기하급수적으로 뻗어 나간다. 그 과정에는 비판이나 객관적 기준도 없이 축적된 자신의 평소 생각이 일체되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나아가 높은 신뢰도까지 형성한다.

전체 영상의 70%에 이르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를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하는 기술로, 광고 매출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콘텐츠 편식 형태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 한창 인기있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보고 당신의 배우자가 불륜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튜브나 구글 검색창에 선정적인 문구를 클릭해보라. 그러면 그 전에 컴퓨터가 순식간에 불륜을 찾아내거나 감추는 법, 친자 확인을 위한 DNA 검사와 같은 영상, 광고로 도배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다.

편향된 정보가 편향된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데 최적이다. 우리는 유튜브의 정치 콘텐츠가 편파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본인의 생각과 의견이 일치하는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결국 편파적이라는 생각을 접게 된다. 따라서 유튜브의 이런 알고리즘은 생각의 다양성을 실종하게 만들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장치가 됐다.

빌 게이츠는 사용자 스스로가 정보를 판단하지 못하고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알고리즘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취할 것만 취하고 나와 유사한 생각이나 라이프스타일로 공감을 일으키는 콘텐츠만 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인간의 대인관계 역시 결국 이러한 패턴 속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도스도옙스키의 ‘악령’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인간이란 속물은 언제나 남에게 속임을 당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자기한테 거짓말을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남의 거짓말보다 자기 거짓말을 더 믿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견해에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회는 화약고와 같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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