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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책임감, 대중의 클래식화 그리고 가깝고 먼 미래”

입력 2020-04-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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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Christoph Kostlin(사진제공=도이치그라모폰)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 것 같아요. 2010년에서 2015년은 그렇게 빨리 간 것 같지 않거든요. 그런데 2015년에서 2020년은 빠르게 지난 것 같아요. 저도 벌써 한국 나이로는 27살이고… 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받침에 ‘ㅂ’이 들어가면 후반이라고. 여덟, 아홉…그래서 책임감도 더 느껴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그의 말대로 올해로 받침에 ‘ㅂ’이 들어간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8) 팬데믹으로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조성진은 국내 취재진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책임감”을 언급했다.

“브람스는 20대 초반에 피아노 콘체르토를 작곡했는데…어떤 작곡가는 25살에 그런 작품을 썼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변화라고 하면 이 생활에 조금 더 적응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연주하러 다니고 이런 생활이요. 성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어요.” 

 

조성진 '방랑자'
5월 8일 발매를 앞둔 조성진의 네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 앨범 ‘방랑자’(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후 그 누구보다 바쁜 5년을 보냈다.

 

코로나19로 “5년 만에 오래 쉬고 있다”는 조성진은 쇼팽, 드뷔시, 모차르트에 이어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과의 네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 앨범 ‘방랑자’(The Wanderer) 발매(5월 8일)를 앞두고 있다.


◇많은 생각들 그리고 베를린
 

“콩쿠르 우승 후 많은 선택을 했어요. 음반회사, 매니지먼트, 어떤 연주를 해야하나, 어느 정도(몇번) 연주를 해야 하나, 어디 가서 살아야 하나…이런 것들이요.”

그렇게 선택하고 결정한 것 중 하나가 2017년 파리를 떠나 독일 베를린으로의 이사다. 현재 머무르고 있는 베를린에 대해 조성진은 “음악적인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여기(베를린) 오면 편한 느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베를린은 굉장히 기회가 많은 도시예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아티스트가 자신의 예술적인 것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많죠. 외국인도 많고 독일의 다른 도시와 다르게 활기찬 느낌도 있어요.”

그렇게 선택과 결정을 반복하는 조성진이 인생 모토라고 밝힌 ‘생각을 많이 하지 말자’는 그 스스로가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게 좋지는 않구나 라는 생각에서 나온 결론”이다.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Christoph Kostlin(사진제공=도이치그라모폰)

 

“살면서 생각을 안할 수는 없죠. 특히 무슨 결정을 할 때요. 살면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많잖아요. 선택이나 결정을 할 때 너무 많이 생각하면 자신이 믿고 있는 것들이 헷갈리거나 의구심이 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머리를 더 비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어 “다만 음악은 때때로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금 위험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고민을 많이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대에 올라갈 때는 마음을 많이 비워요. 생각이 너무 많으면 음악에 주저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자신감 있게 하려면 생각과 마음을 많이 비우고 자신과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Christoph Kostlin(사진제공=도이치그라모폰)
◇클래식의 대중화, 대중의 클래식화

“클래식 음악, 고전 음악을 팝이나 K팝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클래식 음악가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연주회를 찾아주고 음반을 들어주고 음악을 더 알게 되면 그 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쇼팽콩쿠르 우승 후 조성진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클래식의 대중화’다. 이에 대해 조성진은 2018년 첫 전국투어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클래식이 대중화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본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대중들이 클래식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화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물론 클래식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익숙한 곡들로 먼저 시작하는 게 정말 도움이 돼요. 쇼팽의 ‘녹턴’ 등 익숙한 곡들도 정말 좋지만 클래식 음악은 굉장히 방대한 게 또 매력이거든요. 사람들이 바로크 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다 들어보고 취향대로 음반도 사고 연주회를 가는 것이 대중이 클래식화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중의 클래식화’에 대한 바람을 전한 조성진은 “더 많은 사람들이 말러, 스트라빈스키, 모차르트, 베토벤, 스트링 콰르텟 등에 대해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고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예술가 조성진 “음악과의 거리두기”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Christoph Kostlin(사진제공=도이치그라모폰)

 

“음악을 하려면 오히려 음악과의 거리감이 필요해요. 그래야 프레시(Fresh)한 느낌이 드니까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되겠네요.”

예술가로서 포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렇게 전한 조성진은 “음악과의 거리두기”와 “쉬는 시간”을 꼽았다. “사실 특별한 취미가 없다. 시간이 없어서. (연주)여행을 하다 보면 특정한 취미를 갖기가 힘들다. 친구들이나 제가 본 아티스트들도 취미라고 해 봐야 와인 마시기, 와인 컬렉팅, 맛있는 것 먹기 정도”라며 이어 “저도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런 것들을 포기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진정한 음악을 위한 ‘음악과의 거리두기’는 잘 알려진 조성진의 하루 피아노 연습 5시간 넘기지 않기 습관과 새로 시작한 장갑 끼기, 잠 잘 자기 등 건강관리로도 이어진다.

“피아노는 5시간을 연습하면 정말 녹초가 돼요. 손, 어깨에도 안 좋은 것 같고. 그래서 꾸준히 4시간은 연습하려고 해요. 할 곡이 많으면 넘어갈 때도 있지만 최대한 4시간 안에서 효과적으로 하려고 하죠. 그리고 원래는 추울 때도 안끼던 장갑을 이제는 끼려고 해요. 스트레칭도 하고요. 건강은… 원래도 많이 자는 편이어서 잠을 많이 자면서 건강을 챙기는 것 같아요(웃음).”


◇가까운 그리고 먼 미래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Christoph Kostlin(사진제공=도이치그라모폰)
“지휘는 한번 해봤지만 지휘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깊이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유럽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성사가 된다면 2~3년 안에 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9월 조성진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지휘자로 깜짝 도전했다. 이에 대해 “지휘자로서는 아직 자신이 없다”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레퍼토리(피아노 콘체르토)는 할 가능성이 조금은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공연은 계속 해야죠. 제게는 커리어를 유지하는 게 큰 도전 같아요. 좋은 오케스트라, 뮤지션과 함께 해봤으니 앞으로도 오케스트라, 홀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재초청을 받고…이런 게 도전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다음 앨범은 쇼팽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전한 조성진은 먼 미래, 4, 50대의 스스로에 대해 “건강하게 살아 있기 그리고 피아노 계속 연주하기를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일단 살아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건강하게. 그리고 피아노를 계속 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뜻대로 안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미셸 베로프도 부상을 당하면서 연주를 쉰 적이 있었거든요. 운도 필요하고 좋게 되기를 바라면서, 노력하면서…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만족스러운 무대, 휴식, 내 사람들과의 편안한 시간 그리고 여행과 새로운 경험 등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로 꼽으며 자신을 늘 응원하는 팬들에게 안녕과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연주를 하면 행복해요. 휴식 시간도 행복하고요. 사람들과 편하게 얘기하고 맛있는 걸 먹으면 또 행복해요. 여행 다니는 것도 재밌고 새로운 걸 보고 경험하고…다 행복해요. (코로나19로 지금은 다 못하고 있어서) 사실은 안 괜찮아요(웃음). 항상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분들께는 감사드려요. 7월의 한국 공연이 성사되길 바랍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곧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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