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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차세대 디바 ‘흰’ 박혜원 “가수 지망 후배들에게 희망 주고 싶어요”

[人더컬처] 미니앨범 '아무렇지…' 발표한 '흰' 박혜원

입력 2020-04-07 07:00 | 신문게재 2020-04-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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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박혜원 (사진제공=비오디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꽃이 피고 진 그 자리/끝을 몰랐었던 맘이 깨질 것만 같던 그때 우리 음/시든 꽃에 물을 주듯 싫은 표정조차 없는/결국엔 부서진 여기 우리”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이하 시든 꽃…). 서정적인 제목에 끌려 노래방에서 선곡하고 직접 부르기 전까지는 3옥타브 파에서 반음 올라간 음이 얼마나 높은 영역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배에 힘을 잔뜩 주고 얼굴에 피가 쏠려도 좀처럼 진성으로 부르기 힘든 곡. ‘흰’(Hynn) 박혜원(22)의 편안한 음성에 깜박 속아 넘어갈 뻔 했다.

박혜원은 지난해 ‘시든 꽃...’의 역주행으로 주목받은 차세대 디바다. 이 곡의 인기에 힘입어 후속곡 ‘차가워진 이 바람엔 우리가 써있어’까지 2연타 히트에 성공하며 ‘헬고음녀’라는 애칭을 받았다. 빠른 비트와 역동적인 군무, 화려한 볼거리 없이 오롯이 가창력으로 승부한 결과다.

‘시든 꽃…’ 이후 딱 1년만인 지난 달 31일 새 미니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을 발표했다. 새 앨범은 박혜원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타이틀곡 ‘아무렇지 않게, 안녕’은 3옥타브 솔에서 반음 올라간다. ‘시든 꽃…’보다 한음이 더 높다. 박혜원은 “저도 고음이 힘들어요”라고 수줍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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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박혜원 (사진제공=비오디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다들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작 노래를 부를 때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요. 때로 실수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도 있죠. 그래도 제 고음을 사랑해주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한 단계 높은 고음에 도전했는데 쉽지만은 않았어요. 녹음할 때 잠깐 쉬었다 할 정도로 컨디션 난조를 겪기도 했죠.” 


마냥 지르기만 하는 ‘헬고음’ 뿐만 아니다. 박혜원은 이번 앨범에서 청자를 위로하는 음색과 감정을 불어넣었다. 앨범에 수록된 ‘당신이 지나간 자리, 꽃’ ‘오늘에게’(TO.DAY), ‘여행의 색깔’(Feat.스무살) 등을 들어보면 박혜원의 부단한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선공개된 ‘오늘에게’(TO.DAY)나 ‘여행의 색깔’(Feat.스무살)은 20대의 발랄한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곡이다.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서 김사랑의 ‘필링’을 부르며 보여준 색다른 모습이 계기가 됐다.

“오히려 제게는 고음보다 힘을 빼고 감성을 살려야 하는 곡이 어려웠죠. 고음은 힘이 들어도 수월했지만 청자에게 감정을 전달하고 감성을 건드리는 스킬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 같아요. 다행히 ‘슈가맨’에서 들려드린 ‘필링’을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록발라드에도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었죠.”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혜원이 가수의 꿈을 갖게 된 때는 중학생 시절이다.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서 노래실력을 뽐낸 게 계기가 됐다.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 몰래 서울공연예술고에 지원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원서비 5만원을 내지 못해 지원 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학교로 찾아온 박혜원의 어머니는 “이왕 지원하는 것, 후회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고 격려했다. 어머니의 응원에 박혜원의 오뚝이 근성도 발휘됐다. 학교 밴드부 연습실에 남아서 똑같은 노래를 계속 듣고 부르며 연습하면 막차를 놓치기 일쑤였다. 결국 서울공연예술고에 실기 전체 3등의 성적으로 입학했다.

은사들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고교시절을 보냈다. ‘고음’의 재능을 발견한 것도 고교 앙상블 수업 시간이었다. 박혜원은 “수업 시간에 알토를 지원했는데 앙상블 수업을 맡은 한민재 선생님께서 ‘너는 음역대가 높은데 왜 알토를 하려고 하니?’라며 소프라노를 권하셨다”고 했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친구들이 보컬 사교육을 따로 받을 때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한민재 선생님의 입시지도를 따라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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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박혜원 (사진제공=비오디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대학 진학 후 가수로 데뷔하게 된 사연도 극적이다. Mnet ‘슈퍼스타K6’에서 ‘인천 에일리’라는 애칭으로 얼굴을 알렸고 각종 유명기획사의 오디션에도 응시했지만 데뷔는 바늘구멍 같았다. 포기하려던 찰나 동덕여대에서 강의하던 ‘국민코러스’ 김현아의 제안으로 드라마 ‘사의 찬미’ OST ‘폴링 인 러브’의 가이드를 부르게 됐다. 박혜원의 음성을 들은 지금 소속사 대표가 러브콜을 보냈고 ‘폴링 인 러브’ 작곡가 오성훈 씨도 만족감을 드러내 박혜원의 목소리가 ‘사의 찬미’ OST에 수록됐다.

박혜원은 최근 모교인 서울 공연예술고를 찾아가 기부의사를 밝혔다. 그는 “저 역시 은사들의 사랑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며 “저처럼 어려운 형편의 후배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적은 액수라도 등록금을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꿈이 없던 사촌동생이 ‘무대 위에 오르는 누나를 보니 너무 행복해 보였다’며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찾아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어요. 첫 콘서트 날 엄마는 내내 우셨죠. 저로 인해 누군가 행복해지고 꿈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할 따름입니다.”

예명인 ‘흰’은 한강의 소설에서 따왔다. “깨끗한 흰 것만을 건네는 가수가 되고 싶어” 지었다고 한다. ‘헬고음’ 만큼이나 착한 심성이 돋보이는 그의 흰 도화지를 수놓을 또 다른 음색이 기대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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