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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가벼운 수다’로 시작한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무게를 더하고 의미를 재탄생시키다

입력 2020-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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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사진=허미선 기자)

 

“처음 시작은 무대 위에서 수다를 떨면서 재밌게 놀자고 가볍게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에게 의미가 더해지는 느낌이에요.”

2년만에 대학로 무대로 돌아온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3월 29일까지 콘텐츠그라운드)의 이기쁨 연출은 극의 변화에 대해 “의미의 재탄생”이라고 답했다. 4일 콘텐츠그라운드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이기쁨 연출은 2016년 산울림고전극장으로 초연된 이래 변화점에 대해 “그간 대본을 조금씩 수정했고 결말도, 디테일이나 대사도 바뀌었지만 이번 시즌은 큰 수정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저도, 배우들도 대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똑같은 텍스트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새롭게 재탄생시킨다는 데서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사진=허미선 기자)

이기쁨 연출의 전언처럼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사랑과 질투의 여신이자 결혼의 수호신 헤라(한송희),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이주희), 사냥·숲·달·처녀성의 여신 아르테미스(김희연)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헤라를 연기하는 배우이자 작가 한송희는 “초연 당시 ‘산울림 고전극장’의 주제가 그리스로마신화였다. (이기쁨) 연출님과 신화를 현대적으로 풀면 어떨까에 대해 꾸준히 얘기해오던 때였다”고 털어놓았다.

“먼 옛날 얘기라고 생각하면 안와닿지만 지금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황당한 일들, 신화를 보는 제 반응을 그대로 녹여낸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여신이지만 현재를 사는 여자들을 닮은 이들이 사랑이든, 사람이든, 일이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죠.”

이렇게 전한 한송희 작가에 이어 아르테미스 역의 김희연은 변화점에 대해 “초연 당시 작가의 의도는 신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나누는 이야기였다”며 “하지만 당시 각자 인물 특성을 다르게 찾으려는 배우의 본능이 아르테미스를 좀 낮게 위치하는 식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이어 “공연이 반복되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게 되면서 비등한 관계로 바뀌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고대 여자들의 이야기지만 시간의 흐름, 각종 사건, 그로 한한 시대와 사회의 변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 등이 켜켜이 쌓여 지금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했다.

한송희 작가는 “시작할 때부터 페미니즘적인 작품을 쓰자고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다. 그간 남자들 얘기가 너무 많았다”며 “알던 얘기지만 여성 시각으로 신화를 풀면 늘 똑같던 이야기도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4년 사이 미투(나도 고발한다)도 있었고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불거지고 공론화됐어요. 미투든 페미니즘이든 갑자기 터진 게 아니라 여성들 마음 속에 늘 있던 불평등과 불합리 등이 터져나온 거죠. 그런 과정에 동시대 사람들이 같이 느낀 것 같아요. 저한테도 언어로서, 개념으로서의 지식은 없었지만 사회를 바라보면서 불합리, 모순 등에 대한 의식은 있었거든요. 이 작품 역시 여러 가지 생명력으로 다시 의미를 부여하면서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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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창작진과 출연진. (사진=허미선 기자)


꼭 지켜져야 할 약속 ‘결혼’, 욕정과의 구분이 어려운 ‘사랑’,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모두와 관계를 끊어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가치관’, 헤라·아프로디테·아르테미스 세 여신이 자신의 진짜 모습과 관계를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저마다 지키고자 하는 것의 무게와 의미, 어떻게 그것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다르지 않다. 이는 비단 극 중 여신들의 고민만도 아니다. 이기쁨 연출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아직도 그 무게를 느끼기에는 먼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나, 관계 안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털어놓았다.

“공연을 만드는 저희도 그 의미와 보편성을 찾아가는 것처럼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공연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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