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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고령화가 불러온 4가지 상속 과제

입력 2019-11-19 07:00 | 신문게재 2019-11-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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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고령화는 우리나라 상속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모두 고령화하고 자녀 독립 후 부부끼리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등 생활 양식이 달라지면서 상속 및 부양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우리나라 상속자산 규모는 2017년 기준 총 35조7000억원(23만건)에 달하며, 이 중 과세 상속시장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4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고령사회가 가져온 변화로 우리 사회는 상속 관련 주요 화두인 배우자 상속, 주택연금, 노노(老老)상속, 유류분 제도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개인과 자본시장, 정부는 각각 고령화로 인한 상속시장의 변화와 과제를 인식하고 사전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전했다.

 

 

①배우자 상속

 

고령화로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생존 배우자의 거주 문제 및 자녀와 상속 갈등이 커질 수 있어, 고령 생존 배우자의 주거 및 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부부가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고 이 중 남편이 거주주택 한 채(3억5000만원)를 남기고 사망했다고 가정하자. 두 자녀가 재산분할을 요구한다면 아내는 주택을 처분하고 자녀의 몫(각 1억원)을 지급한 뒤 남은 자산(1억5000만원)으로 다시 살 곳을 찾아야 한다. 또 해당 자금으로 거주지 뿐 아니라 노후 생활비까지 해결해야 한다면 생존 배우자의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인데, 가구주가 집 한 채만 남기고 사망할 경우 상속 갈등으로 인해 남은 배우자의 거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민법 개정을 통해 배우자 거주권을 신설하고 자택을 유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배우자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배우자 거주권은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한 후 생존 배우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서 종신 또는 일정 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4년 배우자의 상속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개정안이 논의된 바 있으나 법 개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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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주택연금


고령화 및 부양 의식 변화로 주택연금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주택을 미래 상속재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주택연금 가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배우자 상속 시 자녀 동의가 필요해 갈등의 소지가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

최근 주택연금 가입자가 누적 6만5000여 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하기보다 자신의 세대에서 노후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택연금 가입자 증가에는 노후 생활을 위한 주택자산 활용 필요성 증대, 주택 상속에 대한 의지 약화라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이른바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고령 가구의 경우,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자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노후자금을 적절하게 조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주택연금 미가입 60~85세 고령층 설문 결과, 주택을 ‘전혀 물려주지 않겠다’는 응답은 2008년 12.7%에서 2018년 28.5%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주택을 미래 상속재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은 여전하다. 또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이어 받기 위해서는 자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신탁 방식 주택연금’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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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노노상속

 

‘노노상속’이란 고령화로 상속인인 부모와 피상속인인 자녀가 모두 고령자가 되면서, 자산이 고령층에서 순환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평균 사망연령이 높아지면서, 80대 이상 고령자가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자산을 상속하는 ‘노노상속’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노상속을 먼저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사회 전반 소비와 투자 감소, 치매로 인한 자산 동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고령시기의 자산운용기간이 길어지는 데다 일본의 장기 저금리 기조와 고령자의 안정 추구 성향 등이 겹쳐, 일본에서는 현금을 집안에 쌓아두는 이른바 ‘장롱예금’ 현상이 나타났다.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19년 1월말 일본의 장롱예금 규모는 약 50조엔으로, 총 발행 현금(100조엔)의 절반에 육박한다.

최근 일본 언론에는 ‘치매 머니’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치매에 걸린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을 의미한다. 자산 소유주가 치매에 걸리면 자산 인출이나 처분에 대한 본인 동의가 어려워 자산이 실질적으로 동결되는 문제가 생긴다.

2017년 기준 일본의 치매 머니는 143조엔에 달하며 2030년에는 215조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맞먹는 규모다.

일본에서는 노노상속으로 인한 부작용 방지 및 내수소비 활성화를 위해 ‘조손 간 교육자금 증여’에 한시적 비과세를 적용하는 등 원활한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이를 참고해 볼만하다.


④유류분제도


유류분 제도는 본래 경제력 없는 상속인의 보호를 위한 것이었으나, 고령화로 상속자녀의 연령이 증가해 대부분의 상속인이 경제력을 갖추게 됐으므로 유류분 제도의 실질적 효용에 대해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10년간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이 4배 이상 증가하면서 유류분 제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이 유언을 통해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재산을 전부 상속하고자 하더라도 상속인(경제력 없는 배우자, 미성년 자녀 등)의 생계 등을 고려해 일정 비율의 재산을 상속인에게 남기도록 하는 제도다. 1977년 유류분 제도 도입 당시와 달리, 고령화로 상속인의 평균 연령이 증가하고 경제력이 향상됐으므로 제도에 대한 실효성 점검이 필요하다.

유류분에 대한 또 다른 비판으로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부모가 자신의 상속자산을 대가로 자녀의 돌봄을 제공받는 ‘전략적 상속 동기’를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상속인 간 평등 추구 및 갈등 조율 등 유류분 고유의 기능이 있으므로, 정부는 탄력적 대응을 통해 현대 고령사회에 적합한 상속 제도를 마련해나가야 한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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