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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원망과 미움 그럼에도 그립고 그리울 그 이름…‘마더’ 조수미

'마더'발매 조수미, ‘웰컴 투 동막골’ OST ‘바람이 머무는 날’, ‘마더 디어’ ‘워터 이즈 와이드’ ‘아베 마리아’
엔니오 모리코네 ‘유어 러브’, ‘엄마야 누나야’ ‘가시나무’, ‘히말라야’ OST ‘그대 없는 날’
드보르작 ‘Songs My Mother Taught Me’ '피오레' '이터널 러브' ‘I’m a Korean’ 수록

입력 2019-04-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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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2_사진제공 SMI
어머니를 위한 앨범 ‘마더’ 발매한 조수미(사진제공=SMI)

 

“앨범 수록곡 대부분이 어머니와 불렀던 노래들이에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소프라노 조수미는 18일 발매된 앨범 ‘마더’(Mother)를 소개하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저희 어머니는 성악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걸 굉장히 원망하면서 사셨어요. 저의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셨요. 나처럼 결혼(으로 꿈을 접는 일은) 하면 안되고 대단한 성악가가 돼 세계를 누비면서 살아한다고. 그런 말을 하루 두세번은 들었죠.”


◇원망과 미움, ‘성악가’라는 꿈을 공유하던 그 저녁의 생생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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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어머니를 위한 앨범 ‘마더’ 발매한 조수미(사진제공=SMI)
“혼잣말을 하고 노래를 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지내던 8살 무렵 설거지 중인 어머니의 뒷 모습을 봤어요. 엄마라는 생각이 안 들고 여성으로 다가왔죠. 결혼생활도 행복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해 저렇게 힘들고 슬픈 삶을 살고 있구나 싶었죠.”

그렇게 문을 잠근 채 8시간 동안 노래와 피아노 연습을 시키는 등 조수미의 표현처럼 “내 유아시절을 송두리째 빼앗은 것 같았던”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원망은 연민 그리고 꿈의 공유로 변해갔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요. 어떻게 하면 저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비로소 스스로 성악가를 꿈꾸게 된 특별한 저녁이었죠.”

이어 “그럼에도 자신의 못 이룬 꿈을 어떻게 딸에게 책임지우시나 싶은 생각은 여전했고 이해하지 못했다”고 덧붙인 조수미는 “1983년 이태리에 혼자 떨어져 작은 샛방에서 살던 그 시기에 가장 그립고 보고 싶었던 분이 어머니였다”고 털어놓았다.

“그 분이 원하셨던 걸 꼭 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때는 그 생각 뿐이었죠.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를 그때 깨달았어요. 저 효녀예요. 제 원래 꿈은 수의사였는데 어머니를 위해 성악가가 됐죠. 사실 어머니가 잘 보신 거죠. 저의 재능을. 그래서 너무 감사해요. 어느 날 저를 떠나신다면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할 분이 될 거예요.”


◇이 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노래들 ‘마더’

lie조수미 마더디어 공연 포스터_SMI 제공
조수미 콘서트 ‘마더 디어’ 포스터(사진제공=SMI)
“이번 앨범은 어머니처럼 따뜻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너무 클래식에만 치중되지 않고 여러 가지 장르의 음악이 섞인 사랑의 음반이죠.”

‘마더’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 조수미는 “어머니의 사랑을 묘사할 수 있는, 그 사랑을 받고 나누는 음악들로 꾸렸다”며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께 드리는 음반”이라고 덧붙였다.

앨범 ‘마더’에는 타이틀곡인 영화 ‘웰컴 투 동막골’ OST ‘바람이 머무는 날’(Kazabue)을 비롯해 왈츠 풍의 경쾌한 폴란드 민요 ‘마더 디어’(Mothere Dear), 아일랜드 민요를 해금과 오케스트라 연주로 편곡한 ‘워터 이즈 와이드’(The Water is Wide), 타이스의 ‘명상’을 근간으로 한 ‘아베 마리아’(Ave Maria),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더 웨스트’(Once Upon a Time in the West) OST인 엔니오 모리코네의 ‘유어 러브’(Your Love) 그리고 알레산드로 사피나(Alessandro Safina)·페데리코 파치오티(Federico Paciotti)와 협연한 ‘피오레’(Fiore)와 ‘이터널 러브’(Eternal Love)까지 7곡이 새 음원이다.

이들 외에 ‘엄마야 누나야’ ‘가시나무’, 영화 ‘히말라야’의 OST ‘그대 없는 날’, 드보르작 ‘엄마가 가르쳐준 노래’(Songs My Mother Taught Me), ‘마더 오브 마인’(Mother of Mine) 등과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아임 어 코리안’(I’m a Korean)까지 13곡이 수록됐다. 전곡의 선곡을 직접했다는 조수미는 어머니에 대한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몇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이 한국에서 진행되던 날 저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파리에서 공연 중이었어요. 그 실황이 DVD로 담겼죠.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베마리아’가 앵콜곡이었어요. 운명처럼 함께 하지 못한 아버지를 위한 콘서트가 돼 버렸죠. 어머니께서 아빠는 음악으로 기억하니 나(어머니)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걸 준비해주면 좋겠다 스치듯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마더’ 발매 이유를 전한 조수미는 “어머니는 나이도 많으시고 치매 때문에 나를 알아보지 못하신다”며 “내 어머니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 꿈을 희생하며 자식들을 위해 살았단 분들을 위한 음반”이라고 덧붙였다.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는 어머니께서 제일 좋아하셨던 곡이에요. 녹음을 두 번했는데 이번 앨범에는 체코 프라하 심포니와 함께 연주했던 걸 수록했죠. 음악적 욕심이 컸는데 기막힌 노래가 나왔어요.”


◇한번도 잊은 적 없던 ‘아임 어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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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어머니를 위한 앨범 ‘마더’ 발매한 조수미(사진제공=SMI)

 

“어머니에 관한 수많은 노래들을 13곡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음악 장르를 떠나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이 되기를 바랐죠. 제게 ‘어머니’는 조국을 의미하기도 해요.”

이에 수록된 곡이 보너스트랙 ‘아임 어 코리안’이다. 조수미는 “제가 비록 엄마가 되는지 못했지만 항상 엄마 같은 큰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산다고 생각한다. 그 사랑을 온통 담아 선택된 사람, 내 주의사람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사랑으로 베풀 수 있는 음악이어야했다”고 전했다.

“세계 무대에 오르면서 한시도 제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잊은 적이 없어요. ‘아임 어 코리안’은 제가 항상 얘기하는 구절이에요. 늘 ‘소프라노 조 프롬 코리아’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죠. 제 이야기인가 하면 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예요.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떳떳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곡이기도 하죠.”


◇듀오 파트너, 페데리코 파치오티
 

페데리코 파치오티
듀오 파트너 페데리코 파치오티(사진제공=SMI)
“(듀오 파트너) 페데리코 파치오티는 제가 유학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의 후배예요. 보이밴드 경연 우승자로 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가족의 영향으로 일렉트로닉 기타를 연주하죠.”

이번 앨범에서 ‘이터널 러브’를 함께 부른 페데리코 파치오티에 대해 “록을 하는 테너”라고 소개한 조수미는 “젊은 클래식 음악가들은 새로운 컬러로 음악을 한다”고 덧붙였다.

“페데리코는 제가 생각하는 미래의 음악성과 맞아 떨어지는 음악가예요. 평창 동계 패럴림픽 노래(히어 애즈 원 Here as One)를 작곡하기도 했죠. 록, 클래식, 오페라 등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30년 간 해온 ‘아름다운 도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죠.”

조수미의 말에 처음 한국을 찾은 페데리코 파치오티는 “조수미와 함께 공연할 수 있는 건 무한한 영광이다. ‘히어 애즈 원’은 한국과 북한 관계가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에 작곡된 곡”이라며 “평창 동계 패럴림픽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그 곡을 조수미가 부르길 바랐다”고 밝혔다.

“저는 한국이 낳은 음악가이기도 하지만 유네스코 평화예술인이기도 해요. 대한민국이 모국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평화가 곧 세계의 평화라고 생각하죠. 정치인들이 갈 수 없는 곳도 예술인들은 갈 수 있다고 믿어요. 안정적으로 교류가능한 게 음악이죠. 하루 빨리 모든 걸 잊고 음악으로만 교감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조수미’ 그 이름만으로도 브랜드, 국경·장르 넘는 시도

조수미
조수미(사진제공=SMI)

 

“한국에 들어오기 직전에 아부다비에서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스페셜 올림픽 공연을 했고 이탈리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어요. 특별히 클래식 공연만이 아닌 활동이 있었죠.”

클래식 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는 조수미는 5월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마더 디어’ 공연 후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열릴 리사이틀과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다. 이후 오사카와 카자흐스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의 마스터 클래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서거 500주년 기념 공연, 노르웨이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 등으로 올 한해도 바쁘게 활동을 이어간다.

“10년 전까지는 오페라 등 이름을 알리는 공연을 했고 그 이후에는 이름을 내건 투어를 했죠. 언젠가부터는 제가 늘 하고 싶었던 사회 공헌 활동이 많아졌어요. 장애 어린이, 농민들, 평화, 자선 콘서트 등과 마스터 클래스, 콩쿠르 심사 등을 하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기회가 많아졌죠.”

현재를 “이제부터 시작인, 중요한 시기”라고 표현한 조수미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과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음악가들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저는 오페라, 클래식을 하기 전부터 이미 피아노로 팝을 연주하곤 했어요. 클래식도 좋은 음악이지만 다른 음악이 감동을 주지 않는다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클래식도 중요하죠. 하지만 베르디, 모차르트, 바흐 등이 아니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큰 준비 없이 들을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온리 러브’가 나왔죠.”

이에 대해 “클래식에서 잠시 벗어난 휴가활동”이라고 표현한 조수미는 “우리 문화를 늘 기본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며 “우리 문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누구라고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많은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해외무대에서 잘 하고 있어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젊은 음악인들이 자랑스러운 활동을 하고 있죠. 저는 한국인들이 음악적인 면에서 아주 막강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나라가 없거든요. 한국인에게는 아티스트적인 DNA가 내재돼 있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아티스트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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