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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게 해주는 사람, 서로를 알아보는 아름다운 운명…연극 ‘추남, 미녀’

‘살인자의 건강법’ ‘배고픔의 자서전’ ‘오후 네시’ 등의 프랑스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가 샤를 페로의 동화 ‘도가머리 리케’를 바탕으로 변주한 소설 ‘추남, 미녀’ 무대화
이대웅 연출·오세혁 작가, 데오다 백석광, 트레미에르 정인지의 아름다운 만남

입력 2019-04-2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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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추남 미녀
연극 ‘추남, 미녀’의 트레미에르 역의 정인지(사진제공=예술의전당)

 

“트레미에르에게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관조였어요.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것도 관조였어요.”

23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추남, 미녀’ 프레스콜에서 트레미에르 역의 정인지는 ‘관조’를 강조했다. 연극 ‘추남, 미녀’는 샤를 페로의 ‘도가머리 리케’를 현대화한 아멜리 노통브의 동명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전세계 최초의 연극화로 ‘어린왕자’ ‘아랑가’ ‘보물섬’ 등의 이대웅 연출과 ‘보도지침’ ‘라흐마니노프’ ‘대학살의 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오세혁 작·연출이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추남 천재 조류학자 데오다(백석광)와 너무 예뻐 ‘멍청하다’는 편견에 시달렸던 보석상 모델 트레미에르(정인지)가 만나는 과정을 따른다.  

 

연극 추남 미녀
연극 ‘추남, 미녀’ 데오다 역의 백석광(사진제공=예술의전당)
“원작소설에는 트레미에르가 말을 많이 하지 않아요. 주로 그녀의 외모, 그녀가 보는 것들을 표현하죠. 연극은 말을 할 수밖에 없으니 ‘관조’를 강조 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전한 정인지에 데오다 역의 백성광은 “소설 속에 귀여운 데오다의 엄마아빠가 나온다. 두 인물의 서사를 끌고 가다보니 그분들 이야기를 챙길 수 없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2인극은 처음이라는 정인지는 “생각했던 걸 보다 훨씬 밀도 있는 형식”이라며 “극장에서도 더 강하게 집약적으로 느끼게 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연습실에서는 이렇게까지 바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더 다양하고 디테일하게, 빨리 등장했었죠. 무대에 와서는 연출님께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걱정도 많았죠. 배역이 바뀌는 시간 동안 빨리 등장을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무대에서는 훨씬 효과적이고 풍부하게 표현됐어요. 미흡했던 캐릭터도 훨씬 더 잘 살았죠.”

2인극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웃는 정인지에 이어 백석광은 “추함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 추함이 비하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심리가 위축될 때 몸이 구부러지는 식”이라며 “추함이라는 게 타자의 시선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파트너 정인지에 대해서는 “연습실의 반장님”이라며 “계획적으로 저희를 잘 이끌어준다. 자존감도 강하고 멋있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마지막까지 이르기 위해 서로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다 보니 마지막에야 (데오다와 트레미에르로) 만나는 게 아쉬워요. 다음에는 좀더 긴 호흡으로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연극 '추남, 미녀'
연극 ‘추남, 미녀’(사진제공=예술의전당)

 

‘갑작스러운 착륙’과도 같던 탄생부터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오다와 현재의 방송사 인터뷰에서 거슬러 오르는 트레미에르가 결국 만나지는 순간은 사랑스럽고 극중 대사처럼 “아름답다”

정인지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나를 솔직한 나로 있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며 데오다와 트레미에르의 ‘아름다운 만남’을 부연했다. 이 마지막 두 사람의 만남을 백성광은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장면을 처음 연습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에서 말하듯 못생겨서, 예뻐서 데오다와 트레미에르가 인생굴곡을 겪은 끝에 만났을 때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 중 ‘운명’이라는 감각을 느끼는 일은 드문 일이죠. 이 작품의 미덕은 사람이 만나지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는 깨달음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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