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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가난의 대물림 원인 고민하다, 이기는 투자하려 회사 차렸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이지혜 로보어드바이저투자회사 에임 대표

입력 2019-04-08 07:00 | 신문게재 2019-04-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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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보통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던 것들도 왜라는 물음표가 달리면 달라 보인다. 로봇으로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에임(AIM)’의 이지혜 대표는 “가난한 사람들은 왜 계속해서 가난할 수밖에 없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만 열심히 하는데, 이럴 경우 근로소득이 끊기는 순간 불행한 삶이 찾아온다고 봤다. 이렇게 되더라도 삶이 불행해지지 않도록, 오늘을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내일이 밝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에임이 탄생했다.

‘5년만 해보고 안되면 접어야지’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벌써 3년, 하루 4시간만 자면서 사업에 몰두한 끝에 에임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약 2만명의 고객들이 자산 200억원을 에임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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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임 대표

 

◇투자자들과 직접 상담하는 대표

이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미국 공학 명문 쿠퍼유니온을 졸업한 뒤 씨티그룹에서 퀀트 애널리스트로 2년간 근무했다. 보스턴의 퀀트 헤지펀드 아카디안에서 트레이더로 5년 근무하며 하버드대학 계량경제학을 이수하고, 뉴욕대 MBA를 수료했다.

이 대표는 고액의 기관투자자 자산을 관리할 때보다 요즘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했다. 그는 자주 고객들과 직접 전화상담한다. 오프라인 세미나를 통해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는 “이전에 관리하던 돈은 무생물체처럼 모여 있는 계좌나 다름없었지만, 에임 투자자들의 돈은 얼굴과 이름이 붙어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에임 투자자들의 돈에는 그 사람의 삶이 담겨있다. 그 생각을 하면 액수에 상관없이 무거운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진심이 제대로 전달된 걸까. 에임이 관리하고 있는 한 블로그에는 심심치 않게 이 대표에 관한 글이 올라온다. ‘대표님의 발표 영상을 보고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 ‘대표님과 직접 통화를 한 게 인상적이었다’는 내용의 후기다.

이 대표가 투자자들을 단순한 ‘투자자’로만 인식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는 투자자들을 자신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목적, 목표라는 뜻의 영어 단어 에임(AIM)을 회사 이름으로 정한 것도 무언가를 목표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조력자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에임은 차가운 기계 속에 존재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에 불과하지만 이 앱을 통해 누군가의 삶이 바뀐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삶에 와 닿는 뜨거운 존재로 인식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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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투자는 타이밍이 아닌 시간

미래를 설계하는 이들의 조력자로서 이 대표가 가장 깨고 싶은 편견은 소득원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근로소득은 고귀하고, 사업소득과 금융소득은 쉽게 번 돈이라는 인식이 있다.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들, 경제주체들은 꽤 이기적이다. 그들 사이에서 내 이득을 찾는 행위가 늘 효율적이지 않다면 소득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소득원이 존재하는데 소득이 나오는 곳에 따라 차별을 둘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투자도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구글에 투자가 무엇이냐고 검색해보면 시간을 두면 수익이 나오는 것이라는 정의가 나온다. 시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자본이든, 노동이든 무언가를 투입해서 결과물이 나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유독 주식이나 채권투자에만 마음이 급급한 경향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투자수익의 절반은 1년 중 3일 동안 결정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3일을 귀신같이 찍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투자한 산업의 본질이 가치있다고 믿는다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가치있는 산업인데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 하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가치가 좋다면 언젠가는 분명히 그 가치가 오른다. 그 시기를 견뎌낼 줄 알아야 투자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기는 투자란 타이밍이 아닌 시간이다.”

 


◇“4년 지나니 알아봐주는 투자자들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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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임 대표

이 대표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은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라는 것이다. 그는 얼마전 개봉한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보면서 한국의 금융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다.


193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주인공 마이클 뱅크스는 어려워진 형편 탓에 은행 빚을 갚지 못해 담보로 잡힌 집이 은행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다. 아버지가 남긴 주식 증서를 가까스로 찾아내서 위기를 모면하고 빚을 모두 탕감하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대표는 어린이들도 보는 영화에서 담보대출과 주식에 관한 개념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자녀와 부모들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화두로 대화하지 않겠냐고 꼬집는다. 이 영화를 보며 이 대표는 “서구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금융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게 결국 그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조언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 가고 있고, 이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내가 처한 환경에서는 어떻게 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적어도 에임의 투자자들은 ‘착하지만 불쌍한 피해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객관적으로 조언해주는 조력자가 되려고 애쓴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것은 3년이지만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파고든 것은 4년이다. 마치 학부 4년을 마치고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온 것처럼, 에임도 4년간 같은 가치를 꾸준히 추구하다보니 이제는 졸업생들이 알아봐주는 시기가 온 것 같다. 5년간 죽어라 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 연장을 결정하려고 했는데 2년의 시간이 남은 지금, 다행히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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